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에이지 국악그룹 IS는 '국악의 대중화'를 이루고 싶은 우리나라 전통음악 연주가들이 모여 만들어졌습니다. 가야금과 거문고, 해금 연주가인 이들은 세 쌍둥이 자매입니다.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마음이지만, 그것이 결코 국악의 본래 이미지를 훼손한다거나 대중음악을 그대로 흉내 낸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할 때, 그들의 진심 어린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많은 영화 음악감독들과 작업을 같이 했다는 IS를 만난 것은 2011년 6월이었습니다. 근래에는 그들의 소식을 듣지 못해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국악의 맥을 짚어
무한한 소리의 미래를 열다
뉴에이지 국악그룹
IS (Infinity of Sound)
가야금과 거문고, 해금의 아름다운 선율이 한데 어우러져 영감적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마치 구름 위에 걸터앉아 세상의 희로애락을 바라보며 명상하는 듯한 삶의 여백이 느껴지는가 하면, 어느새 잔잔한 감성 속에서 내뿜어지는 뜨거운 열정이 청자의 영혼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세 쌍둥이 자매로 구성된 뉴에이지 국악그룹 IS(Infinity of Sound)의 음악세계는 그래서 언제나 싱그럽고 달콤하다. IS가 우리들에게 건네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살아 있는 음악'.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주는, 우리 국악의 맥을 짚어 무한한 소리의 미래를 엿보게 해 준다.
글 엄익순
무한한 음악세계, 국악의 대중화를 꿈꾸다
가야금 김진아, 거문고 김선아, 해금 김민아는 국악을 전공한 쌍둥이 자매이다. 선화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이들 자매는 전국 국악경연대회 우수상(1998년 김민아), 난계국악경연대회 우수상(2001년 김진아), 동랑 국악경연대회 금상(2001년 김선아), 음악협회 주최 전국 음악콩쿠르 2위(2002년 김민아), 전통예술경연대회 2위(2002년 김진아), 김해 전국 가야금 경연대회 우수상(2008년 김진아)을 비롯 각종 경연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우리나라 전통음악 연주가들이다. 국악계에서 장래가 촉망되던 젊은 그들이 'IS(Infinity of Sound)'라는 이름으로 함께 음악 활동을 시작한 뜻과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국악의 대중화'를 이루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어요. 사람들이 보다 친근하게 우리의 전통음악을 즐기고, 어느 장소에서든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음악이 국악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러한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어요. 물론 예전과 비교할 때 국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다른 장르의 음악보다 대중적이지는 않잖아요. 반면 서양음악인 클래식은 우리들의 생활 전반에 다양한 형태로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데, 정작 한국의 전통음악인 국악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죠. 우리 국악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젊은 도전정신을 가지고 의기투합한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양악기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악기에 대해서는 많이 낯설고, 오페라 아리아나 클래식 연주가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국악인의 이름은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국악과 대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다. 동시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전통음악.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대중 앞에 거부감 없이 다가가야 함을 느꼈다.
MBC 드라마 <궁S>에 궁중악사로 깜짝 출연하여 현대적 감각의 국악을 선보인 것도, 또한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와 TV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등에서의 연기도, 그리고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하여 세련된 기교로 우리의 국악기를 연주한 것 역시 모두 '국악은 지루하고 진부하다'라는 선입견을 깨뜨리고 싶은 의도에서였다.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 결코 국악의 본래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대중음악을 그대로 흉내 낸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에요. 저희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최대한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그 위에 제4의 악기인 저희들의 목소리를 가미한 거예요. 가야금과 거문고, 해금의 매력을 최대한 발산시키면서 노래도 함께 조화시킨 것이죠."
세 자매가 함께 지은 그룹명 'IS'는 그녀들의 음악세계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무한한 소리'를 통해 국악의 대중화를 이루고자 하는 IS만의 색채. 이미 그 간절한 바람이 우리들의 귓가에 다가와 살포시 입맞춤한다.
세계인의 마음을 매료시킬 수 있는 국악의 청아함
서양악기의 전자음을 섞지 않고 어쿠스틱 악기와 자신들의 목소리만을 담은 데뷔 앨범 <Step One>(2007년)은 국악이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준 희기적인 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국악 앨범에 보컬이 들어간 경우에는 국악적인 창법을 사용한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IS는 국악 반주에 대중가요를 부르듯이 노래하여 신선함을 안겨줬다. 특히 수록된 모든 곡들은 영상적인 색채감이 뛰어나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러시아의 국민가요인 '백만 송이 장미'는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곡이다. 25현 가야금과 철가야금, 양금 등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우울한 풍광에 얹힌 세 자매의 목소리가 절제된 슬픔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프로듀서 원일(영화 <꽃잎>)을 비롯하여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강기영(영화 <나쁜 영화>), 장영규(영화 <복수는 나의 것>), 방준석(영화 <너는 내 운명>) 등 유명한 영화음악 감독들이 함께 작업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미니앨범인 <In Dreams Volume 1>에는 총 6곡이 담겨 있는데, 일렉트로닉 음악과의 적극적인 교류가 시선을 끈다. 프로듀서 Kayip(2008년 영국 'Aberdeen Music Prize' 우승)과 작업하였는데, 특히 IS가 처음으로 작곡과 편곡에 참여하여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0년 선보인 두 번째 미니앨범 <In Dreams Volume 2>는 한국의 전통음악을 Pop 음악의 문법을 통해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가장 큰 특징이다. 2010년 플랑드르 국제영화제에서 음악상을 수상한 김홍집(영화 <그때 그 사람들>, <하녀> 음악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이상은이 불렀던 '새'의 리메이크 버전과 노영심이 작사·작곡한 '크리스마스 한정식' 등이 담겨 있다.
