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음악으로 마음을 읽다, 피아니스트 유지수

난짬뽕 2021. 2. 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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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수 피아니스트를 만난 것은 지난 2013년 6월, 그녀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총신대학교 교정에서였습니다. 작곡을 공부하고 있다는 딸의 이야기까지, 인터뷰로 만난 우리는 어느새 아이들의 교육과 학교생활이 주된 대화의 내용이 되었습니다. 일하는 엄마들의 흔한 풍경이랍니다. 피아니스트 유지수는 플루티스트 배재영,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과 함께 미라클아이즈 트리오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음악으로 마음을 읽다

피아니스트 유지수

 

 

아름다운 향기가 묻어나는 음악가는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비단 연주 실력이 뛰어나거나 무대에서의 이력이 화려하다는 수식어만으로 한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연주자들이 훌륭하다는 평가는 받을 수 있지만, 존경받는 음악가로 기억되는 경우는 몇몇 극소수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피아니스트 유지수의 음악은 늘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녀의 피아노 선율은 복잡한 갈등의 고리들을 묶어주고, 편안한 마음의 쉼터가 되어주기도 한다. 

글 엄익순

 

 

음악으로 선사하는 마음의 힐링

클래식을 듣거나 연주회에 가는 것이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의 정서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 요즘 초·중·고교에서는 보다 많은 학생들이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연주회장에 다녀오는 현장학습 과제를 종종 제시하고, 그 결과물로는 음악회 티켓과 프로그램 안내책자를 제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의 구입으로 인해 티켓이 매진된 어느 연주회장의 객석이 공연 시 반수 이상 텅 비어 있었다고 한다. 이유인즉, 학생들의 부모가 티켓을 구입하고 퀵서비스 기사들이 연주회장에 와서 프로그램 책자를 가져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부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음악회에 갈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감싸주고, 자녀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주는 것도 부모로서 꼭 해야 할 역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거든요. 왜냐하면 아이들이 자신의 정서에 도움을 받으면서 커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사실은 마음을 표현한다거나 풀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으니까요.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성향과 취향을 가진 가운데 자신의 자녀들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지 부모들이 잘 살펴야 합니다. 만약 그러한 마음의 힐링이 되는 요소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러한 면들을 찾아주는 것도 바로 부모들의 책임이라 할 수 있죠."

 

세상이 급변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분야들의 초점이 현재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면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반면에 클래식 같은 경우에는 몇백 년 전의 음악과 역사가 녹아든 시간의 깊이와의 만남인 것이다. 클래식을 듣고 음악회를 가는 것 자체가 아이들의 정서와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시대를 아우르는 공감대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부모가 되어 자녀를 낳고 그 아이들이 다시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계속 문화적인 맥락이 이어지고, 그를 바탕으로 세대 간에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유지수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것이 단지 자신을 치장하는 하나의 액세서리가 아니라, 마음을 편하게 인도하는 힐링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이다. 

 

친구 같은 피아니스트와의 음악 동행

유난히 연주가가 돋보이는 음악회가 있다면, 때로는 청중들이 더 많이 흥이 나는 연주회도 있다. 전자와 후자가 잘 조화된 음악회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최상이겠지만, 프로그램의 구성이나 작곡가 혹은 작품에 따라 그 균형의 조합이 쉽지만은 않다. 연주가가 스스로 작품을 파고들 때 전자에 치중하면 자칫 음악적으로 무거워질 수도 있을 것이고, 후자에만 집중한다면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회를 준비하는 연주가들은 좀 더 나은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고민에 빠져들곤 한다. 피아니스트 유지수가 음악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도 좋은 음악가로 기억되는 것은 연주자로서의  빼어난 실력과 더불어 청중과 함께 즐기고 호흡하는 음악적 흡인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를 선정하고, 그 나라가 배출한 훌륭한 작곡가들의 곡을 선별하여 연주하는 기획 시리즈인 '피아노와 함께하는 세계여행'을 보면, 그녀가 지향하고자 하는 연주회 여행이 펼쳐진다. 

"프로그램을 나라별로 묶으면 시대별로 조화롭게 나열할 수도 있고, 한 나라의 문화적·예술적 측면과 민족성 등과도 맥락을 같이 할 수 있어요. 크게 공감되는 공통성 안에서 세부적으로 또 다른 차원의 음악들을 공부할 수 있어 연주가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국가별 레퍼토리가 방대하다 보니까, 보여 드릴 음악들이 많네요."

