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세상이라는 도화지에 음악을 그리는 아티스트, 팝 피아니스트 윤한

난짬뽕 2021. 2. 2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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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팝 피아니스트 윤한의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인 '르네상스'가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성균관 스캔들>, <로맨스가 필요해>, <제빵왕 김탁구> 등의 드라마 OST에도 참여한 그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현재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윤한을 만났던 것은 2012년이 저물어가는 연말의 눈 내리는 오후였습니다. 

 

 

세상이라는 도화지에

음악을 그리는 아티스트

팝 피아니스트 

윤한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영화음악에서부터 소울과 재즈, 블루스, 가요에 이르기까지 팝 피아니스트 윤한이 그려내는 색채는 카멜레온을 닮아 있다. 더 넓은 세상에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그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늘 스스로에게 충고한다. 지독한 노력파 윤한. 음악 안에서 색다른 도전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젊은 열정을 함께한다. 

글 엄익순 

 

 

열여덟 살,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다

또래 아이들보다 유난히 키가 작고 몸집이 왜소했던 꼬마. 시력조차 좋지 않아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늘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공부만 했던 학생.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키는 물론 외형적인 모습도 부쩍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공부만이 학창 생활의 전부라고 여겼던 그는 훌쩍 커진 키만큼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그를 사로잡은 것은 '음악'이었다. 왠지 음악을 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할 것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아 자꾸만 가슴을 설레게 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더 이상 고민 속에서 방황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면 제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분야가 더 넓어질 것 같았어요. 우선 초등학교 때 취미로 배웠던 피아노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있었는데, 의욕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더라고요.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결국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제대로 한번 음악을 공부해보고 싶다고요."

 

사진 이준용

 

곧잘 공부도 잘해 학교 성적도 좋았던 아들이 이과에서 갑자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음악'으로 진로를 결정했다는 말을 들은 부모님은 무척 당황해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학업에 몰입해야 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기 때문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그의 결정을 받아들였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다. 

 

"부모님의 지원도 받게 되었으니, 저는 열심히 배우는 일밖에 할 것이 없었어요. 남들 못지않게 노력할 자신은 있었거든요."

 

음악과 관련하여 체계적인 공부가 시작되었다. 버클리 음대 졸업생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고, 서울대 출신 작곡가에게 화성학을 배웠다. 음악으로 전공을 바꾸면서 버클리 음대에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토플과 영어회화 공부도 열심히 했고, 내신관리에도 소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하루 24시간 중 21시간이 넘게 '음악'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갔다. 고등학교 3학년 1학기가 시작되었을 무렵, 모든 준비를 마친 그는 버클리 음대에 지원했고, 결국 당당히 합격했다.

 

장르와 스타일의 경계를 진취적으로 넘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재즈 피아노를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영화음악 강의 때 작곡이나 오케스트라 편곡, 스코어, 지휘까지 배우게 되면서 무척이나 흥미롭게 빠져들었어요. 그래서 영화음악 작곡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동기나 선후배들은 이미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왔거나, 심지어 대학에서 강의를 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윤한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뿐이었다고 한다. 새벽 6시에 문을 여는 학교 연습실에 제일 먼저 들어가 첫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2~3시간 피아노를 연주했고, 수업을 받고 나서도 다시 새벽 2시에 문을 닫을 때까지 연습실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 대학생활 4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생활을 했고, 수업 역시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그의 지도교수였던 조앤 브래킨은 '너 같이 성실한 학생은 처음 봤다'면서 친필로 장학금 추천서를 써줬는데, 그 덕분에 3학년 때부터 졸업 때까지 장학금을 받았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음악을 늦게 시작했고, 그래서 스스로를 백지상태였다고 말하는 윤한. 자신의 실력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교수들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 결과, 그는 버클리 음대를 차석으로 졸업하는 영광을 안았다. 

 

윤한이 국내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10년 발표한 데뷔 앨범 <UNTOUCHED>를 통해서다. 물론 그전에 이미 이사오 사사키 내한공연과 이루마의 콘서트 게스트 연주자 등으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1집을 통해 언론과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전곡을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하여 화제를 모으면서 발매 직후 한터차트와 핫트랙스 실시간 음반 판매량 1위를 석권했다. 한편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OST에 참여한 '그대를 그리다'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었다. 2011년에는 일본의 음반사 '포니캐년' 측의 러브콜로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한류 인기 드라마 주제가들을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Love & Sorrow>를 발매하기도 했다. 

