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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앤 센서빌리티,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만나는 삶의 통찰

난짬뽕 2023. 9. 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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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앤 센서빌리티 포스터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Sense And Sensibility)>는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1811년작 소설인 <이성과 감성>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996년 봄에 개봉되었는데,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꾸준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
  • 원작: 제인 오스틴의 소설 <이성과 감성>
  • 감독: 이 안
  • 각본: 엠마 톰슨
  • 음악: 패트릭 도일
  • 개봉: 1996년
  •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 등급: 15세 관람가
  • 출연: 엠마 톰슨(엘리너 대쉬우드), 케이트 윈슬렛(메리앤 대쉬우드), 휴 그랜트(에드워드 페라스), 앨런 릭먼(브랜든 대령), 그렉 와이즈(존 윌로비), 젬마 존스(대쉬우드 부인), 에밀리 프랑수아(마가렛 대쉬우드)

 

사진 _ 다음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그 제목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의 삶의 통찰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언니인 엘리너는 이성과 절제의 인물로, 동생 메리앤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솔직한 감성의 소유자입니다. 

이러한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우리의 삶은 어떠한 모습으로 균형을 맞추어야 할까요? 여러분들은 이성과 감성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면 위험할까요? 이성적인 판단력을 가져야만 안정된 사랑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이 영화의 원작인 <이성과 감성>을 쓴 작가 제인 오스틴은 영국 BBC에서 조사한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에 대한 물음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녀의 작품인 <오만과 편견>도 좋아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오만과 편견>은 영화보다는 책으로 읽는 것이 더욱 마음에 든 반면에, <이성과 감성>은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로 감상하는 것이 한층 좋았습니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뒤죽박죽 생각나는 대사들

"당신의 꿈은 뭔가요?"

"나약한 말씀을 하시네요. 희망이나 일이 없으면 얼마나 더 약해질지 상상을 해보세요."

"공손함으로 영혼이 만족을 얻을까요? 사랑은 불타오르는 거예요."

"비극이라고요? 사랑을 위한 죽음 그보다 숭고한 게 어딨어요."

"네 감성은 좀 심해."

"에드워드의 낭송엔 정열이 없어."

"제 가슴은 항상 당신 것입니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 줄거리

19세기 영국의 조그만 마을, 부유한 귀족인 대쉬우드는 죽기 전에 법에 따라 아들 존에게 토지와 저택 등 모든 재산을 물려준다. 대신 계모인 대쉬우드 부인과 세 명의 이복동생인 엘리너와 메리앤, 마가렛을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긴다. 그러나 욕심이 많은 존의 아내인 페니는 대쉬우드의 유언을 무시하고, 그들을 도와주기는커녕 살고 있던 집에서도 내쫓는다. 결국 대쉬우드 부인과 세 딸은 먼 친척의 도움을 받아 시골의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이사 전 그들의 집에 페니의 남동생 에드워드가 방문하게 되고, 큰딸 엘리너는 에드워드의 진중한 태도에 서로 좋은 감정을 간직한 채 후일의 만남을 기약한다. 시골집으로 이사한 후 동생 메리앤은 점잖은 브랜든 대령의 사랑을 받지만 호감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던 어느 비 오던 날 들판을 뛰어가던 메리앤은 발목이 삐게 되고, 그때 집까지 데려다준 청년 윌로비와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언니 엘리너가 기다리던 에드워드는 5년 전 루시라는 처녀와 약혼한 사이임을 알게 되고, 윌로비는 과거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갖게 된 사실이 밝혀진 후 친척의 상속권을 박탈당해 런던으로 가 부유한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동생 메리앤은 충격으로 목숨을 잃을 정도의 심한 열병을 앓는다. 

메리앤은 브랜든 대령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서서히 회복되고, 오해가 쌓인 에드워드가 시골로 앨리너를 찾아오게 된다. 결국 엘리너와 메리앤은 그들이 겪은 과거의 일들을 통해 더욱더 성숙해지고, 행복한 사랑의 열매를 맺게 된다.  

 

엠마 톰슨(엘리너 대쉬우드 역)

"우린 약혼도 안 했어요."

