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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련의 시간과 지적인 활력을 키워라, 바드 콘서바토리 학장 로버트 마틴

난짬뽕 2021. 1. 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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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바드 콘서바토리 로버트 마틴 학장은 연주가가 테크닉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음악과 순수학문과의 결합으로 인한 지적인 활력과 단련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 역시 첼리스트이자 철학교수입니다. 음악과 더불어 다른 학문적 지식을 쌓아 올리라고 조언하는 로버트 마틴 학장과의 2013년 인터뷰 내용입니다. 

 

 

젊은 음악가들이요!

단련의 시간과 지적인 활력을 키워라

바드 콘서바토리 학장

로버트 마틴

 

뉴욕의 바드 콘서바토리(Bard College Conservatory of Music)는 빼어난 교수진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세계 클래식 음악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의 유망한 음대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 입학 오디션 및 실내악 콘서트를 개최하기 위해 내한한 로버트 마틴(Robert Martin) 학장을 만나본다.

글 엄익순

 

 

한국 학생들의 가능성을 만나러 오다

뉴욕에 위치한 바드 콘서바토리는 미국 상위권의 음악대학으로서 실력 있는 연주가들을 배출하는 한편, 음악학사와 다른 순수학문 학사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복수 학위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곳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피터 제르킨을 비롯하여 소프라노 던 업쇼,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카바피안, 그리고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MIK 앙상블의 김수빈 바이올리니스트 등 굵직한 커리어를 가진 교수진들 역시 이곳의 자랑거리이다. 뿐만 아니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수석과 오보에 수석, 호른 수석, 바순 수석, 트롬본 수석과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드러커와 오라이언 스트링 콰르텟의 비올리스트 스티븐 테넨봄,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 대표 연주를 했던 클라리네티스트 앤서니 맥길 등도 바드 콘서바토리의 교수진들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독일,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는 바드 콘서바토리에서는 우리나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학 설명회와 함께 입학 희망자 1차 오디션을 서울에서 개최하였다. 

사진 Pete Mauney

 

"과거 수십 년 동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의 클래식 음악의 경이로운 발전은 클래식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많은 한국인 연주가들은 연주와 작곡에서 정점에 이르렀으며, 음악계의 기준을 높이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서울 오디션은 바드 콘서바토리에게 있어서 매우 뜻깊은 사전 오디션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별한 재능이 있거나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최종 오디션까지 마칠 수 있도록 장려할 계획입니다. 이번 서울 오디션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들을 수 있는, 각 학교의 학장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선 자신이 가장 편하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을, 더 나아가 자신의 색다른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을 선택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오디션에서 연주할 때 앞에서 듣고 있는 사람들이 학생들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며, 당신이 잘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 순간을 즐기고자 하는 기분으로 연주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복수 학위 프로그램 등 차별화된 교육과정

바드 콘서바토리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다른 대학의 음악교육과 차별화된 교육과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실기 위주의 프로그램. 약 90명의 학부생과 25명의 석사과정(성악과 지휘에 한정) 학생들, 그리고 학사 후 과정인 'Advanced Performance Studies'에 15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그 결과 각 학생들은 개인 집중 지도를 받을 수 있으며, 연주할 기회도 많이 제공받고 있다. 로버트 마틴 학장은 이러한 교육과정이 바로 바드 콘서바토리의 자랑이라고 강조한다. 

"매년마다 바드의 콘체르토 경연대회의 우승자는 솔리스트로서 레온 보트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의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기회를 가집니다. 저희 학생들은 연주에 관련된 음악 이론과 음악사를 통합한 '콘서바토리 세미나'라고 하는 독특한 네 가지 코스 과정을 이수하게 되며, 이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작곡에 대해서도 배우게 됩니다. 바드 콘서바토리의 입학 과정이 매우 까다로운 만큼, 일단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혜택이 주어지며, 재능 있고 기량이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연주하는 것을 즐기게 될 것입니다."