 

사진 이준용

 

2012년 <For this moment>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두 번째 앨범에서도 그의 새로운 시도를 만날 수 있다. 스윙감을 갖춘 재즈에서 팝 발라드까지 스테레오 타입의 장르로 재단해낼 수 없는 음악적인 스펙트럼을 펼친다. 1집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만들었던 앨범이라면, 2집은 현재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준다. 다가오는 3집의 성격도 맥락이 닿아 있을 듯한 흐름이다. 

 

"2집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 'Travel'이라고, 여행을 떠나는 주제로 만들어졌어요. 아마도 3집은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여행지 속에 녹여내는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앨범 타이틀도 <Place>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곡명도 모두 도시 이름으로, 예를 들어 런던, 파리, 베니스, 도쿄 등으로 하여 런던의 어느 카페에서 생긴 일, 느낌 등의 형식으로 풀어낼 계획이에요. 2013년 가을쯤 작업이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사진을 보거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는 윤한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그리는 이 시점이라면 따뜻한 곳으로 휴식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한다. 발리에만 5번 이상 다녀왔을 정도로 따뜻한 여행지를 선호한다고. 개인적으로는 전자음이 들어가지 않은 음악을 선호하고, 도시나 추억에 대한 회상 등이 담긴 곡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영화음악처럼 드라마틱한 절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뉴에이지 같은 편안함, 때로는 팝송이나 가요 같은 여러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연주자가 되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다. 2012년 뮤지컬 <모비딕>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주인공 이스마엘 역을 맡은 것도, 자신의 음악 세계를 넓히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제 나이가 지금 서른이거든요. 한 장르만을 위해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었을 때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 역시 저의 음악적인 폭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겠죠. 매번 도전하고 손톱이 깨질 때까지 노력한다면 음악적인 깊이도 담보해갈 수 있다고 믿어요."

 

뮤지컬 연기도, MBC <아름다운 콘서트>의 MC 겸 음악감독도, 그리고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모습 역시 모두 자신만의 음악적 색채를 찾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그는 기대한다. 

 

음악을 통한 유쾌한 소통을 꿈꾸다

윤한은 2012년 한 해 동안 모두 세 차례의 콘서트를 마련하였다. 첫 단독 콘서트 "The Piano"에 이어 두 번째 콘서트인 "The Piano and Friends"에서는 '편곡 수업'이라는 이색적인 코너를 마련하여 재미있고 알기 쉽게 음악을 풀어냈다. 세 번째 콘서트인 "The Party" 역시 피아노와 목소리, 기타, 베이스, 드럼, 트럼펫 편성으로 편곡된 음악들과 연주자들의 다양한 퍼포먼스가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스타일의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윤한은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때로는 관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화음을 맞추기도 한다. 

"버클리 음대에 뮤직센터라는 큰 공연장이 있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의 연주회가 거의 매일 열리곤 했어요. 학생증만 보여주면 키스 자렛이나 옐로우자켓, 크리스티 보티, 칙 코리아, 데이브 브루백 같은 연주자들의 공연을 쉽게 볼 수 있었죠. 공연이 시작되고 한 30분 동안은 정신없이 빠져들었는데, 그 이후로는 아무리 잘하는 연주자가 연주를 해도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때 결심했죠. 저는 공연마다 하나의 주제나 교훈 등을 콘셉트로 잡아 깊이를 추구하면서도 관객들과 음악을 통해 유쾌하고 재미있는 소통을 해나가야겠다고요. 공연에서의 주인공은 연주자 혼자만이 아니잖아요. 무대 뒤에 있는 스태프들과 공연을 함께 즐기는 관객들이 하나가 될 때 100% 완성된 공연이라고 봐요."

 

 

그래서 그는 콘서트를 앞두고는 음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구성에도 유독 신경을 많이 쓴다. 한두 달 전부터 애드리브까지 꼼꼼하게 메모하여, 하루에 한 번씩 공연에서와 똑같은 모습으로 연습한다. 요요마와 스티비 원더, 엔니오 모리꼬네, 제임스 호너 등을 좋아하는 윤한은 항상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1년 안에 이뤄야 할 일들과 5년 계획 등으로 구체적인 설계를 한다. 현재 그의 음악적인 꿈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단독 콘서트를 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제이미 칼럼이나 크리스티 보티 등과 협연해보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상명대학교 대학원 뉴미디어 음악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마치고 곧 박사학위를 받게 될 윤한. 성실한 노력파로서 눈에 띄는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의 음악 세계가 날개를 달고 더 넓은 세상으로 훨훨 비상하기를 기대한다. 

Vol. 65 JANUARY 2013 Music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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