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스무 개의 손가락이 유혹하는 설렘과 열정, 듀오 비비드

난짬뽕 2021. 2. 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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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박종훈과 치하루 아이자와는 조화로운 앙상블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표현을 선명하면서도 화려하게 드러내는 듀오가 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2013년 5월 24일 박종훈 피아니스트의 꽉 차 있는 녹음 일정으로 인해 이메일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아마도 박종훈 피아니스트가 낯설지 않은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유아인 배우가 나왔던 드라마 <밀회>를 비롯하여 여러 작품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인생의 동반자이기도 한 듀오 비비드의 이야기입니다. 

 

 

스무 개의 손가락이 유혹하는 설렘과 열정

듀오 비비드

피아니스트 박종훈 & 치하루 아이자와

 

 

한 대의 피아노 앞에서 펼쳐지는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호흡. 부부 피아니스트인 박종훈과 치하루 아이자와가 보여주는 환상적인 앙상블이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국내 최초 유일한 정통 클래식 피아노 듀오를 만나본다. 

글 엄익순

 

 

4 hands 피아노 음악

"기교적인 면에서나 피아노적으로는 한 사람, 마치 팔이 네 개 달린 사람의 연주라고나 할까요? 반면에 음악적으로는 언제나 두 사람의 색깔을 잃지 않는 연주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각자 두 사람의 개성이 살아있는 한 사람과 같은 연주, 그것이 바로 저희 듀오 비비드(Duo VIVID)가 지향하는 음악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4년 한 대의 피아노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4개의 손으로 멋진 앙상블을 보여주었던 듀오 비비드의 연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건반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들이 한 편의 영상으로 형상화된 듯한 섬세한 설렘과 열정의 극치를 안겨주었다. 듀오 비비드를 결성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따로 없었다. 단지 피아니스트 부부로서 듀오 연주를 하지 않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협조 루비스폴카

 

정통 클래식에서부터 뉴에이지, 재즈에 이르기까지 음악의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박종훈.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로, 러시아 피아니즘부터 야상곡 프로젝트까지 낭만 피아니즘의 치하루 아이자와. 그들은 자신만의 강한 음악적 색채를 지니고 있는 빼어난 연주자인 동시에, 서로의 음악에 악센트를 부여하는 인생의 훌륭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아내와 저는 둘 다 자신이 추구하는 독창적인 음악적 이상이 있기 때문에, 늘 음악 얘기가 나오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편이죠. 제가 생각할 때, 치하루의 음악적 색깔은 항상 보라색이나 핑크색처럼 선명하고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치하루가 생각하는 저는 조금은 차가운 느낌의 푸른색이나 검은색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제가 바위라면 치하루는 파도 같다고나 할까요? 움직이지 않는 확고한 기반 위에서 나래를 펴고 자유를 만끽하는 자유로운 웨이브, 음악적 파트너로서의 저와 치하루를 한마디로 비유하자면 이런 문장이 될 것 같군요."

 

한 대의 피아노에서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보여주는 연주의 향연. 2004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데뷔 무대를 가진 이후 밀라노와 로마 등에서 꾸준한 연주활동을 이어온 이들은 국내 팬들에게도 KBS <클래식 오디세이>, EBS <스페이스 공감> 등의 음악 전문 프로그램과 국내 연주자들과의 협연 무대를 통해 그 모습을 선보이며 주목받아왔다. 특히 지난 2010년 5월 국내에서 첫 음반 <QUATTRO MANI> 발매와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선보이며, 음악뿐만 아니라 연주와 함께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를 통해 신선한 감동을 전해주었으며 많은 갈채를 받았다. 음악적 동반자인 동시에 부부이기 때문에 듀오 비비드의 연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층 더 깊이 있는 매력적인 교감을 선물한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하는 음악적인 상상을 기대하기도 한다. 

 

"듀오 비비드의 계획이나 목표라고 한다면, '4 hands 피아노 연주의 완성'입니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이 장르를 어쩌다 한번 심심할 때 연주하는 정도로밖에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작곡가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저희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여든여덟 개나 되는 건반을 열 개의 손가락이 아닌 스무 개의 손가락으로 연주할 때 훨씬 더 풍부하고 매력적인 피아노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항상 직접 편곡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본격적인 4 hands 피아노 음악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죠.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다양하고 폭넓은 음악을 많이 만들 계획이에요. 그것이 바로 듀오 비비드가 채우고자 하는 음악적 욕심입니다."