 

바드 콘서바토리의 교육과정 중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음악학사와 동시에 음악을 제외한 다른 순수학문 학사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복수 학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곳의 학생들은 5년 동안 두 개의 학위를 받게 되는 것. 그 결과 일부 졸업생들은 화학이나 경제학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개교한 지 9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바드 콘서바토리의 졸업생들은 세계 곳곳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줄리어드와 예일, 커티스 등의 대학원 과정으로 진학하여 음악공부를 계속하는 데에도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미국과 캐나다, 헝가리, 독일의 메이저 오케스트라나 체임버 오케스트라에 입단하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동시에 순수학문의 중요성까지 강조하는 특별한 이유가 궁금했다. 

 

"젊은 음악가들은 연주가로서 최대한의 가능성에 도달하기 위하여 최상급의 전인격적인 교육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 기회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전인격적인 교육은 자신의 커리어에 혜택을 주는 동시에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테크닉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순수학문과 과학이 줄 수 있는 단련의 시간과 지적인 활력이 필요합니다. 

저희 바드 콘서바토리에서는 이러한 이유에서 복수학위제를 2005년부터 채택해 온 것입니다. 그래서 한 명의 학생들에게 두 명의 지도교수가 배정된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라 할 수 있죠. 한 명은 콘서바토리에서 배정되며, 다른 한 명은 학생의 두 번째 전공 학과에서 배정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경제학과나 역사학과, 수학과, 문학과의 교수가 배정되는 식입니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중국 수조우 음악대학이 이와 같은 복수 학위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음악과 순수학문과의 결합을 시도하다

로버트 마틴 학장은 첼리스트이자 철학교수이기도 하다. 그는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것 또한 즐겼다고 한다. 커티스 음악원에 첼로 전공으로 합격했을 무렵, 근처에 있는 하버포트 칼리지에서도 합격통보를 받았는데, 그는 두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양쪽 학교에 고집스럽게 애원하여 결국 승낙을 받게 된다. 저명한 음악대학에 다니는 동시에, 다양한 공부를 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저는 프로 음악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 앞에서 약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순수학문 교육은 저의 안목과 인성에 크게 영향을 끼쳤으며, 저의 음악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해 주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철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어떤 실용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철학 자체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 후 커티스와 하버포드를 졸업하고 나서도 학문의 천국에서 계속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했던 때에 예일에서 철학으로 박사 공부를 하게 된 것입니다."

사진협조 영앤잎섬

 

철학교수로 임명받았고, 동시에 첼리스트로서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행보였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던 중 순수학문 칼리지에 새로운 음악 콘서바토리를 설립할 수 있는 기회가 로버트 마틴에게 찾아온다. 훌륭한 지휘자이며 음악사가인 레온 보트 스타인이 이끄는 150년 전통의 까다롭기로 유명한 바드 칼리지가 그에게 제안을 해온 것이다. 그리하여 2005년에 설립된 학교가 바드 콘서바토리이다. 

 

"음악은 삶의 일부입니다. 이는 건축, 정치, 역사, 경제, 심리학, 문학, 수학, 윤리를 비롯한 인간 활동의 다른 영역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최고 가능성에 도달하려면 젊은 음악가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와 표현, 문학의 넓은 세계와 이어져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순수학문 교육의 가치는 분명히 음악에 대해 깊게 배우는 것과 청중들과 교감하는 것, 그리고 성공적인 경력을 쌓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들입니다. 아마도 저는 대부분의 음악가들이 이에 동의한다고 봅니다.

 

다만 학생들이 순수학문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 충분한 연습시간을 낼 수 있느냐에 관해서 의문을 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에 대해 저는 이렇게 답하고자 합니다. 이 시대의 젊은 음악가들은 테크닉에 있어서 어린 나이에 기이할 정도로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18세 정도가 되었을 무렵 그들은 다른 공부를 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봅니다. 심지어 영어를 더 배울 필요가 있는 바드 콘서바토리의 외국 학생들도 그들의 연주 실력을 축내지 않고도 자신의 두 번째 전공을 훌륭히 해내는 것을 직접 보게 됩니다. 

 

이제 음악가들에게 연습만이 우세했던 시대가 바뀌는 시점이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기회들을 동일하게 가질 수 있도록, 음악과 더불어 다른 학문적 지식을 쌓아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로버트 마틴 학장은 앞으로의 클래식 음악교육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 음악가들이 악보에만 갇혀있지 않고, 여러 학문과 서로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드 콘서바토리의 교육이념을 많은 음악인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로버트 마틴 학자의 음악적 철학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Vol. 75 NOVEMBE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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