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엘렌 바스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
그 타고 남은 재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
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도 아가미로 숨 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
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
아니,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몸집이
당신을 내리누를 때
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주말에 시골에 다녀왔다. 시골로 내려가는 길, 하늘에서 맑은 구름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아빠와 함께 점심을 먹고 길을 가다 보니, 상가에 인생네컷이 보였다. 남편과 아들과는 종종 찍었는데, 정작 아빠와는 한 장도 찍어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남편과 아들이 아빠의 손을 잡고 인생네컷에 들어서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하시다면서 뭐, 이런 곳에서 사진을 찍으냐고 말씀하시던 아빠께서 주항색 카우보이 모자를 골라 오셨다. 뿔 모양 모자를 고르던 남편도 아빠가 골라오신 남색 카우보이 모자를, 아들도 할아버지가 갖고 오신 빨간색 카우보이 모자를 쓰게 되었다. 남편과 손자 모자를 골라 주신 아빠, 왜 제 것은 없나요??!! 그래서 나는 소품 박스에서 눈에 띈 엄청 큼지막한 분홍색 리본이 달린 머리띠를 골랐다. 하나 둘 셋~~ 찍고, 또 찍고~~~ 아빠와 함께 우리가 찍은 사진들 중에서 인화할 사진들을 고르는데 넘 재밌었다. 우리는 그렇게 고른 4컷의 사진을 인화해서 한 장은 아빠가, 나머지 한 장은 우리가 가졌다. 스타벅스에 가서 우리가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아빠가 많이 웃으셨다. 아빠는 스벅의 아이스 자몽허니블랙티를 좋아하신다. 다음에 시골에 갈 때에도 인생네컷에 갈 생각이다. 그때에는 카우보이 모자는 제쳐두고 좀 더 재미있는 소품들을 골라 볼까 한다. 아빠께서 허락하실지는 모르겠지만~~~ ㅎㅎㅎ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아직 갈 곳이 있음을 감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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