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꽃잎과 매미소리, 잎새, 당신, 당신의 눈빛, 그리고 달빛 같은,
그런 것들은 꼭 바닥에 와서야 고요한 심장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최후가 되어서야 최초의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밤 산책길 발 아래로는 이토록 오래오래 숨쉬는 것들이 많아서
또 한 번 그것을 썼습니다.
살아있는, 그리고 사라지는 것들의 기록입니다.
모든 게절이 유서였습니다.
안리타 단상집인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는 이효리 가수가 인스타그램에 이 책을 포스팅한 후 교보문고 시/에세이 부문에서 주간 베스트로 오르면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책의 크기도 손바닥에 들어올 만큼 아담해서 휴대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제목이 풍기는 궁금증에 의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는 꽃과 자연에 기대어 자신의 삶의 시간을 풀어가고 있다.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
- 지은이: 안 리타
- 펴낸곳: 홀로씨의 테이블
- 1판 1쇄 발행: 2018년 10월 29일
저자 안리타는 '모든 순간을 기록한다'는 신조로 2017년부터 꾸준한 작업을 통해 대중들과의 공감대를 깊이 형성해오고 있습니다. 화려함이나 유행보다는 초심을 잊지 않고 언제나 테이블에 앉아 첫 책을 썼던 마음만을 생각합니다. 혼자였던 시간에 써 내려갔던 삶을 자주 호각하고 문장을 짓습니다. 저서로는 <이, 별의 사각지대> <사라지는, 살아지는>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 <우리가 우리이기 이전에> <사랑이 사랑이기 이전에> <리타의 정원> <쓸 수 없는 문장들> <한때 내게 삶이었던> 등이 있습니다.
듣는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많은 것들이 들린다.
새벽 서리에 풀잎 어는 소리가 들리고, 갈 바람에 가지가 몸을 떠는 소리도 들린다. 달이 서서히 차오르는 소리도 들리고, 별빛이 대지에 내려앉는 소리도 듣는다. 패랭이꽃 한 송이가 숲에서 기지개 켜는 소리도 들리고, 그 곁에서 풀벌레 한 마리가 잠드는 소리도 들린다.
저들을 경청하고 있으면, 세상이 이 순간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내게 알려주는가, 여기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가, 나는 늘 세상의 소리를 듣고 깨어나고, 그 소리를 마시며 생장한다.
그저 가만히 앉아 침묵하는 이 시간이 좋다.
이 순간만큼은 나라고 내세울 이유도, 상처 줄 마음도, 상처받을 이유도 없어진다. 모두가 잠든, 고요의 시간, 말라 갈라진 심장에도 틈새를 메우며 점차 차오르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비로소 살아있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들리지 않음으로 잘 들리는 어떤 것을 듣고 있다. 생명의 소리, 영혼의 소리이다. 이것이 무엇인지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가장 깊이 그리고 멀리 나아가는 소리임은 분명하다. 이것이 막 지쳐가는 오늘의 당신을 살게 했으면 한다. 아마도 고요히 귀 기울인다면, 분명 무언가 잘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슬퍼해도 괜찮다
아무도 내게 행복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우울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았더라면,
나는 조금 더 살만한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행복이 어떻고, 우울함이 어때서.
살면서 슬퍼해도 괜찮아, 라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었어도,
나는 조금 더 살만한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슬퍼해도 괜찮다.
그것은 행복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니까.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심리 수업 책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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