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무지갯빛 사랑의 하모니, 다문화가정 어린이 합창단 레인보우 합창단

난짬뽕 2021. 1. 2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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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레인보우 합창단을 인터뷰 한 이후, 지금까지 레인보우 합창단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언론을 통해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들려왔습니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소식들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합창단을 창단하면서 가졌던 초심만큼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무지갯빛 사랑의 하모니, 희망을 노래하다

다문화가정 어린이 합창단

레인보우 합창단

 

 

'레인보우 합창단'은 지난 2009년 7월 (사)한국다문화센터에서 국내 최초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창단한 합창단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남녀 혼성으로 구성된 이 합창단의 단원들 중에는 피부색이 다르고 부모의 나라가 한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교에서나 혹은 사회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이도 있다. 그들이 하나가 되어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화음은 노래 그 이상의 메시지가 되어 메아리처럼 울린다. 그것은 바로 서로 간의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 '차이'일 뿐이라는 작은 속삭임은 아닐까.

글 엄익순

 

 

노래의 날개 위에 피어오르는 푸른 꿈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연습실에 모인 '레인보우 합창단' 단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웃음꽃을 피우는가 하면, 몇몇은 지휘와 반주를 해주는 자원봉사 대학생 선생님들 앞에서 친구들과의 갈등을 털어놓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공식적으로는 매주 두 번씩 모여 두 시간씩 합창 및 안무 연습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는 40여 명 단원들의 노랫소리뿐만 아니라, 부모님께도 털어놓기 어려웠던 고민들이 쏟아져 나올 때가 더 많은 듯했다. 

'우리나라에서 살지 말고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은 단원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한 번씩은 들어봤던 말이라고 한다. 심지어 우연히 몸에 손이라도 부딪히게 되면 '우리 엄마가 너희들은 더럽다고 말씀하셨단 말이야!'라고 소리치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단다. 아직도 이런 못난 학부모와 그릇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있다니 개탄할 일이지만, 학교 친구로부터 놀림을 받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었으며, 왕따를 당하는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조차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 번은 합창단의 연습이 있는 어느 토요일 오후,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필리핀 이주여성이 얼굴이 상기되어 뛰어들어 왔다. 집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연습실에 혼자 보내기가 염려되어 딸을 데려다 주기 위해 함께 집을 나섰는데, 지하철에서 그만 딸을 잃어버렸다는 것. 한국다문화센터 연구소장 겸 레인보우 합창단장인 이현정 단장을 비롯하여 다문화센터 직원들이 모두 지하철역으로 향했을 때, 역내 화장실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머리를 파묻고 울고 있는 그녀의 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소녀는 엄마와 손을 잡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흘깃흘깃 훔쳐보면서 귓속말을 나누는 것을 보며 창피함을 느꼈다고 한다.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동물원의 구경거리가 된 듯한 생각이 들어 엄마 손을 살그머니 놓아버리고 사람들이 엄마와 자신을 아무 사이가 아닌 것처럼 생각되도록 화장실에 들어와 버렸다고···.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사춘기가 아닌 어린 시기에 이미 또 한 번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듯했다. 그러한 아이들이 '레인보우 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되면서부터 변해가기 시작했다. 일본인 엄마를 둔 건욱이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생활에 매우 소극적인 아이였다. 그런데 합창단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아 매사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더니 친구들의 인기를 얻어 회장까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중학생이 되어 공부에 빠져 있는 욕심 많은 엄친아가 되어 합창단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도 들려주는 멋진 선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합창을 통해 자신들도 이 사회에서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지금 미래를 향한 꿈을 꾸고 있다. 저마다 소리 높여 하고픈 일이 너무 많다며 밝은 표정을 짓는다. '레인보우 합창단'의 하모니가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함께 사는 세상을 그리다

지난 2009년에 창단된 '레인보우 합창단'. 이주노동자들이나 유학생과 같이 자신들의 의지에 의해 한국에 정착한 다문화 1세대와는 달리, 그러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1.5~2세대들은 우리나라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주변인으로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생활하고 있었다. 현재 '레인보우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이현정 단장은 이러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갈등들이 곧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서울·경기 지역의 대학생들이 1:1 멘토가 되어 그들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는데,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받은 아픔이 너무나 깊어서인지 상처가 치유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나 느리게만 느껴졌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합창단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물론 다른 문화예술 영역도 떠올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음악만큼 사람의 심리를 바로잡아 줄 큰 힘은 없었다고 말한다. 특히 노래를 통해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던 아픔을 조금씩 희석시키고, 잠재되어 있던 스트레스를 허공에 뿌려버리게 되자 아이들의 표정부터 달라졌다. 노래를 한 곡 한 곡 부를 때마다 자신감이 생겨났고, 자신들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느끼게 되었다. 

사진협조 (사)한국다문화센터

 

그러나 처음부터 '레인보우 합창단'의 창단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우선 합창단을 구성할 단원이 모여지지 않았던 것. 내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합창단에는 줄을 서서 입단을 기다릴 만큼 관심이 많았지만,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은 물론 그들의 부모들조차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결국에는 전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직접 찾아다니며 선생님들을 찾아뵙고 협조를 구해 겨우 33명의 창단 단원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난관은 이들의 노래 실력. 음정과 박자는 차치하더라도,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레인보우 합창단'의 창단 취지를 듣고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개인 레슨을 자청하는 등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단원들의 실력을 키워갈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음악

창단 초기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레인보우 합창단'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합창단이 되었다. 일본과 중국, 필리핀, 파라과이, 러시아, 몽골, 태국, 이라크 등 다양한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라는 것이 지금은 오히려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국가 정상들의 회담이 있을 때마다 초대되어 민간외교를 펼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전 지역의 아리랑을 한데 묶은 '아리랑 메들리'는 레인보우 합창단의 대명사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공연을 위해 아침 8시에 모여 밤 11시까지 무대 뒤에서 꼼짝 못 하고 대기하면서도 누구 한 명 불평을 하는 단원이 없었다고 한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어디로 튀어갈지 모르는 나이 어린 학생들이 완벽하게 하나가 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그것이 바로 음악의 힘은 아니었을까. 대통령 앞에서도 조금의 떨림 없이 목청을 가다듬고, 월드컵 개막식을 축하하는 공연은 물론 세계적인 소프라노 신영옥 씨와도 함께 무대에 올랐으며, 청와대 만찬 공연에서 이라크 총리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당당한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합창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또 변화하는 우리 사회에 행복을 전파하고 있는 레인보우 합창단. 그들이 앞으로 수놓게 될 무지갯빛 화음이 어떠한 꽃봉오리가 되어 희망과 꿈을 활짝 피우게 될지 환한 내일을 기대한다. 

Vol. 47 JULY 2011 Music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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