 

좋은 음악과 연주자를 위한 '루비스폴카'

연주는 물론 작곡과 편곡, 음반 프로듀싱과 녹음, 공연기획 그리고 라디오 방송 MC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박종훈은 2008년 클래식 & 재즈 전문 레이블 '루비스폴카'를 설립했다. 실력 있는 음악인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연주자로서 바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음반과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며 애정을 쏟는 특별한 이유가 궁금했다.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연주자들이 앨범을 발표하고 공연을 열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가장 힘든 점은 음악이나 연주 그 자체 혹은 연주자의 재능보다는 외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한다는 거예요. 전혀 음악과 관계없는 이슈로 그 연주자가 유명해지면 그때서야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듣기 시작한다는 거죠. 좀 더 순수하게 좋은 음악, 좋은 연주자를 찾아서 듣는 풍토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걸 제가 어떻게 바꿀 수는 없고, 그저 좋은 음악들을 많이 만들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죠. 아무리 회사를 만들어서 운영한다고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는 뮤지션이니까요."

무대 위에서뿐만 아니라,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박종훈에게는 그만의 확고한 음악 철학이 내재되어 있는 듯하다. 그가 생각하는 '음악가로서의 권리와 책임'은 무엇일까.

 

"음악가의 권리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음악을 그 누구의 방해나 간섭 없이 추구할 수 있다는 거죠. 가끔 이 권리를 포기하는 음악가들을 보곤 해요. 자기 자신은 영리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을수록 음악이란 예술의 발전은 더뎌지겠죠. 자기가 무슨 음악을 추구하고 싶은가보다는 남들이 뭐라고 할까를 더 생각하는 음악인들이 많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음악가로서의 책임도 결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음악은 솔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중들이나 애호가들은 아무리 많이 알아도 음악가보다 음악을 많이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 음악 애호가들을 속이는(?) 일은 쉬운 일일 수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음악 애호가의 수준, 나아가서 음악가 자신의 수준에도 발전이 없습니다. 항상 솔직한 음악, 자신의 철학과 느낌을 100% 반영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작곡하는 건 음악인의 책임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요즈음에는 음악에 대해 고급과 저급 등의 언어로 경계를 나누고, 때로는 예술성과 대중성의 모호한 한계를 부여하여 가치를 평가하는 경향을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 이러한 현상들이 음악에 대한 자유로운 소통과 감상의 폭을 좁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음악을 감상하는 청중들도 성숙된 자세를 갖춰야 할 것 같다. 

 

"저는 고급 예술과 저급 예술 혹은 예술성과 대중성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은 시간과 역사가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바흐의 교회음악들 중에는 당시에는 저급하다고 평가받은 음악들이 꽤 있습니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이 우습게 느껴질 뿐이지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청중의 자세는 '음악을 들어주세요'입니다. 연주자 혹은 작곡가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나 가십, 그 어떤 음악 외적인 부분에 영향을 받지 말고 음악을 들으라는 거죠. 그러면 훨씬 더 음악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더 나아가 의미 깊게 느끼고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4개의 손으로 슈베르트를 노래하다

2013년 6월 21일 듀오 비비드는 2집 <Dear Schubert> 발매와 함께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기념 공연을 펼쳤다. '반짝반짝 작은 별', 피아졸라의 '사계', 라벨의 '볼레로', 카차투리안의 '칼의 춤'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곡을 포핸즈 곡으로 재탄생시켜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였던 1집에 이어 2집에서는 '숭어', '마왕', '들장미', '보리수'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슈베르트의 가곡들을 듀오 피아노로 편곡, 재구성하였다. 2집은 1집보다 한층 더 정통 클래식이며, 피아노 듀오 레퍼토리 중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난곡으로 꼽히는 슈베르트의 환상곡을 메인 작품으로 선보였다. 피아노 반주 위에 솔리스트의 노래가 더해지는 기존의 구성이 아닌 피아노의 맨 아래 A음부터 최고 음 C까지, 88개의 건반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4개의 손으로 슈베르트를 노래했다. 

"재미있는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피아노 위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연주하는 저희들의 손을 보여드렸죠. 얼마나 조화로운지, 얼마나 어려운지··· 다 보실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일단 한 사람이 연주하는 피아노와 달리 정말 풍성한 소리를 들으셨을 거예요. 게다가 프로그램이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유명한 노래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죠. 이번 앨범은 '슈베르트'가 주제였습니다. '들장미', '숭어' 등 슈베르트의 유명한 가곡들과 군대 행진곡을 저희만의 편곡으로 연주했습니다. 피아노 듀오의 명곡 중의 명곡 환상곡을 연주했지요. 즐거운 공연이 되실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2집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생생한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던 이번 공연은 특히 음반에서는 들어볼 수 없는 모차르트와 브람스의 곡도 선보였다. 조화로운 앙상블은 물론 서로의 개성을 더욱더 돋보이게 하며 각자의 음악적 표현을 한층 선명하고 화려하게 드러낸 듀오 비비드. 스무 개의 손가락이 한 대의 피아노를 만나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을 흥겹게 만끽할 수 있었다. 부부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치하루 아이자와의 환상적인 앙상블이 우리들을 설렘과 열정의 음악 안으로 유혹한다. 

Vol. 70 JUNE 2013 Music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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