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치유의 에너지와 소통하는 아우라, 피아니스트 김규연

난짬뽕 2021. 2. 16. 21:38
728x90
반응형

피아니스트 김규연은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주는 음악가였습니다. 말 한마디에도 자신의 생각이 명확했고, 깊은 여운을 건네주었던 것 같습니다. 거대한 '클래식'이라는 고전음악의 연주가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는 김규연 피아노 연주가와의 2013년 만남을 떠올려봅니다. 

 

 

음악에 대한 깊은 성찰,

치유의 에너지와 소통하는 아우라

피아니스트 김규연

 

 

어떤 정형화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영감을 받는 상태. 그 신비한 모험의 세계 안에서 조금 더 넓고 깊게 탐색하며 행복한 음악적 탐험을 꿈꾸는 피아니스트, 김규연.

글 엄익순 

 

 

치유의 에너지를 선사하다

차세대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어갈 연주가로 주목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규연은 '2013 교향악축제'를 필두로 한 해의 서막을 올렸고, 마카오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초청 연주회에 이어 수원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국내 무대의 봄, 여름을 열었다. 특히 한여름밤의 축제가 된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에서는 '토크 투 피아노'와 '피스 콘서트', '피날레 파크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8일간의 페스티벌을 화려하게 이끌었다. 그리고 가을이 무르익는 길목에서 다시 한번 한국 팬들을 위한 특별한 연주회가 11월에 펼쳐질 계획이다. 바쁜 해외 연주 일정 속에서도 언제나 우리나라 무대에 서는 것은 즐겁다. 

"연주가가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매번 다른 경험과 환희를 주는 것 같아요. 같은 레퍼토리라 하더라도 항상 연주가 같을 수는 없고, 또 청중들의 느낌도 매번 달라지죠. 순간순간에 일어나는 음악적인 미묘한 감정, 그것이 바로 음악을 통한 소통이 아닐까요. 음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있고, 그를 통해 퍼져나가는 에너지들. 저는 그것이 바로 음악이 갖고 있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 문학작품 또한 마찬가지라고 여겨지는데, 그 예술적 아우라를 통해 사람들은 좀 더 깊이 있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죠. 그것을 통해서 어떠한 이유로 인해 지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되기도 하고요."

 

사진 이준용

 

사람들에게 음악을 통한 치유의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는 김규연에게 있어서의 좋은 벗은 바로 바흐의 음악이라고 한다. 자신이 어떤 무감동 상태에 빠져있을 때, 바흐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위로와 재충전의 힘을 얻는 듯했다. 마치 영혼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은 기분. 바흐의 음악에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모든 감정들이 다 녹아 있으며, 그러한 미추(美醜)들을 초월하여 따듯하게 감싸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음악 안에서의 김규연. 그리고 연주가의 삶 속에서의 음악. 바흐에게서 음악인으로서의 힘을 얻듯, 김규연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것이 바로 피아니스트 김규연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행복한 기대이다.

 

친구 같았던 음악, 피아노와 놀다

예원학교를 수석 입학, 졸업한 김규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베를린 음대, 미국 커티스 음악원,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 9월부터 클리블랜드 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을 밟게 된다. 본격적으로 전문 음악인의 길로 가야겠다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면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마치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졌다. 심심하면 피아노를 치며 놀았고, 그러다 보니 점점 음악이 좋아졌다고 한다. 2006년 더블린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및 최고의 협연자상과 모차르트 연주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클래식계를 이끌 주인공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김규연은 2010년 세계 최고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laureate 입상, 뒤이어 2011년 클리블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 4위 및 모차르트 특별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빼어난 연주 실력을 인정받았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콩쿠르에서 만족스러운 연주를 한 적은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사실 콩쿠르 무대가 제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연주하는 거잖아요. 물론 음악에는 순위도 없다는 말들을 하지만, 콩쿠르에서는 어쨌든 순위를 정하니까 저도 모르게 연주에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부담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한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지난 2009년에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준결선에서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하다 악보 두 페이지 분량을 건너뛰는 실수를 한 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나네요."

 

1999년 바트록-카발레브스키-프로코피예프 국제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2000년 미주리 서던 국제 콩쿠르 2위에 이어 2001년 지나 박하우어 영 아티스트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2002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최연소 특별상을 수상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규연. 10대 시절부터 20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명한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녀는 사실 수상 경력에 연연하지는 않았다.

