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걸어도 좋은 산책로
과천 서울대공원 호수 둘레길
회의가 있어 과천에 갔다가 업무를 마치고는 바로 퇴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마음을 바꿔 서울대공원 호수 둘레길을 가보았습니다. 예전부터 호수를 도는 산책로가 좋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벚꽃이 피는 봄이면 더 좋겠지만, 겨울이 지나가고 있는 이 즈음에 혼자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바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제가 간 길은 과천청사역에서 과천역까지 걷다가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 아파트 옆 산책길을 따라갔습니다. 처음에는 길이 생소했지만, 워낙 많은 분들이 삼삼오오 걷고 계셔서 따라가다 보니, 얼마 되지 않아 서울대공원으로 향하는 안내판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길에 아무도 없는 듯하지만, 정말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부터 추위도 모르게 달려가는 어린 꼬마숙녀들까지, 정말로 과천 주민 분들의 전용 산책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분 정도 입구를 걸어 들어가다 보니, 왼쪽으로 서울대공원 주차장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된 차량들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주차장 맞은편으로는 야구장이 있더라고요. 서울대공원에 야구장이 있는 줄은 오늘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계속 걷다 보니, 오른쪽으로 GOGOS 카페가 보였어요. 이 카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잠실 석촌호수에 있었는데요. 찹쌀떡과 팥죽이 맛있어서 몇 번 가본 적이 있거든요. 집 앞에서 보던 카페를 이곳에서 만나다니 반갑더라고요.
카페 위는 스카이 리프트를 타는 곳이었어요. 형형색색의 우산이 정말 낭만적이더라고요.
날씨가 차가운 평일 오후라서 그런지, 스카이 리프트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동물원 및 산림욕장 둘레길을 올해부터 무료로 개방한다고 하네요.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와서 산림욕장 둘레길도 걷고, 동물원 둘레길도 걸어보려고요.
스카이 리프트를 지나 올라가니, 기린나라 키즈 체험장이 나오네요. 아이들한테는 이런 곳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호수 둘레길을 걸을까 잠시 생각하다가, 저는 동물원 쪽으로 걸어가서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치유의 숲으로 나오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와~ 저는 이런 풍경을 정말 좋아해요. 제 마음도 하늘을 향해 쑥쑥 올라가는 것만 같거든요. 나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활짝 펴집니다.
이 소나무의 자태는 왜 이럴까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있네요. 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요.
호숫가 전망 좋은 길은 이곳으로부터 시작하는군요. 이곳도 가족과 함께 걷는 걸로 하고, 오늘은 직진합니다.
연인들한테 유명한 미리내 다리가 나왔어요. '미리내'는 은하수를 일컫는 우리말입니다. 오래전부터 연인들이 손을 꼭 잡고 이 다리를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전해져요. 그래서 오늘같이 날씨가 추운 날에도 미리내 다리에는 연인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이네요.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기 때문에, 사랑을 시작하신 분들은 추억 삼아 꼭 한 번 와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미리내 다리를 건너면서 보게 되는 풍경들입니다.
와~ 코리끼 열차예요. 저희 아이가 어렸을 때 정말 많이 탔었거든요. 찬바람을 막느라, 통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비닐로 막았네요.
저 기린 놀이터도 아이들이 많이 좋아할 것 같아요.
미리내 다리를 건너고 나니, 왼쪽으로는 테마가든이 나오네요. 어린이동물원과 장미동산을 볼 수 있는 곳인가 봐요.
나무들이 입고 있는 옷들이 너무 귀엽네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춰 조경을 했나 봐요.
올라오는 길목에는 응달이 져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았는데, 동물원 쪽으로 오니 햇빛이 비춰 따뜻했어요. 그래서인지 화단 위의 까치도 일광욕을 즐기고 있네요.
동물원은 정말 많이 왔었는데~~ 이곳을 좋아하던 저희 집 아이가 벌써 훌쩍 커버렸네요.
서울대공원에 이렇게 동상이 많은 줄 몰랐어요.
동상 옆에서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웃고 있네요.
동물원을 지나 어느새 국립현대미술관 입구까지 왔네요.
미술관 가는 길목을 지나니, 저 멀리 우리 가족을 즐겁게 했던 바이킹이 보이네요.
저는 치유의 숲 방향으로 계속 걸어갔습니다.
서울랜드 입구와 놀이기구가 아직도 제 마음을 설레게 하네요.
서울랜드 옆에 위치한 눈썰매장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네요.
이곳은 호수 아랫길인데, 개방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노을을 바라보라고 했는데, 아직 햇살이 자리를 내주지 않았네요.
호수는 아직 군데군데 얼어 있네요. 호숫가 옆의 호수광장에는 테이블과 벤치가 곳곳에 자리해 있었어요. 날씨가 따뜻해지면 도시락을 싸와 이곳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는 것도 참 좋겠어요.
호수 광장 위쪽으로는 구절초 동산이 있습니다. 나중에 구절초가 필 때면 꽃향기로 그윽할 것 같아요.
구절초 동산으로 올라가 보니, 이렇게 돌탑이 쌓여 있네요. 누군가의 바람을 저도 기원해 봅니다.
호수에서 고즈넉하게 세월을 낚는~~ 그대의 이름은 누구신가요. ㅎㅎ
구절초 동산을 휘감아 돌고 난 후, 저는 저 다리를 건널 거예요.
호숫가를 돌면서 만나게 된 풍광들입니다. 말이 필요 없네요.
호수를 거의 돌 즈음에 만난 코끼리열차예요. 하루를 마감하고, 저렇게 쉬고 있네요.
이제 치유의 숲에 거의 다다랐습니다. 이곳은 아직 하얀 눈길이네요.
치유의 숲에서 긴 숨을 내쉬니, 다시 처음 오던 길이 나오네요. 짧은 발걸음 동안 남편과의 연애시절에 들렀던 서울랜드에서의 재미있었던 기억도 떠오르고, 쉼 없이 놀이기구를 타고 미술관과 동물원을 누볐던 아이와의 추억도 선명하게 그려졌습니다.
서울대공원 호수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저희 가족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자꾸만 웃음이 났습니다. 오늘 집에 돌아가서는 이곳의 흔적이 묻어나는 앨범도 뒤적거려봐야겠어요. 조금 쌀쌀했지만 기분 좋았던, 2월 어느 오후의 산책길이었습니다.
서울대공원 호수 둘레길 산책 후에 뜨끈하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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