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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IN LOVE), 알츠하이머병 남편이 선택한 이별을 향한 여정

난짬뽕 2023. 9. 1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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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IN LOVE)
  • 지은이: 에이미 블룸
  • 옮긴이: 신혜빈
  • 1판 1쇄: 2023년 7월 10일
  • 펴낸곳: (주)문학동네

 

에이미 블룸의 이 책은 <타임> 선정 2022 최고의 논픽션 1위에 선정되었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삶의 마지막 순간이 어떨지 고민하며 걱정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책"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사랑을 담아>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아직 온전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때 스스로 삶을 떠나기로 결정한 남편과 곁에서 그를 돕는 아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행자살을 지원하는 스위스의 비영리기관 디그니타스를 향해 부부가 취리히로 떠나는 여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이 책의 남편과 같은 결정을 내렸을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내 자신이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이라는 질문을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쉼 없이 던지게 되었다. 

 

<사랑을 담아>, 책 속의 문장들


나는 아무 이유 없이 삶을 중단하려는 게 아닙니다. 아직 나 자신으로 남아 있을 때 이 삶을 끝내고 싶을 뿐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삶을 점점 더 잃어가기 전에. p 42

이제부터 제가 여러 번, 몇 번이고 다시, 당신이 정말로 이 일을 진행하길 원하는지 물을 겁니다. 그리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어느 단계에서든, 지금부터 최종 실행 사이의 언제라도 마음을 바꾸고 취소하실 수 있습니다. p 60

닥터 G의 말투가 바뀐다. 지금부터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취리히 교외에 있는 저희 아파트 건물에 오전 열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늦지 마시고요. 디그니타스 직원 두 명이 당신을 맞이할 겁니다. 그들이 당신을 들여보내줄 거예요. 시간을 충분히 가지셔도 됩니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을 거예요. ~~~ 서류 작업이 있을 겁니다. 초콜릿도 준비되어 있을 거고요. 그가 말한다. 당신에게 구토억제제를 줄 거예요. 토하지 않을 수 있게요. 그 후 한 시간 정도 있다가 약을 마실지 말지 결정하게 됩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구토억제제를 더 줄 겁니다. 그리고 또 한 번, 한 시간이 지난 후 약을 마실지 결정하게 됩니다. 약을 마시면 약간  쓴맛이 날 겁니다. ~~~ 다 마시고 나면 선잠에 빠졌다가 깊은 잠에 들 겁니다. 그러면 모든 게 끝납니다. 어미치 부인, 오랫동안 곁에 앉아 계셔도 됩니다. ~~~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언제라도 마음을 바꾸셔도 됩니다. 지금 당장이든, 목요일 아침이든. 아무도 놀라거나 낙심하지 않을 겁니다. 우린 모두 기쁘게 따를 겁니다. ~~~ "잘 알고 내리는 결정입니다. 나한테는 이게 옳은 일이에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 물어볼 겁니다."  p 61-62

"왜 스위스까지 가요? 그러니까, 오리건이나 콜로라도, 하와이나 버몬트가 아니라요. 거기에도 생명 중단 관련법이 있는데."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오리건, 버몬트, 몬태나(2009년 주 대법원 판결 이후), 컬럼비아 특별구, 뉴저지, 메인, 하와이, 워싱턴주의 생명 중단(의사 조력자살) 관련법 규정에 따르면, 의사 조력자살을 원하는 자는 해당 주의 주민이어야 하고, 정신이-일관되게-온전하고, 남은 수명이 육 개월 이하라는 의학적 진단이 있어야 하며, 사망에 대한 의사를 스스로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대개 절차상 이 의사를 세 번 밝혀야 하는데, 두 번은 구두로, 한 번은 서면으로 지역 의사 두 명에게 밝혀야 한다. p 75-76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신경세포 내외부의 연결이 훼손되는데 처음에는 내후각피질과 해마(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 그다음에는 대뇌피질(언어, 정보 처리, 사회적 행동을 담당하는 부위)이 파괴된다. p 83

2020년까지 디그니타스를 찾은 사람들은 삼천 명이 넘는다. 경쟁사로는 페가소스가 있는데, 디그니타스를 나온 의사의 형제가 세운 곳이다. 따라서 현재 자살 충동이나 정신질환이 있거나 치매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 아닌 경우 고통 없이 삶을 마감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은 전 세계에 단 두 곳이다. 디그니타스("존엄한 삶, 존엄한 죽음")에서 요구하는 동행 자살의 전제 조건은 이렇다. 노령이거나(실제로 구십대 고객도 꽤 있었는데, 고통에 시달리지는 않으나 정말 많이, 많이 지친 사람들이었다), 불치병 환자, 또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견딜 수 없는 장애" 나 "통제 불가능하고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사람일 것.  p 85-86