"사랑한다는 말도 안 했어요."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도, 설탕조차 살 수 없는 여자와 결혼을 하는 데는 확실한 장애가 있겠죠."

"이성의 머리를  쓰겠어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예의를 중시하는 맏딸 엘리너는 내성적이고 도덕적인 청년 에드워드를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사랑을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무작정 그 사랑을 기다릴 뿐이죠. 사회적 관습과 분별 있는 행동으로 엘리너의 사랑은 늘 자신의 '생각' 안에 갇혀 있는 듯합니다. 

 

케이트 윈슬렛(메리앤 대쉬우드 역)

언니 엘리너는 한 번 만난 남자에게 빠져버린 동생 메리앤에게 말합니다.  

"제발, 제발, 침착해."

"우리는 그를 잘 몰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네 감정을 알릴 필요는 없잖아."

"생각은 하고 행동하는 거니?"

 

언니의 말에 동생이 감정을 토해냅니다.

"내 마음을 왜 숨겨야 하지?"

"시간은 별 문제가 안돼.

어떤 사람은 7년도 짧고, 어떤 사람은 7일도 길어.

난 이미 그를 알 것 같아. 

내 감정이 호감 정도면, 언니처럼 감정을 숨겼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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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성향은 언니 엘리너이실까요. 아니면 동생 메리앤에 가깝나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예의를 중시 여기는 언니 엘리너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감정은 마음속에 꽁꽁 묻어둔 채 혼자 가슴앓이를 합니다. 그와 달리 동생 메리앤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스스로의 판단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남자에게 쉽게 마음을 열어, 영화를 보는 내내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휴 그랜트(에드워드 패라스 역)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 대한 이야기는 먼저 이 작품의 원작이 된 <이성과 감성>을 쓴 제인 오스틴의 생애를 알면 그 배경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제인 오스틴(1775. 12. 16 ~ 1817. 7. 18)

제인 오스틴은 영국 햄프셔주 스티븐턴에서 교구 목사인 아버지 조지 오스틴과 어머니 커샌드라의 여덟 자녀 중 일곱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흥미를 보였고, 열두 살의 나이에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열아홉 살이던 1795년에 첫 장편소설 <엘리너와 메리앤>을 썼고, 이 작품은 후일 그녀의 대표작인 <이성과 감성>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같은 해에 토머스 르프로이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양가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엇갈려 결혼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만과 편견>의 초고에 해당하는 서간체 소설 <첫인상>을 집필했습니다. 1802년 여섯 살 연하인 명문가 출신 해리스 빅위더에게 청혼을 받고 승낙했으나, 사랑 없는 결혼에 회의를 느껴 이튿날 이를 번복하고 이후 평생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부친이 사망한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1809년 고향에서 멀지 않은 초턴에 정착, 이즈음부터 익명으로 작품들을 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1811년 <이성과 감성>을 시작으로 1813년 <오만과 편견>, 1814년 <맨스필드 파크>, 1815년 <에마>를 출간하는 등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갔으나 이듬해 <설득>을 탈고한 이후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되었습니다. 

1817년 마지막 소설 <샌디턴>의 집필을 시작했으나 건강 악화로 중단했고,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채 같은 해 7월 마흔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앨런 릭먼(브랜든 대령 역)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혹은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얼마만큼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좋을까요? 동생 메리앤이 첫눈에 반한 윌로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누가 보더라도 그들이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로 숨김없고 적극적으로 행동합니다. 

언니 엘리너는 그런 동생이 늘 걱정되는데요. 동생에게 마음이 있는 브랜든 대령에게 "동생은 감정을 숨기는 법이 없죠. 그 열정 때문에 품위를 잃을 때가 많아 탈이에요."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브랜든 대령은 "순수해서 그럴 겁니다. 세상의 이치를 알고 나면 곧 나아지겠죠.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라고 답하죠. 결국엔 스스로 경험한 후에나 알 수 있다는 것이겠네요. 시간이 흐른 뒤에 말이죠. 

