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 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지난 토요일 아침, 시골로 내려가는 길.
휴가철과 월요일 샌드위치데이가 겹쳐서인지
길이 많이 막혔다.
보통은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정체가 심해서인지 모든 길 안내는 국도로 이어졌다.
오랜만에 삽교호를 지나 아산을 거쳐
홍성 방향으로 길을 들어서자,
윤봉길 의사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려서
아빠가 계신 곳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집에 들러 잠시 쉬었다가는
아빠를 모시고 바람을 쐬러 나왔다.
사진 속 장소는 한창 공사 중인 골프장 조성 현장이다.
어르신들이 즐기시는 파크골프 회원도 모집한다고 하여
아빠도 신청하실 계획이다.
우리는 드라이브 겸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다.
서산을 지나
신진항으로 향했다.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지난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생활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족들과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이 길을 달렸다.
인생의 파도를 넘을 때, 추억의 마법이 당신을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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