미국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대략 육백만 명 정도 있다. 경도 인지장애 환자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 단계에선 치매가 더 진행될 수도,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통계에 따르면 경도 인지장애를 겪는 이의 80퍼센트가 칠 년 안에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전하며, 경도 인지장애 환자에게는 육 개월에 한 번씩 재검사를 권유한다. 하지만 왜 그렇게 자주 재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경도 인지장애를 완치하거나, 진행을 늦추거나, 애초에 알츠하이머병 완치에 성공한, FDA의 승인을 받은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상성 뇌손상 환자 역시 이 육백만 명에는 포함되지 않는데, 많은 경우 이들 역시 일종의 치매로 나아간다. 또 실제로 다양한 형태의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이 경우 알츠하이머병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으나 그 결과는 마찬가지로 비극적이다. p 129-130

미국에서 죽을 권리란 먹을 권리나 괜찮은 주택을 소유할 권리와 비슷한 정도의 무게를 가진다. 권리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반드시 손안에 넣을 수 있는 건 아니다. p 154

나는 디그니타스에 대한 찬반양론을 모조리 읽었고, 관련 다큐멘터리를 전부 찾아봤다. ~ 우선 신청서를 작성하고, 에세이(자신이 어떻게 살아왔고 왜 '동행자살'을 원하는지 이유를 설명한 몇 문단의 글)를 쓴 뒤, 마지막으로 1만 달러(화장 절차와 시신의 재를 간소한 단지에 담아 받기를 원한다면 추가 비용이 청구되는 것으로 기억한다)와 서류 한 무더기를 보낸다. 그런 다음 취리히에 가서 두 번의 면담을 거친다. p 158

나는 말한다. 만약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지상에서의 유일한 시간이라는 이유로, 혹은 신이 인간에게 할당해준 거라면 뭐든 감사히 받아들여야 해서, 혹은 사는 동안 우릴 괴롭히는 질병의 치료법이나 치료약이 개발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당신이 장수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면, 당신은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만약 당신이 죽음은 적이고 삶의 지속 그 자체가 승리라고 여긴다면, 그 삶이 정말 외롭고 괴롭고 제약이 많더라도 그렇게 믿는다면, 삶의 질이라는 것을 거대한 숲속의 가느다란 한 그루 나무로, 거대한 싸움에서 논쟁할 만한 덕목 하나쯤으로 여기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나와도, 브라이언과도 생각이 다르다고. p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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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 저자 에이미 블룸(AMY BLOOM)


1953년 미국에서 태어난 작가이자 심리치료사. 1993년 소설집 <내게로 와>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2000년 소설집 <눈먼 사람은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볼 수 있다>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후보에 올랐다. 임상사회복지사로 일해온 경험을 토대로 TV 코미디 드라마 시리즈 <마음의 상태>의 극본을 쓰고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2022년 출간된 <사랑을 담아>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 스스로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린 작가의 남편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스위스의 비영리기관 디그니타스의 승인을 받은 뒤 부부가 함께 취리히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다.

"때로 슬픔은 가장 지극한 사랑으로 몰아낼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주는 책"이라는 평을 받으며 <타임> 선정 '2022년 최고의 논픽션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을 비롯해 <뉴욕 타임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워싱턴 포스트> <보스턴 글로브>, NPR, 아마존 등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인생의 가장 힘든 순간, 함께 울고 웃으며 이별을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의 사랑 가득한 이야기를 그린 이 책은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울리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워싱턴 포스트

사랑의 힘으로 용기 있는 이별을 택한 두 사람. 그리고 상실에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죽음에 대해 쓴 모든 훌륭한 책들처럼 <사랑을 담아>는 암울한 통계와 경고로 두려움을 자극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존엄사의 오명을 벗기고 당신의 삶을 간절함과 감사함으로 풍요롭게 만든다. 그리고 내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사랑을 담아' 살아간다는 것의 기쁨을 재차 강조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에게 든 생각들

  • 과연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일까
  • 스스로 죽을 권리에 대한 찬반론에 대해서
  • 번역의 중요성
  • 동행자살, 자발적 안락사에 대한 나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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