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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재와 키완>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인간다움에 대하여

난짬뽕 2024. 4. 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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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재와 키완 
  • 두 아이가 만난 괴물에 대한 기록
  • 제1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 글쓴이: 오하림
  • 그린이: 애슝
  • 1판 1쇄: 2018년 11월 15일
  • 펴낸곳: (주)문학동네

 

<순재와 키완>

우리들이 품고 있는 '괴물'은 무엇일까

<순재와 키완>제1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두 아이가 만난 괴물에 대한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괴물"이 등장하는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이 세상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 아침을 먹고 나서 들른 도서관에서 눈에 띈 이 책 <순재와 키완>을 새로 들어온 책 코너 앞에 서서 한 호흡에 다 읽어버렸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 한순간에 부모를 잃은 전학생과 그를 따뜻하게 대하는 마음씨 착한 친구의 어린 시절 우정에 관한 이야기인 듯싶었는데, 내가 미루어 짐작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깊은 메시지를 건네주었다. 

 

책 제목처럼 순재와 키완 사이의 이야기인 이 작품에는 감정과 의지가 내재되어 있는 인공지능 로봇도 등장하며, 과거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침 아침에 남편과 함께 인공지능 로봇에 지배당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한 편을 보았는데, 그와 맞물려 이 책에 나오는 로봇 필립과 영화 속 로봇들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이 녀석을 살려서 박사는 뭘 어쩔 셈인가! 필립이는 생각했다. 차순재를 살려 버리면, 박사는 더 이상 '순재'를 만드는 일에 인생을 통째로 바칠 이유가 없었다. 목적과 계기가 사라져 버리면 키완 바익은 자신같이 위대한 발명품을 만들기는 커녕 변변찮은 로봇 박사도 되지 못할 터였다. 한 가지는 확실히 하자, 필립이는 박사가 미웠다. 하지만 박사는 '순재SN-3-971'을 만들어 인류 기술의 발전에 이바지할 의무가 있었다. 이를 위해 순재가 죽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p 81
"차순재가 죽으면 박사는 인류의 과학과 기술, 그 밖의 모든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될 거야. 나를 만듦으로써 말이야. 세계 최초로 당신이 나를 만들고, 당신과 내 이름이 역사에 길이 남아. 날 과거로 보내 버리지 않으면 더 오래 남겠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위해 아홉 살짜리 아이 하나를 잃어야 한다면, 아주 나쁘지만은 않은 조건이야. 당신은 그걸 생각하면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돼."  p 107

 

인간과 구별이 불가능할 만큼의 외모와 스스로 판단하는 자율적인 사고는 물론 자신을 만든 개발자에게 조언하고 화를 내는 감정까지 지닌 이 책 속의 로봇은 미래의 과학기술 발전과 인류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 사람의 생명도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람의 생각보다 더 사람처럼 사고하는 로봇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순재는 왜 아이들이 키완을 상처 입히는 데서 웃음과 유쾌함을 찾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상대를 괴롭게 하는 장난은 더 이상 장난이라 부를 수도 없고, 자신의 추악한 밑바닥을 드러낼 뿐임을 모르는 것처럼, 아이들은 웃었다.  p 48~49

 

<순재와 키완> 이 책에서 언급되는 "괴물"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처음에는 한 아이로부터 부모님을 빼앗아 간, 그리고 그 이후 홀로 남은 아이에게 소중한 존재였던 친구까지 보지 못하게 하는 "죽음"을 비유한 것이라고 여겨졌지만, 생김새가 눈에 띄고 발음이 조금 어눌하다는 이유로 키완을 괴물이라고 놀려대는 아이들의 모습 역시 괴물처럼 느껴졌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책 후반부에서는 이윤과 편리를 위해 목숨을 수단화하는 사람들의 낯빛을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순재와 키완, 그리고 로봇 필립

