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나침반/그 곳

대학로의 계절은 언제나 파릇파릇한 꿈이 피어나는 봄이다

난짬뽕 2024. 8. 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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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오후, 아들과 함께 대학로에 갔다. 갑자기 어두워진 하늘에서 무섭게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금세 뜨거운 햇살이 열기를 뿜어댔다. 

 

이화로터리에서 혜화로터리까지 천천히 걸으며 대학로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오래전 그날, 서울대가 관악산으로 캠퍼스를 이전하기 전인 1975년까지 대학로에 자리 잡고 있었던 문리대 캠퍼스에 대한 이야기와 그 시절 지식인들의 치열했던 고뇌와 만날 수 있는 학림다방에 대한 추억까지,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시대도 전혀 다를 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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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어렸을 때, 마로니에 공원에서 즐겁게 뛰어다녔던 일과 대학로에 있던 로봇박물관에 자주 왔던 이야기, 이곳의 어느 식당에서 가족이 함께 밥을 먹었던 추억까지 하나하나 소환되고 있었다.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연극과 다채로운 공연들로 인해 대학로의 골목들은 자신들이 관람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화려하게 물든다. 예전에는 예술 작품의 제목을 딴 고풍스러운 카페들이 많았었는데, 너무 오래간만에 대학로에 가니 그곳들을 찾아가는 길도 자꾸만 헷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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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말한다. 대학로가 예전의 대학로가 아니라고. 젊음의 거리였던 대학로에서 문화가 사라졌다고. 예전 같지 않다는 대학로에서 나와 아들은 이 거리를 걸으면서 문학과 영화를 이야기했고, 어디서 주워 들었던 철학의 조각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것은 우리가 대학로의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대화였다. 

한때 아들의 나이였던 즈음에 나는 이곳 대학로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깨를 부딪히는 소극장의 의자에 앉아 숨죽이며 배우들의 열정에 감동했고, 그 여운을 마음속에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벅차 학림다방의 창가 너머를 바라보며 우리들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도 있다. 

그러한 문화 속에 지성이라는 이름으로, 대학로는 언제나 사색하고 고민하는 젊은이들로 점점 단단해졌고 진중하게 깊어졌다. 지금 이곳은 감각적인 외관에, 멋스러운 카페들이 즐비하다. 시대에 맞게 치장을 한 모습이다. 그러나 겉모습이 변모되었다고 해서 대학로가 갖는 의미와 정신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로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명사들. 아들과 함께 소극장 간판에 올라간 공연의 제목들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이곳의 열정과 사회적인 고민들, 그리고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문화의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힘을 다시 한번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대학로는 나이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젊음의 거리이다. 그래서 대학로의 계절은 언제나 파릇파릇한 꿈이 피어나는 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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