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쇼팽의 녹턴(Nocturne), 피아노의 시인이 부르는 아련한 밤의 노래

난짬뽕 2023. 6. 3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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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hu

녹턴, 피아노로 부르는 밤의 노래

쇼팽은 자신의 녹턴에 대해 '피아노로 부르는 노래'라는 표현을 했다고 전해진다. 1827년부터 1847년에 걸쳐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녹턴은 모두 21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 19번, 20번, 21번은 쇼팽이 세상을 떠난 후에 출판되었다. 39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쇼팽의 삶에 있어서 녹턴은 그의 평생의 벗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녹턴'은 밤을 말하는 Nox와 때를 의미하는 Urnus가 합해진 단어로, 라틴어에서 기원했다. 원래 녹턴의 시작은 아이랜드 작곡가인 존 필드(1782~1837)가 만든 음악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피아노 소품 형식으로 된 그의 작품은 부드럽고 감성적인 서정성으로 인기를 모았고, 쇼팽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그러한 녹턴은 쇼팽을 만나 보다 섬세한 밤의 음악으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녹턴은 피아노가 들려주는 한 편의 아름다운 시와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건반 위에서 펼쳐지는 아련한 추억들이 회상되고,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이 절제된 감정으로 묻어난다. 특히 깊은 밤에 듣게 되면 꼬박 밤을 지새우며 눈물을 흘리게 될 수도 있다. 피아노가 부르는 밤의 노래인 녹턴은 피아노가 들려줄 수 있는 가장 피아노적인 음악이 아닐 수 없다.  

쇼팽의 말을 전하는 야상곡

음과 음 사이를 끊지 않고 부드럽게 연주할 때면 마치 잔잔한 꿈 속에서 거닐고 있는 황홀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쇼팽의 녹턴은 강하게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꼭 해야 할 말들을 절제된 감정으로 구사한다. 그래서 듣는 이로 하여금 더욱더 쓸쓸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나는 요즘 녹턴의 연주를 많이 듣고 있다. 평생에 걸쳐 세 번이나 쇼팽의 '녹턴'을 녹음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과 1965년 라이브로 녹음했던 '녹턴'이 역사상 최고의 쇼팽 녹음 가운데 하나였다고 극찬받은 이반 모라베츠의 음반과 함께 백건우, 조성진, 임윤찬의 연주도 반복해서 감상하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1968년 연주도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어 참 좋다.

 

녹턴의 21곡 전곡을 다 들어도 좋겠지만, 그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만 찾아서 골라 들어도 좋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곡은 1번과 2번, 그리고 20번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첫 음만 들으셔도 많이 낯익은 곡이라는 생각을 하실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감상하시면 한층 마음을 향해 다가올 듯하다. 

 

요즘 녹턴 전곡을 자주 들으면서, 예전과는 달리 쇼팽이 말하고자 하는 그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 연주했던 나의 녹턴은 아무 고민 없이 피아노 건반만 눌렀다는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게 된 나는 이제야 쇼팽의 악보에 귀 기울이며 그의 생각을 읽으려고 집중한다.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어렸을 때 만났던 쇼팽과 지금 다시 만난 쇼팽의 음악을 대하는 나의 표현은 어딘지 모르게 차이가 났다. 아마도 세월 때문인 듯하다. 흐르는 시간은 같은 음악에 대해서도 그 안에서 꺼내는 추억의 농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에서야 음악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조금 더 깊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내 나이만큼,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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