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손쉽게 만드는
충무김밥
봄날 같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괜스레 많이 피곤하다는 기분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그래서 저녁은 초간단으로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충무김밥으로 제 마음대로 정했습니다.
충무김밥은 원래 '할머니 김밥'이라고도 불렸다고 합니다. 옛날에 통영과 부산을 왕래하던 여객선 안에서 나무 함지박에 오징어와 무김치를 팔던 할머니들이 계셨는데요. 여름철 밥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밥과 반찬을 따로 분리하여 먹게 된 것이 기원이라고 전해집니다.
지난 설 연휴 때 큰오빠가 생물 오징어 한 박스를 보내줬습니다. 그래서 이웃들과 나누고, 반찬거리 없을 때 이것저것 잘해 먹고 있는데요.
오늘은 껍질을 벗기지는 않았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서는 껍질 제거가 필수라고들 말을 하지만, 껍질에도 영양분이 많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껍질째 먹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껍질이 있다고 해서 그렇게 질기지도 않거든요. ㅎㅎ
오징어는 윤기가 흐르고 탄력이 있는 것이 신선합니다. 원래 숙회를 하거나 오징어 볶음 등을 할 때에는 오징어 몸통의 안쪽에 칼집을 내주면 예쁘게 모양이 사는데요. 충무김밥에 곁들이는 오징어무침은 모양을 내기보다는 투박하게 싹둑싹둑 써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서, 칼집 없이 그냥 끓는 물에 오징어를 살짝 데쳐주었습니다.
오징어 숙회를 즐길 때에는 데칠 때 식초를 약간 넣어 주면 비린내도 없앨 수 있다고 하네요. 타우린 성분이 많은 오징어는 피로 해소에도 탁월하니, 종종 드셔도 좋을 것 같아요.
오징어무침에 어묵도 넣으려고요. 오징어 1마리에, 어묵 5장을 섞으려고요.
냄비를 따로따로 써도 되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 ㅎㅎ 오징어 데친 물에 어묵도 넣어 샤워를 시켜주었습니다.
데친 어묵은 먹기 좋게 썰고요. 오징어도 막 썰고요. 오늘은 몸이 피곤한 날이니까요. ㅎㅎ
무말랭이는 밑반찬으로 먹다가 남은 것을 변신시키려고요. 무말랭이도 몸에 좋다고 하니, 많이들 드세요.
데친 오징어와 어묵, 남은 반찬 무말랭이를 함께 넣고
고춧가루, 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 깨소금, 매실액, 들기름(저희 집은 들기름을 참기름보다 더 잘 먹어요), 액젓과 설탕은 아주 약간을 넣어 쑥쑥 버무렸습니다. 간장은 표고버섯, 대파, 양파 등과 함께 끓여준 제 나름대로의 양념간장입니다. 오늘 무절임 무침은 생략했어요. 마침 냉장고에 무가 똑 떨어졌거든요. 마트에 가는 것도 귀찮아서(ㅋㅋ) 그냥 쿨하게 제외시켰습니다. 무절임 무침 대신 총각김치로 대신하려고요.
저는 원래 음식 솜씨가 없어서요. 그냥 제 맘대로 레시피예요. 양념도 몇 큰 술~~ 이런 것 당연히 없습니다. 손에 대충대충 따르고~~~ 그냥 저와 남편, 아들 입맛에만 맞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ㅎㅎ 너무 힘들 게 준비하면, 먹기 전에 지쳐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ㅎㅎ
김도 원래는 시중에서 파는 김밥김을 쓰는 것이 더 깔끔할 것 같은데요. 저는 집에 있는 곱창김을 썼어요. 살짝 불에 구워주면 김 특유의 비린내도 없어져요. 하지만 저는 초간단으로 김도 굽지 않고, 맨 김을 그대로~~ ㅎㅎ
김 한 장을 4등분하여 김밥을 말듯 돌돌 말아줍니다. 갓 지은 밥을 들기름과 고운 소금 약간을 넣어 섞어주고요.
저희 가족은 반찬에 통깨를 올리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요. 나물 반찬을 할 때에도 무칠 때 깨를 으깨어 넣는 편이에요. 그래서 완성된 김밥 위에도 오징어무침에도 통깨는 올라가지 않습니다. ㅎㅎ
오징어무침과 함께 먹는 충무김밥은 간단하면서도 가볍게 준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기분 좋게 입맛을 당기기 때문에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퇴근한 남편이 식탁 위에 차려진 오늘의 메뉴를 보고는 라면을 끓이려고 물을 올려놓네요. 남편과 아들이 함께 동시에 말합니다. "역시 충무김밥에는 라면이지!!"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라면의 참맛은 역시 뺏어 먹는 것이지.' 봄이 오는 요즘 무렵에는 기온의 변화에 몸까지 피곤해지는데요. 여러분들 모두,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으로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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