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거장이 들려주는 건반 위의 노래와 시, 피아니스트 김대진

난짬뽕 2021. 1. 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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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에서의 연주자와 청중과의 완벽한 교감, 그것은 바로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선물입니다. 빼어난 테크닉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연주자는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음악적 교감을 느끼게 하여 마음의 파도를 출렁이게 하고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피아니스트 김대진을 떠올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지난 2011년 8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 교수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교수님은 새롭게 발매하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앨범과 함께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계셨습니다. 현재는 한예종 음악원 원장으로,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의 든든한 울타리이자 보다 더 나은 도약을 이끌고 계신 피아니스트 김대진 교수님의 말씀을 소개합니다.  

 

 

거장이 들려주는 건반 위의 노래와 시

피아니스트 김대진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설렘과 행복함을 안겨주는 피아니스트 김대진. 유수의 국내외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예술감독과 음악감독으로, 지휘자로서, 그리고 제자들을 세계적인 음악가로 키워낸 훌륭한 교육자로서 항상 다른 연주자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낮추었던 진정한 거장. 무대에서의 그의 모습은 언제나 열정적이다. 피아니스트로서 김대진은 자신만의 향기를 뚜렷하게 청중들에게 선사한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던 사람들조차 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작품과 작곡자를 향한 섬세한 감정의 동요를 이끌어내는 신비스러움이 있다. 무대에 선 연주자와 하나가 되어 음악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은, 오롯이 그 연주자를 신뢰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글 엄익순 

 

한국이 클래식의 중심이 되는 날을 꿈꾸다

"제가 소망하는 개인적인 꿈은 단 하나입니다. 클래식을 공부하기 위해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유학을 오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가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클래식의 발상지인 유럽으로 유학을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 시절부터 그의 제자였던 김선욱이 2006년 영국 리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자, 이러한 고정관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2위 수상자인 손열음 역시 김대진의 제자인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오히려 외국 클래식계의 관심이 우리나라에 집중되었다. 국제 콩쿠르에서 순수 국내파 피아니스트들이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를 계기로 유학을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기량을 닦은 음악인들의 수준이 세계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사진 이준용 / 한예종에서 진행된 인터뷰 사진입니다 

 

11세 때 국립교향악단과의 협연을 통해 호평을 받았던 피아니스트 김대진은 1974년 예원콩쿠르를 비롯하여 1975년 이화·경향콩쿠르, 1979년 동아음악콩쿠르에서 모두 1위에 입상하여 촉망받는 연주자로 두각을 나타내었다. 특히 동아음악콩쿠르에서는 전 부문에 걸쳐 가장 우수한 연주자에게 주는 대상을 받았으며, 줄리아드 음대 재학 중에는 제6회 로베르 카사드쉬 국제 피아노 콩쿠르(현 클리브랜드 국제 콩쿠르) 1위의 영예를 안아 클래식 음악계의 찬사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해외에서 피아니스트로서의 입지를 굳힌 김대진이 맨해튼 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우리나라를 클래식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연주자들의 실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그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죠. 그로 인해 서양 음악계는 한국의 음악교육 환경과 음악가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나아가야죠."

 

국내 음악계의 활성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세계 정상급 음악인들을 배출한 우리나라. 굳이 유학을 가지 않고서도 유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에서 먼저 초청 연주회를 마련하고, 발전적인 기반을 마련해 놓기도 한다. 그러한 시점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작 우리나라에서의 무관심이라고 피아니스트 김대진은 말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음악에 대한 교육열이 매우 높습니다. 자녀들에게 음악교육을 시키고 싶은 부모들도 많고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공연장을 직접 찾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음악의 세계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무대를 통해 그 안에서 감명을 받아야 음악적 동기가 생성될 텐데, 정작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조차 국내 연주자들의 무대를 외면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반면 외국 아티스트라면 무조건 훌륭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더군요. 오로지 해외 연주자들의 내한공연에만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 그들은 마치 엄청나게 비싼 입장권이 자신의 음악적 수준인 것처럼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진 연주가는 아니지만 프로그램이 좋아서, 혹은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진정한 관객들이 계셔서 이만큼 우리나라의 클래식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요즘 아시아는 물론 세계를 뒤흔든 K-Pop의 도약을 보며, 그는 솔직히 부러웠다고 한다. 또한 무척이나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국내 클래식계에도 매우 우수한 음악인들이 많은데, 해외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혜안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공연기획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김선욱이나 손열음이 국제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자, 많은 기획사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정작 어느 한 군데에서도 해외 연주회를 해보겠다는 곳은 없더군요. 우리나라에 훌륭한 재원들이 많다는 것은 이미 세계무대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이제는 해외 아티스트들을 수입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훌륭한 연주자들을 세계에 소개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진 기획사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해외 유수의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이기도 한 피아니스트 김대진. 이제 콩쿠르의 파이널리스트 최종 결선 진출에는 언제나 한국인들이 오를 만큼, 우리나라 젊은 연주자들의 실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심사위원으로서 그들을 바라보는 김대진의 마음은 안타깝다. 콩쿠르에 참여한 연주자들이 있는 나라에서는 국가적으로 관심을 갖고 제외공관에서 사람들이 직접 나와 그들을 격려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연주자는 없으나, 심사위원이 참가한 나라들에서도 대사관 사람들이 콩쿠르 무대를 함께하면서 세심한 배려를 해주는 일도 있다. 그것은 콩쿠르에 참여하는 연주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큰 격려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연주자들은 외롭다. 오롯이 자신 혼자만의 홀로서기인 것이다. 수상을 하고나서 화려한 격찬을 해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한 나라의 음악 발전을 위한다면, 이제는 국가가 연주자들을 보호하고 배려해 주었으면 한다. 그것은 큰 예산을 들여 어떤 정책을 수립하는 거창한 일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국제 콩쿠르 무대에 설 때, 그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는 국가의 국민이 되고 싶다. 

 

김대진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은 피아노를 사랑하면서 공부하고, 삶을 나눌 수 있게 한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한다.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피아노 선율 역시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선물이다. 

Vol. 49 SEPTEMBER 2011 현대음악 <뮤직프렌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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