 

"나의 감정에 대해서 당신이 오해를 했었다면 모두 내 잘못이었습니다."

 

메리앤과 특별한 약속까지 했으면서, 그렇게 야단스럽게 동네방네 연애를 해놓고는 런던으로 떠나버린 후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윌로비가 쓴 편지 내용. 사랑하다면서 메리앤의 머리카락까지 잘라 간직해 놓고는 이렇게 무책임하게 말하다니. 물론 결혼식을 올리는 메리앤의 모습을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윌로비의 모습에서 조금 안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돈과 재력을 쫓아간 윌로비도 메리앤을 사랑했던 그 감정만은 진심이었던 것 같아요.

 

결혼의 진실함은
어떤 방해도 허락하지 않는다

변화를 인정하고

고난에 굴복하는 사랑은
더 이상 진정한 사랑이 아닐지어다

오, 그것은 굳건하여
폭풍우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으리라



사랑은 환상일까, 감상일까?
그건 순결하고 영원한 진실
지나가는 젊음에 시드는
한 송이 꽃이 아니다
물도 없고 약속의 빚도 없는
불모지에도 자라는 것이다


더 얻는 것도
더 잃는 것도 없다
하나가 지나가고 나면
또 다른 게 오게 마련이다
잃을 것이 없으므로
그러나 구하라, 그러면...
찾으리라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각본을 엠마 톰슨이 맡은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엠마 톰슨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거든요.

엠마 톰슨은 이 작품뿐만 아니라 <라스트 크리스마스>와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내니 맥피 2: 유모와 마법소동>, <내니 맥피: 우리 유모는 마법사> 등에서도 빼어난 각색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워즈 엔드>에서 마거릿 슐레겔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엠마 톰슨이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서 보여준 내면연기도 돋보입니다. 

 

케이트 윈슬렛은 말할 필요가 없겠네요. <더 리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케이트 윈슬렛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출연한 영화 <타이타닉>으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녀가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막내딸의 명랑함을 비롯하여 여러 명의 조연 배우들의 연기 역시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그냥 그러한 시대물에 머물게 하지 않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1995년 뉴욕 비평가 협회상(감독상, 각본상)을 시작으로 1996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각색상을 받았습니다. 미국 작가 조합상(각색상), 미국 배우 조합상(영화부문 여우조연상), 베를린국제영화제(황금곰상), 골든 글로브 시상식(작품상_ 드라마, 각본상), LA 비평가 협회상(각본상),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각본상)에 이어 1997년 런던 비평가 협회상(영국작가상)도 받은 작품입니다. 

 

"한 사람의 행복은 다른 사람의 사랑에 달려 있지만, 항상 가능하진 않아. 우린 그걸 인정해야 해(앨리너)."

"항상 양보하고 받아들이고, 항상 신중하고 품위 있고. 언니 감정은 어디에 있어(메리앤)?"

"너는 너 아픈 것만 알지. 네가 내 감정을 어찌 알아? 그동안 가슴은 짓눌리는데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어. 이제 내 희망은 짓밟힐 수밖에 없었어. 나는 이제 그와는 영원히 끝난 거야. 침묵하지 않았으면 내 상심의 증거가 무수히 나왔을 거야(앨리너)."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감독은 영화 <색. 계>로 2007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 안 감독입니다. 19세기 영국을 무대로 한 시대극을 1991년에 데뷔한 신예의 동양감독에게 맡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센스 앤 센서빌리티> 속에 숨어 있는 이 안 감독의 화법을 눈여겨보시면서 영화를 감상하시는 것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문장을 좋아해서 <센스 앤 센서빌리티>도 좋아하고, <오만과 편견>을 좋아해서 <이성과 감성>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보고 나면, 다시 제인 오스틴의 책이 읽고 싶어집니다. 

아마 이 영화를 보시고 나면 손수건에 이니셜을 새겨 갖고 다니고 싶은 생각도 나실 것 같고요. 잠시 피아노 앞에 앉고도 싶고, 나무 위에 작은 아지트를 짓고 싶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이성과 감성.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통해 제인 오스틴이 우리에게 건넨 그 물음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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