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4

이형기 낙화,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낙화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내 영혼의 슬픈 눈.  꽃잎이 떨어지고,어김없이올 봄날도 떠나가고 있다. 봄이 떠난 빈 자리,남아 있는 사람들은길을 잃지 말아야 할 텐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쇼팽의 녹턴(Nocturne), 피아노의 ..

정일근 사월에 걸려온 전화,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사월에 걸려온 전화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 저도 ..

등뒤의 사랑, 오인태

등 뒤의 사랑 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고개를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나무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 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랑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좇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슬픔의 그늘이었을까.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는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뒤의 사랑 끝내 내가 좇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

도종환 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 중에서, 빛깔

빛깔 봄에는 봄의 빛깔이 있고 여름에는 여름의 빛깔이 있다. 겨울 지등산은 지등산의 빛깔이 있고 가을 달래강에는 달래강의 빛깔이 있다. 오늘 거리에서 만난 입 다문 이 수많은 사람들도 모두 살아오면서 몸에 밴 저마다의 빛깔이 있다. 아직도 찾지 못한 나의 빛깔은 무엇일까 산에서도 거리에서도 변치 않은 나의 빛깔은. 도종환 , 창비, 1993 미세먼지가 자욱했던 오늘 문득 도종환 시인의 '빛깔'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1993년 창작과비평사에서 발표된 라는 시집에 들어있는 시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고, 다시 어김없이 봄은 왔는데, 가끔씩 나의 빛깔에 대해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도, 학창시절에도, 젊음이 지나갈 때에도 고민했던 그 빛깔에 대해서 이렇게 어른이 된 지금에도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