시선 너머/볼록 렌즈

마운드에 선 그들은 라이벌, 상대가 있어야 내가 발전한다

난짬뽕 2023. 5. 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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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hu

선동열 <야구는 선동열>(민음인, 2019) 중에서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구장. 영화 <퍼펙트게임>의 소재가 된 롯데와 해태의 야구 경기가 바로 그날 펼쳐졌다. 선발투수는 최동원 선배와 나로 예고돼 있었고, 언론들이 주목하는 경기였다. 그전까지 최동원 선배와는 1승 1패를 기록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부 호사가들은 "최동원이 낫네, 선동열이 낫네" 이런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어렸던 나는 '그래, 이번에 이겨서 내가 최고라는 것을 보여줄까'라고 생각하다가도 '내가 어떻게 선배를 넘어~~~? 내가 지더라도 다들 이해해주겠지' 이런 편안한 생각도 했다. 

 

9회초까지 1대 2로 우리 팀이 한 점 뒤진 채로 경기가 진행됐다. '오늘 경기는 글렀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9회 초 우리팀 타자가 1점을 뽑아내 2대 2 동점이 됐다. 9회가 끝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투수코치가 물었다. "야, 너 더 던질 수 있겠어?" 그러고 있는데 최 선배가 마운드에 다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아, 그럼 나도 던지겠습니다." 10회가 끝나고 코치가 다시 물었다. "괜찮냐?" "예, 아직은요." 그 순간 또다시 최 선배가 마운드로 향하고 있었다. 12회도 마찬가지. 최 선배가 올라갔기에 당연히 나도 따라 올라갔다. 사실 12회는 선수들에게는 일종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다. 거기까지 갔으니 어느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었다.

 

결국 경기는 15회 끝에 2대 2 무승부로 끝이 났다. 긴장감에 비해 경기 시간은 짧았다. 4시간 4분.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나는 232구를 던졌고, 최 선배는 209구를 던졌다. 우린 두 게임을 던진 꼴이었다. 승부의 세계에서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잔인한 결투였다. 

 

최 선배는 내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최고봉이자 우상이었다. 나는 선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흉내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선배를 닮아가고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선동열이라는 투수로 서서히 만들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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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퇴근 후에 남편과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에 빠져 있다. 우리 가족은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잠실야구장에 자주 가곤 했다. 어떤 주말에는 온가족이 대전까지 경기를 보러 갈 때도 있었다. 여기까지의 글을 읽으신 분들은 우리 가족이 응원하는 팀을 짐작하실 것 같다. 

 

어제는 문동주 선수와 김서현 선수의 공을 함께 볼 수 있는 날이었다. 두 선수의 출격으로 한화는 꼴찌에서 탈출했다. 그들은 한팀의 동료이면서도 더 나은 성장을 함께 하게 될 선후배가 될 것이다. 마운드에서의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야구선수들이 떠올랐다. 

 

그라운드에서 빛나는 경기를 보여주던 수많은 선수들 가운데, 문득 최동원 투수가 떠올랐다. 그와 함께 선동열 선수도 오버랩됐다. 이어령 선생은 당신의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에너미는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살지만, 라이벌은 상대를 죽이면 나도 죽어. 상대가 있어야 내가 발전하지."라고 말씀하셨다. 야구경기가 쉬어 가는 월요일 밤에 내일의 경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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