 

사진 이준용

 

만 4세 때 피아노를 배우게 된 유지수는 음악을 전공하기 위해서 시작했던 것도 아니고, 스파르타식으로 연습을 하지도 않았다. 그냥 재밌게 즐기고, 친숙하게 피아노와 지내다 보니 실력이 쌓였고 교회에서 반주를 하면서 음악을 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예원학교 졸업 후 선화예술고등학교 재학 중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유학, 비엔나 국립음악대학 피아노 연주자 과정에서 Erste Diplom과 Zweite Diplom 및 최고학위인 Magister Diplom을 우수한 성적으로 취득하였고 동 대학에서 실내악과를 수료하였다. 한국 피아노학회 신인상 수상을 비롯하여 이탈리아 Citta di Sulmona, Sanremo Classico, 뉴욕의 S.A.I 국제 콩쿠르 등에서 우승과 특별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인정받았다. 오스트리아와 미국, 스위스, 불가리아, 루마니아,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초청 독주회와 실내악 연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처음 음악을 접하게 된 사람들한테 너무 어려운 곡들을 강요하면 무리가 뒤따라요. 특히 어린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너무 길고 무거운 곡들을 접하게 되면 지루해 할 수 있거든요. 우선 처음에는 모차르트나 바흐의 작품 같이 밝은 음악을 들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성악곡이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피아노 음악, 소규모의 실내악도 괜찮아요. 요즘에는 많은 엄마들이 태교의 하나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점점 성장하면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TV 소리가 더 많이 들리게 되는데, 제 경험으로는 평상시에 라디오를 켜놓고 클래식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는 것 같아요. 긴 곡은 물론 짧은 노래들과 여러 나라 음악들, 다양한 악기 편성 곡들도 만날 수 있고, 그 곡들에 대한 설명도 곧잘 들려주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들으면 도움이 많이 되죠."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처음 악기로 피아노를 선호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다른 학과 공부 때문에 음악을 접할 시간적 여력이 없어 대부분 피아노를 배우는 것을 그만두게 된다. 중·고등학교에서는 공부할 시간에 쫓겨 아예 음악 수업이 없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유지수 교수는 피아노의 경우, 유치원 시기에 배우기 시작했다면 적어도 중학교 정도까지는 꾸준히 계속해야 손가락도 굳지 않고 악보 보는 법도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딸과 함께하는 특별한 무대

현재 총신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인 유지수 피아니스트는 여름이 무르익던 8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큰딸인 재서와 함께 특별한 연주회를 갖었다. 여름방학 기간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음악회 <Family in Music> 공연에서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 콘체르토 제21번 C장조 2악장'을 한대의 피아노 위에서 함께 연주했다. 이번 연주회는 플루티스트 배재영을 중심으로 음악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서울 나눔뮤직 그룹의 '사랑의 플룻콰이어'와 부녀, 모녀, 부부로 이루어진 연주자들 그리고 남성 CEO 합창단이 '어른을 위한 동요'를 주제로 '퐁당퐁당', '언덕 위의 집', '섬집아기', '고향의 봄' 등 어린 시절 불렀던 동요를 새롭게 편곡하여 무대에 올리기도 했는데, 특히 청중들이 집에 있는 캐스터네츠나 탬버린, 트라이앵글 등 개인 악기를 가져와서 함께 연주에 동참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유지수 교수는 국내외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서울 나눔뮤직 그룹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꾸준히 음악의 사회 공헌을 실천해오고 있다. 

"음악을 전공한 학생들이 저소득층이나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음악을 듣거나 악기를 배우고 싶어도 환경적으로 직접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는 아이들이 참 많거든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명감을 가지고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저희 교회음악과 학생 중에는 음악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시간을 할애하여 사회복지학 공부를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봉사를 하는 데 있어 놀이 형태로 접근을 하더라도 좀 더 체계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스스로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면 정말 마음이 뿌듯합니다."

 

사진 이준용

 

현재 유지수 교수의 가장 큰 음악적 욕심은 바로 교회음악 장르에 있어서 피아노의 위상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피아노 자체가 교회음악의 틀 안에서 접목되어 발산할 수 있는 시너지를 지금보다 한층 극대화하여 '피아노로 만나는 보다 아름다운 교회음악'을 그려내고 싶은 것이 그녀의 가장 큰 소망이다. 아주 오래된 친구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피아니스트 유지수. 그녀의 별빛같이 청명한 꿈들이 그리 오래지 않아 모두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Vol. 71 JULY 2013 Music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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