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음악이 전하는 행복바이러스, 이화여대 첼로 앙상블 이화첼리

난짬뽕 2021. 1. 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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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이화첼리를 창단한 배일환 교수님을 뵙기 위해 이화여대로 가는 길은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그늘만 찾아 걷고 있어도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내리쬐는 태양이 너무나 뜨거웠어요. 그런데 이화첼리의 재능 나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속까지 시원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화첼리의 음악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아름다운 향기가 울려 퍼집니다.

 

 

음악이 전하는 행복바이러스, 사람을 치유하다

이화여대 첼로 앙상블

이화첼리

 

 

'이화첼리'는 이화여대 관현악과 첼로 전공 학부생과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첼로 앙상블이다. 지난 2004년 창단된 이후, 배일환 교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들의 연주는 이웃과 사랑을 나누고 베풀기 위한 나눔의 무대이기 때문에 더욱더 아름답다. 상처 받은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이화첼리는 음악을 통해 이 세상에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글 엄익순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재능기부

2011년 가수 김장훈과 함께 연평도의 밤을 평화의 소리로 수놓았던 '이화첼리'는 그동안 일본 가고시마현 재활복지센터 봉사연주를 비롯하여 장애우와 함께하는 '뷰티플마인드' 자선 연주인 '사랑 나눔 콘서트'와 '한국컴패션과 뷰티플마인드가 함께하는 디너 콘서트', 삼성 리움 초청 기획 연주, 세브란스 병원 환자와 교직원을 위한 연주 등 이웃과 사랑을 나누고 베풀기 위한 정기적인 연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4년 창단 이래, 클래식에 한정된 음악이 아닌 대중들에게 친숙한 팝이나 탱고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폭넓은 연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0년 태국에서 음악캠프를 진행할 때였어요. 무대가 마련된 곳까지 무려 5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선교사님이 데리고 왔었지요. 먼 길을 오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저희들이 한 곡 한 곡 연주할 때마다 마치 그 음악 속으로 빠져들듯이 잘 듣고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공연이 끝난 후에 첼로도 직접 만져보도록 해줬죠. 그런데 너무나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신기해하더군요. 지금까지 첼로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고, 첼로를 본 것 역시 그 날이 처음이래요. 비록 생활은 넉넉하지 못하지만 맑디 맑은 그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공연을 주최했던 분들과 힘을 모아 바이올린 몇 대를 마련하여 기증했어요. 이화첼리의 모든 공연들이 다 소중하지만,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화첼리의 창단을 함께했고, 지금까지 학생들을 지도하며 연주 봉사활동을 이끌고 있는 이화여대 관현악과 교수이자, 공연예술대학원 교학부장인 배일환 교수는 아직도 태국 캠프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는지 얼굴 가득 미소가 번졌다. 

 

"8월에는 중국 도문 시에서 열리는 '두만강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돼요. 사랑과 평화를 염원하는 음악회입니다. 그런데 음악당이 설치된 곳이 두만강을 가운데 두고 불과 50미터밖에 북한과 떨어져 있지 않아요. 저희들의 연주를 강 건너 북한 주민들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왠지 기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저희들은 연주뿐만 아니라, 피리 160개를 마련해 가서 음악당을 찾은 아이들에게 기증도 하고 직접 가르쳐주기도 할 계획이에요. 비록 별것 아닌 조그만 체험활동이지만, 그로 인해 그곳의 아이들이 잠시나마 행복함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촌 아이들을 위한 작은 정성을 마련하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첼로 앙상블은 적지 않겠지만, 그중에서도 오로지 나눔 연주를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앙상블은 '이화첼리'가 최초이며 유일하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단지 자신들이 가진 음악적 재능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고, 그들의 지친 심신을 위로해주기 위해 연주할 뿐이다. 

"지난 2006년 첫 번째 앨범에 이어 올가을이 오기 전에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에요. 졸업생들까지 함께 참여하여, 약 40여 명의 연주가 이번 앨범에 녹아 있죠. 특히 시각장애 클라리넷 연주자인 이상재 선생과 함께 녹음할 수 있어 더 좋았어요. 클래식은 물론 탱고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수록했는데, 특히 비발디의 <사계> 중 봄·여름·가을·겨울의 1악장을 모두 담았답니다. 그 느낌이 좋으실 거예요."