"2007년 8월 일본 토야마에서 열린 스키야키 월드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적이 있어요. 한국 대표로서의 부담감과 동시에 세계적인 음악인들과의 만남에 무척이나 긴장되고 설레었는데요. '과연 우리의 국악기 소리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비칠까?' 걱정되었는데, 그때 저희들의 음악을 듣고 호감을 느낀 카메룬의 뮤지션 Erik Aliana로부터 함께 음악 작업을 하자는 제의를 받았고, 그래서 만들어진 곡이 바로 'Mouana'입니다."
<In Dreams Volume 2>에 수록된 이 곡은 3년여의 시간에 걸쳐 만들어져 더욱 애정이 간다고 한다. 두 개의 기타와 가야금, 거문고, 해금은 물론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 Udu 등 전자음이 배제된 어쿠스틱 악기와 담담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Erik Aliana의 보컬, 그리고 IS의 코러스가 함께 조화를 이뤄 최상의 화음을 발산하고 있다. 카메룬 오사낭가 부족어로 구성된 가사가 조금은 낯설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노래하고 있는 그 곡을 듣고 있노라면 삶에 대한 깊은 성찰마저 느껴진다.
"세계의 뮤지션들이 음악을 통해 서로 친구가 되고,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격스러웠어요. 또한 우리의 전통음악이 그들을 매료시키고, IS의 음악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직접 느끼면서 '국악이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IS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음악적 눈과 귀를 갈고닦아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낼 각오예요."
IS만의 음악적 장르를 개척하다
국악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과 동시에 대중화를 함께 실현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대중성에 무게중심이 치우치면 표면적 형식이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고, 전통만을 고집한다면 때로는 사람들에게 무거운 거리감을 던져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국악의 전통을 지켜가면서도 대중들의 사랑을 함께 받고 있는 IS의 앞으로의 음악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화려한 선율의 가야금으로 음악의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린 후에, 남성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 거문고로 세세한 기교들까지 감싸 안으며 마치 대화를 나누듯 해금의 추상적인 멜로디로 음악적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세 자매의 모습과 닮아 있다.
"뉴에이지 국악그룹으로서 'IS'의 존재 이유는 오직 '음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의되었으면 해요. 아무래도 '세 쌍둥이'라는 수식어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과 음악 안에서 서로 소통하고 교감을 느꼈으면 하는 것이 저희들의 바람입니다."
요즈음 그녀들은 창작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첫 번째 미니앨범에서 이미 작곡과 편곡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보다 깊이 있는 음악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조만간 다양한 스타일의 자작곡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들 모두 피아노는 기본, 하프와 플루트, 기타, 클라리넷 등의 연주 솜씨 또한 전문 음악인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인체 드롱잉을 즐기거나 미술 작품에 대한 감상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러한 다양한 예술적 접근들은 모두 IS만의 음악적 장르를 개척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국악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그 자체가 고정화되어 있지 않은 음악이라는 것이다.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을 어떻게 그려나가느냐에 따라서 듣는 이의 마음에 웃음을 머금게 하기도 하며, 때로는 감추어진 감정을 드러내게 하여 한없이 눈물짓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IS가 '국악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전통음악이 지닌 깊은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맛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더 나아가서 '국악의 세계화'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오래지 않아 새롭게 선보일 IS만의 음악적 향기에 벌써부터 마음이 취하는 듯하다. 젊은 도전정신과 치열한 예술혼으로 국악의 정수를 간직한 채 새 지평을 열어가는 발걸음을, 부단히 전진해주기를 바란다.
Vol. 47 JULY 2011 Music Friends
'그 모든 아름다움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애를 넘은 천상의 어울림, 온누리 사랑챔버 오케스트라 (73) | 2021.01.24 |
---|---|
다시 낭만을 찾아서, 비올리스트 오순화 (51) | 2021.01.23 |
무지갯빛 사랑의 하모니, 다문화가정 어린이 합창단 레인보우 합창단 (42) | 2021.01.21 |
지성과 감성 사이의 음악적 징검다리, 피아니스트 조은아 (45) | 2021.01.20 |
음악이 전하는 행복바이러스, 이화여대 첼로 앙상블 이화첼리 (40) | 2021.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