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SF게임
- 지은이: 김초엽
- 초판 1쇄: 2024년 6월 25일
- 펴낸곳: 위고
어렸을 때 나는 게임 속 세계가 모니터 안에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다녀온 그 세계들이 현실 위에 층층이 포개져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가 엄밀한 현실, 저기가 허황된 허구인 것이 아니라 - 또는 게임 속이 진짜이고 여기가 얼른 로그아웃해야 할 현실인 것이 아니라 - 어느 날 거리 위에 불쑥 나타나기 시작한 포켓몬들처럼, 그 여러 세계들은 얼마든지 이 위에 겹쳐졌다가 또 흩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그 세계들에 대해 거듭 생각하다가 이 책을 쓰게 됐다. p 17~18
건너편의 세계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무튼, SF게임>은 '먼 우주, 가까운 미래'에 대한 소재들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김초엽 작가의 게임에 관련된 동경과 짝사랑에 관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게임을 향한 작가의 찐한 진심이 느껴져서 흥미롭게 잘 읽었다.
게임은 플레이가 관건이지만, 김초엽 작가는 게임을 약간 옆에서 비껴 서서, 아니면 뒤로 물러나서, 혹은 게임 바깥에서 한번 살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의 인생에 있어서 게임은 먼저 게임과 관련된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아무튼, SF게임>을 읽다 보면, 김초엽 작가가 펼쳐가는 문학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가 꽤나 용이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 김초엽 작가가 구현해 나가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들의 대부분들이 모두 '게임'으로부터 싹을 틔워 나가지 않았나 싶다.
게임답게, 그 세계들에 대해
나는 게임 속에서 낯선 공간을 통과하고 횡단하며 내달린다. 때로는 멈추어 서서 여기저기 흩어진 이야기 조각을 수집하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자판기에서 쨍그랑 떨어진 캔을 줍고, 부서진 건물 파편 틈을 들여다본다. 문득 내가 무작정 나아가다가 놓친 것이 이 세계에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고, 한편으로는 아직 발견할 이야기가 더 남아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 소설을 쓸 때 한 번씩 그 즐거움을 되새겨본다. 생생함, 정말로 이 공간에 내가 존재한다는 느낌, 그것이 내 이야기를 읽는 독자에게도 조금쯤은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p 55
김초엽 작가는 게임 속 세상에 대해 "지울 수 있다고, 리플레이할 수 있다고,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고 믿는 것은 용기를 준다. p 154"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게임이란 흥미로운 결정의 연속이다. p 75"라는 것.
동네 아이들 중 처음으로 컴퓨터를 갖게 된 일곱 살의 김초엽에게 컴퓨터는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였다.
<아무튼 SF게임> 차례
- 오래전 이미 이곳에 와본 것 같다
- 기억을 잃은 주인공의 부활
- 세계를 경험하는 것
- 이 모든 것은 거짓말, 그래도 이 세계는 선명하고 아름답고
- 선택하기를 선택하기
- 중독의 재발견
- 전쟁 게임을 즐기는 평화주의자
- 도마뱀 외계인을 사랑해도 될까요
- 컴플리트를 포기하며
나는 숨을 죽이고 눈앞에 펼쳐질 이상하고 낯선 세계를 기다린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면, '좋은 게임'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했다면, 그 몰입감은 여전히 큰 기쁨을 준다. 나는 중독성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싶다. 계속하고 싶은 게임을 할 때 나는 매우 단순해진다. 수많은 생각들, 나를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사라진다. 그 순간 내 세계에는 게임 속의 목표밖에 없는데, 심지어 그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의식마저 점차 사라진다. 일종의 명상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나는 현실 차원에서 분리되고, 완전히 다른 세계의 다른 목표에 풍덩 빠졌다가, 다시 현실적 조건 - 내일의 마감, 뻑뻑한 안구, 허리 통증, 갈증, 배고픔 등 -에 의해 끄집어내진다. 이 차원을 오가는 과정에서 나의 생각하는 방식, 그러니까 사고 모드가 전환된다. 정신을 깨끗이 빨아서 말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정신의 먼지를 한 번 팡팡 털어내는 느낌이 든달까. p 108
어렸을 때 게임 속 세계가 모니터 안에 있다고 생각했던 김초엽 작가는 이제 자신이 경험했던 그 게임의 세계들이 현실 위에 층층이 포개져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 세계들은 다시 얼마든지 조각조각 흩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삶을 게임처럼 살 수는 없다. 게임은 실패를 용납하고, 때로는 용남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실패에 훨씬 가혹하고, 한번 떨어지면 끝이다. 부러진 팔은 좀처럼 붙지 않고, 떠나버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며, 했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다. 게임에서 실패해도 되는 건 리플레이가 있고, 실패와 미숙함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현실의 실패와 미숙함에 대해서는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없다. 그래도 만약, 정말 쉽지는 않겠지만...... 그 믿음을 아주 조금 빌려온다면, 무언가 달라질까. p 152
책 속에 등장하는 게임들
- 바람의 나라
- 보더랜드
- 폴아웃
- 바이오쇼크
- 엑스컴
- 매스 이펙트
- 어쌔신 크리드
- 호라이즌 제로 던
- 스타크래프트
- 스페이스워
- 사이버핑크 2077
- 아오오니
- 디스코 엘리시움
- 스타듀 밸리
- 하데스
- 스텔라리스
- 매스 이펙트
게임을 사랑한 김초엽 작가는
SF 작가.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 모니터 속 세계에 푹 빠져 살았다. 어른이 되면 완벽한 게임 취미방을 만들겠다는 꿈을 꿨는데, 대충 꿈을 이뤘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 <파견자들> 등 여러 소설을 썼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함께 펴냅니다.
김초엽 작가의 이 책 <아무튼, SF게임>은 아무튼 시리즈의 69번째 책이다. 첫 번째 주제였던 피트니스를 시작으로 서재, 게스트하우스, 쇼핑, 망원동, 잡지, 택시, 로드무비, 딱따구리, 트위터, 문구, 떡볶이, 하루키, 순정만화, 메모, 목욕탕, 장국영, 아이돌, 잠, 당근마켓, 영양제, 헌책, 미드 등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다양해서 자신의 관심 분야에 따라 선택해서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근간에는 뉴욕, 라디오, 명언, 사투리, 운전, 전화영어 등을 다룬 시리즈가 나오기도 했다. 몇몇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애정하는 테마가 있어 곧 다른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책이 너무 두툼하지 않아 갖고 다니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가볍게 읽어 내려갈 수 있지만, 결코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무게가 느껴지는 책이지만, 마음을 무겁게 하지 않아서 나는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한다.
김초엽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먼 우주 가까운 미래
김초엽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먼 우주 가까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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