사진제공 이화첼리

 

이화첼리의 두 번째 앨범의 수익금은 모두 기아대책기구에 기부된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화첼리가 그동안 남모르게 매달 정기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곳만 해도 두 곳이나 된다. 그들이 바쁜 학교 생활과 연습시간을 쪼개면서까지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배일환 교수는 그것을 '사랑의 힘'이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문화나 종교, 국경을 뛰어넘는 세계 공통어이죠. 봉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고 합니다. 아까우면서도 나누는 것, 할 수 없이 나누는 것, 아깝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지만 그래도 감사하며 나누는 것. 그러나 제가 생각할 때 봉사는 거창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몸에 배면 자연스러운 것이 될 수 있어요. 오히려 저희들의 음악적 재능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그들의 음악에서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 첼로. 그러나 이화첼리의 음악에서는 아름다운 꽃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연주회가 있어 함께 이동이라도 하려면 첼로 크기가 한 사람 몫을 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두 배씩 준비해야만 한다. 각 학년에 5명씩 구성된 학부생과 대학원생, 그리고 졸업생까지 각자의 생활이 달랐기 때문에 연습시간은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이뤄져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단된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마찰도 없이 오히려 더 왕성한 활동을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화첼리의 단원들은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화첼리'라는 이름으로 뭉쳐진 가족 같아요. 연주활동을 한다는 것이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연습을 하면서 더 친해졌어요. 특히 단체생활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1학년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경험이 된답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선배들이 먼저 다가가서 조언을 해주고요. 배일환 교수님도 마찬가지예요. 스승과 제자 사이가 조금은 어려운 관계인데, 워낙 다정다감하고 저희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셔서 그런지 남자 친구 얘기는 물론 고민 상담까지 할 정도니까요."

 

 

배일환 교수의 고마움에 대한 표현으로 이화첼리 앙상블은 지난 스승의 날, '월드 베스트 티처'라는 이름의 감사패를 만들어 드렸다고 한다. 배일환 교수는 개인적으로 '문화를 통해서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음악인으로도 유명하다. 국내외에서 자선음악회를 펼치며 소외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장애인들도 연주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악기를 기부하거나 직접 실기를 지도하기도 한다. 현재 전 세계를 대상으로 다양한 연주활동을 통해 자선행사를 펼쳐온 문화외교 자선단체인 (사)뷰티플마인드의 총괄이사이면서, 국제기아 대책기구의 음악대사로도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훌륭한 스승과 제자들, 그것이 이화첼리의 음악에서 향기가 나는 이유이다. 그들은 항상 연주를 위해 무대 위에 올라서면,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생각도 한층 더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연평도에 갔을 때 느끼게 되는 것들, 혹은 장애인 시설에서 몸이 불편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들었던 생각들, 그리고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낙후된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친구들 앞에서 그녀들은 줄곧 무엇인가를 배우고 오는 것 같다고 한다. 풍요로운 생활 속에서도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던 자신들의 모습이 한없이 부끄럽고, 진심으로 반성도 한다. 그리고 바로 '남들에게 베풀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비록 학생의 신분이기 때문에 더 큰 나눔을 실현할 수는 없지만, 재능기부를 비롯한 더 많은 방법의 봉사를 마음속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때때로 스스로에게 격려한다. 이화첼리를 창단할 때 남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그때의 초심을 결코 잊지 말자고 말이다.

 

"첼로라는 악기가 커서, 그것을 연주하는 저희들의 마음도 함께 커진 것 같아요."

 

언제, 어디서든, 누군가가 그들의 음악을 듣고 희망을 느낄 수 있다면 이화첼리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또한 그것은 그들이 '이화첼리'라는 이름으로 연주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화첼리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을 매개체로 한 행복바이러스이다. 그들과의 동행이 첼로의 선율만큼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Vol. 48 AUGUST 2011 Music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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