 

"저는 솔직히 콩쿠르 무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요. 동일한 심사위원에, 같은 작품으로 연주를 한다고 하더라도 연주가는 물론 청중들의 컨디션에 따라서 그 느낌은 항상 변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만약 오늘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어도, 다시 한 달 후에 같은 레퍼토리로 동일한 참가자들이 연주한다면, 우승자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콩쿠르 입상 경력이 화려하다고 자만한다면 어리석죠. 다만 대회를 준비하다 보면, 그 결과가 좋고 나쁘건 간에 많은 부분을 배우게 되는 점은 좋아요. 연습 과정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게 되는 것도 좋고요. 다른 사람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겸손함도 배우게 되고, 참가자들끼리 서로 친구가 되다 보니 경쟁자라는 느낌은 오히려 들지 않아요. 콩쿠르 무대를 통해 연주가가 내면으로나 외적으로 튼튼해진다면, 그것이 바로 콩쿠르가 갖는 좋은 의미라고 생각해요."

 

멀리 보고, 큰 그림을 그리다

피아니스트 김규연은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역사(특히 조선 시대)에도 마음이 간다. 운동만 하더라도 무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목에 능숙하다. 스무 살 무렵에는 연기에 관심이 생겨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즐거워, 기회가 되면 영상 작업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저는 항상 모든 것에 있어 목표를 겨냥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몇 살 때 무엇을 하고 몇 년 후에 한국에서 어떻게 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제가 원하고 제일 하고 싶다고 느껴지는 것을 열심히 하다 보면 결국 제가 바라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는 것을 믿거든요. 성과가 나올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이 일을 좋아해서 도전하는데, 결과가 좋을 때는 감사한 것이고 설령 아쉬움이 느껴질 때는 또 거기에서 배우는 것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자신의 일을 즐기지는 않고 오직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금세 지쳐버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사진 이준용

 

예술가는 항상 영감을 받는 상태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김규연은 거리로 나가 걷곤 한다. 한국에 들어오면 고궁을 걸으면서 옛사람들의 정취를 되새겨보기도 하고, 공원에서 열심히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혹은 다정하게 앉아 있는 노부부의 모습 등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에너지를 받는다. 아마도 그것은 그녀가 어머니에게서 받은 큰 가르침은 아니었을까.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음악원장,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학장 등을 역임한 '한국 피아노의 대모'라 불리는 이경숙 교수의 딸로서의 김규연이 궁금했다. 

 

"제가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는 항상 열심히 생활하셨어요. 늘 시간을 쪼개서 연습을 하셨죠. 매일 아침 어머니께서 연주하시는 피아노 선율을 들으면서 깨어났던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저에게 보여주신 가장 큰 교육은 매일매일 열정을 가지고, 어떻게 시간을 배분하여 유용하게 보내는지를 몸소 행동으로 가르쳐 주셨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연습해라'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어요. 어머니께서는 제가 어떤 경력을 쌓고, 어떻게 평가받는지에 대해서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시지 않으세요. 그보다는 제가 무엇을 하든, 저의 바람대로 생활하면서 언제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시죠."

 

 

연주가로서, 교육가로서 우리나라 피아노계에 한 획을 그은 어머니가 걸어간 길 때문에 다소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을 듯한 생각이 들었지만, 김규연은 지금까지 그러한 생각이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다만 거대한 '클래식'이라는 고전음악의 연주가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이미 클래식 음악이 활성화된 요즘 시대에 사람들에게 한층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교량 역할을 하고자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다고 해서 친숙함이 가벼움이라는 공식으로 포장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클래식은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여러 형식의 무대가 시도됨에 따라 음악회가 다소 가벼워지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김규연은 클래식 음악이 재미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가운데에서도 큰 에너지가 느껴지는 음악적 성찰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클래식 음악은 시대와 시대가 조우하고,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다. 피아니스트로서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밝게 비추고자 하는 김규연의 유쾌하고 여유로운 도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즐거운 박수를 보낸다. 

Vol. 73 SEPTEMBER 2013 Music Friends

 

 

참을 수 없는 내 존재의 불완전함, 글렌 굴드

 

참을 수 없는 내 존재의 불완전함, 글렌 굴드

참을 수 없는 내 존재의 불완전함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한여름에도 장갑을 낀 채, 머플러를 두르고 코트까지 입고 다녔던 글렌 굴드(1932.9.25~1982.10.4). 완벽한 연주를 위해 무대를 떠나 리코딩만

breezehu.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