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너무 일찍 가고 말았다. 지난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찾아간,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의 용문사.
조금 더 기다렸어야 했는데, 깊어가는 가을을 빨리 보고픈 마음에 그만 서두르고 말았다. 매년 가을이 되면 한두 번쯤 찾아가는 용문사. 그곳에는 천년은행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용문사는 양평 용문사관광지 안에 자리해 있다. 용문사관광지는 1971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는데, 넓은 잔디광장과 야영장 등을 갖추고 있어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용문산과 용문사, 천년은행나무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주를 이루지만, 이곳에는 친환경 먹을거리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친환경농업박물관도 있어 친환경농업특구인 양평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둘러볼 수 있고 지역특산물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도 배울 수 있어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
또한 관광지 입구에 들어서면 7080 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추억의 박물관인 청춘뮤지엄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복고체험 및 추억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용문사로 향하는 길목마다 나무들이 곱게 물들어 있어 예뻤다.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에 대경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쳐 현재까지 법등이 끊이지 않는 천년 고찰로 잘 알려져 있다.
고고하고 청아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사찰로 유명한데, 6.25 전쟁으로 사찰이 전소된 후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다 1982년에 대웅전을 비롯하여 삼성각, 지장전, 요사채, 일주문, 다원 등을 새로 중건했다.
경내에는 고려말의 고승 정지국사탑 및 비(보물 제531호)와 금동관음보살좌상(보물 제1790호)과 천연기념물 제30호인 은행나무가 있다.
용문사로 가는 길이 즐거운 것은 비단 은행나무를 볼 수 있는 것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일주문에서 경내까지 진입로 길 옆으로 도량물이 흐르는데, 그 물소리가 가슴속까지 퍼져 그냥 걷고만 있는데도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맑은 기분이 든다.
올라가는 길 옆 나무 아래에는 좋은 글귀들도 많아 읽고 또 읽으면서 바른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곳에는 출렁다리도 있는데,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꽤 많이 흔들려서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에고~~ 아직도 새파랗다. 작년 이맘때에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는데...... 그래도 너를 보니, 반갑네.
이곳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높이 40m, 둘레 11m로 수령은 약 1,100~1,500년으로 추정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길에 심은 것이라고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라의 고승인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가 내려 이처럼 성장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수많은 병화와 전란 속에서도 불타지 않고 이렇게 살아남아 모진 세월을 버텨온 것만 해도 무척이나 대견스럽기만 하다. 고종이 승하하셨을 때에 큰 가지가 부러지는 등 나라의 변고가 있을 때마다 미리 알려주는 영험함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는데, 일제 때에는 일본군이 은행나무를 자르려고 한 도끼자국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유실수로는 동양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면 정말로 장관이다.
줄기의 가슴둘레가 11m가 넘는다니...... 가까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한참이나 용문사에 머물렀다가 내려오는 길에 은행나무를 마주 보고 있는 카페 미르가 있다. 그냥 돌아가기가 아쉬워 남편과 함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셨는데 발 밑에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청량해서 무척이나 좋았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이곳 용문사를 둘러싼 용문산에 가족이 함께 올랐었다. 2007년에 개방된 용문산은 높이 1,157m의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이 만들어낸 절경으로 유명하다.
용문사에서 북서쪽 계곡을 따라가는 코스에서는 높이가 2m인 넓고 평평한 마당바위를 볼 수 있으며, 산능선을 따라 올라갈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쯤이면 용문사의 천년은행나무가 곱디곱게 물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올해 그 모습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고이고이 접어 놓고는 내년의 가을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가을의 깊어감을 나는 이곳 용문사의 은행나무로부터 건네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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