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시골에 내려가서 아빠와 함께 남당항에 바람을 쐬러 갔다.
남당항은 이번달 말까지 대하축제가 열리고 있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남당항은 바다 매립지에 대규모의 광장도 조성되어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해양분수공원도 인기가 많다.
우리들은 횟집 뒤편의 방파제 쪽으로 걸어갔다.
이곳은 분수공원 광장 쪽보다는 한산한 분위기여서, 천천히 여유롭게 걷기에 참 좋았다.
물결 너머 죽도도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안면도까지 보일 만큼 날씨가 쾌청한 오후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석양도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아빠 손을 잡고 남편과 함께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즈음, 갑자기 주위가 소란해졌다. 여러 분의 경찰들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는 곧 안내방송도 울려 퍼졌다.
그 이유는 바로 저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가 남당항에 갔던 날은 대조기의 마지막 날이었던 것. 대조기는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밀물이 가장 높은 때를 말한다. 그래서 어항이 금방 침수될 수 있는데, 글쎄~~~~ 이곳에 주차를 해놓은 사람이 있었다.
물길이 점점 차오르고 있는 상황,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우리들도 걱정이 되었다.
아마도 남당항의 주차장들이 꽉 차 있어 둘러보다가 빈 공간을 찾아 이곳에 주차를 해놓은 듯했다.
우리는 남당노을전망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남당항은 대하와 주꾸미 축제로 많이 알려진 곳이지만, 고운 모래사장을 걸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남당노을전망대로 가는 해변가는 모래가 고와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남당노을전망대는 아름다운 석양을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이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일몰시간이 한참 남아 직접 눈에 담을 수는 없었지만, 푸른 물결을 바라보니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되었다.
가을을 파고드는 파란 하늘과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물결이 화려하게 다가오는, 홍성 남당항 해변가에서의 한적한 오후시간이 편안하면서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신 집에서는 모두들 그러하겠지만, 아빠와 함께하는 순간순간들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철없는 내가 조금이나마 어른스러워진 것은 모두 남편의 덕이다. 늘 먼저 시골에 내려가자고 하고, 아빠를 챙기는 마음은 우리집 그 누구보다도 제일이다. 그런 남편에게도 고맙고, 건강하게 홀로서기를 하고 계신 아빠께도 감사했던 남당항에서의 오후였다.
흐르는 시간을 지키는 낮고 진중한 목소리, 제주도의 바다는 무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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