어린 시절 타국에서 사고로 아빠와 엄마를 잃은 기완은 하루아침에 키완 바익의 이름이 된다. 이미 한번 무너진 어린 키완의 세상에 순재는 위로이자 버팀목, 그가 믿고 의지하는 소중한 친구이다. 그러나 아홉 살 무렵 순재는 교통사고로 죽는다.  순재의 사고 직후, 키완은 양부의 후원으로 유학길에 올라 로봇공학의 세계에 빠진다. 그는 사람에 가장 가까운 로봇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쳐 여든이 넘은 나이에 성공한다. 키완의 목표는 순재를 똑같이 닮은 로봇을 만드는 것. 눈과 코, 입, 머리 모양, 얼굴형, 덩치까지 기억하는 건 모두 집어넣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재 로봇 필립은 진짜 순재가 될 수 없었다. 

 

"74년 전 일어난 차순재라는 소년의 사고를 막아 줬으면 합니다."

 

그래서 키완은 시간여행자를 수소문하여 순재의 죽음을 막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시간여행자는 철저한 직업윤리에 따라 사람이 죽고 사는 일에는 직접 나서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키완 자신을 74년 전으로 데려가 준다면 어떻게든 사고를 막아보겠다고 말하지만, 그 또한 직업윤리에 따라 살아 있는 인간과는 함께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그로 인해 무생물인, 자신이 만든 로봇 필립을 시간여행자와 함께 과거로 보낸다.   

 

그렇게 자신을 만든 키완 박사의 지시로 과거에 온 순재를 닮은 로봇 필립은 순재를 살리고자 하는 키완의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순재가 죽어야 자신이 키완 박사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마음, 인간다움의 이야기

요즘 가끔씩 방송을 통해 너무나 어른스러운 아이들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러한 아이들이 보여주는 태도나 말투, 어휘들을 듣게 되면 꽤나 이상하리 만큼 거부감이 들곤 한다. 물론 성숙한 아이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아이들스러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아이다움이 얼마나 아름답고,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청아한 아이들의 마음이 찌든 때에 억눌린 어른들의 마음을 얼마나 맑고 깨끗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큰 힘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크게 공감한다. 그래서인지 나 또한 순수한 아이들의 에너지를 얻어 가기 위해 종종 어린이 도서 코너 앞을 서성거리게 되는가 보다. 이 책의 등장인물인 순재는 그러한 면에서 볼 때 지극히 "아이다운", 아홉 살 꼬마이다. 

 

키완은 어려서도 순재를 참 좋아했지만, 먼 미래에는 일생을 바쳐 만든 로봇을 순재를 살리고자 떠나보내기까지 하는 아이였다. 나는 그런 키완의 마음을 순재가 조금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순재는 혼란스러웠다. 아직 어린 그 애에게는 먼 미래의 키완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를 사는 그 애에게 키완은 떼쟁이에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토라지거나 울어 버리는 성가신 친구였다. 그런 키완과 둘이서는 더 이상 놀고 싶어 하지 않는 순재를 필립이는 나쁜 녀석이라고 불렀고, 그 '누나'인 나조차도 순재가 전처럼 키완의 단짝이 되어 주길 바라는 기색을 비추었다. 순재가 나쁜 걸까? 순재가 계속 참았어야 했나?
"나아중에 나한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더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 머뭇거리던 순재가 말했다.  p  91~92

 

나는 이 책 <순재와 키완>에서 보여주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어 단숨에 읽어내려갔지만, 천천히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는 동시에 SF, 혹은 귀여운 추리소설과도 같은 추론을 따라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느릿하게 읽다 보면, 이 책이 단지 어린이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어른들의 계산적인 사고와 판단에 큰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각기 다른 그 "괴물"들에 대해서도 잠시 떠올려보게 된다.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는 <순재와 키완>은 웃음과 재미, 긴장감과 반전까지 있는 작품이다. 보통의 동화책과는 달리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어, 초등학교 저학년보다는 고학년 학생들이 읽기에 한결 수월할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시간여행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기에도 꽤 괜찮은, 흥미로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_ 애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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