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책

안도현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 연탄 한 장 너에게 묻는다

난짬뽕 2023. 9. 22. 23:57
728x90
반응형
외롭고 높고  쓸쓸한
  • 지은이: 안도현
  • 펴낸곳: (주)문학동네
  • 1판1쇄: 1994년 2월 21일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 한 장

 

또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반응형

안도현 시인:1961년 경북 예천 출생. 원광대 국문과 졸업.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가는전봉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이수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서울로가는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를 발표했다.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관계> <짜장면> <사진첩> <증기기관차 미카> <민들레처럼> <나비>가 있고, 산문집으로는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사람> 등이 있다.

 

신현림 /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인생 편

 

신현림 /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인생 편

딸아, 너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어. 아름다운 만큼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보낸다고 생각해. 그럴 땐 잠시 바쁜 걸음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렴. 너를 일으켜 줄 누군

breezehu.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