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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해바라기는 태양같이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해바라기의 비명(碑銘)-청년화가 l을 위하여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빗돌을 세우지 말라.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함형수 시인은 1914년에 태어나 1946년에 32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달리했다. 시 열일곱 편을 남겼을 뿐이다. 이 시 '해바라기의 비명'은 정신착란을 앓다가 짧은 생을 끝낸 함형수 시인이 살아 숨 쉬는 듯하다. 반 고흐의 작품 에 토마토 수프가 뿌려지다니에 토마토 수프가 뿌려지다니" data-og-descriptio..

스며들면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

스며드는 것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꿈틀거리다가 더 낮게더 바닥 쪽으로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버둥거리다가어찌할 수 없어서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한때의 어스름을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불 끄고 잘 시간이야  주말에 시골에 다녀왔다. 요란스럽게 비가 내린 다음날이라 그런지, 하늘색이 곱게 느껴졌다. 차 안에서 남편과 함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들은 좋은 기억과 그렇지 못한 기억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그래서 결국 개개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잔상들은 무엇일까?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내 이 괴로움을 알리, 홀로 고독한 나는 세상의 기쁨을 모르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오늘도 내일도 우리 모두 룰루랄라!!!

폐허 이후도종환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모든 것이 불타 버린 숲에서도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 버린 골짜기에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렸을 때부터 스누피를 좋아하던 저는 지난 주말에 서점에서 이 책을 보았습니다. 운동을 즐기는 우리의 친구, 페퍼민트 패티였어요. 찰리 브라운을 좋아하는 단발머리 소녀 패티도 "역시 인생은 쉽지 않구나"라고 말하고 있네요. 이 제목을 보고 나니, 문득 도종환 시인의 '폐허 이후'라는 시의 한..

랭 리아브 '별의 먼지', 사랑만이 우리가 가지고 가는 모든 것

별의 먼지랭 리아브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이름으로당신이 온다 해도나는 당신을 안다.몇 세기가 우리를 갈라놓는다 해도나는 당신을 느낄 수 있다.지상의 모래와 별의 먼지 사이 어딘가매번의 충돌과 생성을 통해당신과 나의 파동이 울려퍼지고 있기에.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는소유했던 것들과 기억들을 두고 간다. 사랑만이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그것만이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우리가 가지고 가는 모든 것.  어느덧 벌써, 오늘이 6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이제 올해도 다음 달 7월을 시작으로 8월, 9월, 10월, 11월, 12월...... 여섯 장의 달력이 남아 있네요. 여러분 모두 행복한 6월의 마무리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크게 웃으시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법정..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 5월의 마지막 날에 이 시가 생각났습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헌 만릿길 나서는 길처자를 내맡기며맘놓고 갈 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구명대 서로 사양하며"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저 하나 있으니" 하며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러브 어페어(Love Affair..

박재화 '깨달음의 깨달음', 나의 깨달음은 대체 언제일까

깨달음의 깨달음박재화걸핏하면 무얼 깨달았다는 사람들 두렵다 무언가 알아냈다고 목청 높이는 사람들 무섭다 나는 깨달은 적이 없는데 어떡하면 깨달을 수 있을까 깨닫기로 말하면 대체 무엇을 깨닫지? 이것인 듯하다가 저것인 것 같은 생의 한복판에서 깨달음까진 몰라도 바람 흘러가는 쪽이나 좀 알았으면... 유난히 긴 밤 잠 못 들면서도 깨달음은 아니 오고 깨달음은 왜 나만 비켜갈까 나의 깨달음은 대체 언제일까 깨달음의 깨달음에 매달리는 밤... 세상만사, 정말 나의 깨달음은...... 언제쯤 성숙해갈까?깨달음의 깨달음에 매달리는 밤,벌써 오늘밤도 깊어 간다.  반식재상, 지금 나는?!!! 반식재상, 지금 나는?!!!당나라 6대 황제인 현종을 도와 당대 최성기인 '개원(開元)의 치(治)'를 연 재상은 요승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느 봄밤 다시 만날까요, 권대웅 시인의 '아득한 한 뼘'

아득한 한 뼘권대웅 멀리서 당신이 보고 있는 달과내가 바라보고 있는 달이 같으니우리는 한 동네지요이곳 속 저 꽃은하수를 건너가는 달팽이처럼달을 향해 내가 가고당신이 오고 있는 것이지요이 생 너머 저 생아득한 한 뼘이지요그리움은 오래되면 부푸는 것이어서먼 기억일수록 환해지고바라보는 만큼 가까워지는 것이지요꿈속에서 꿈을 꾸고 또 꿈을 꾸는 것처럼달 속에 달이 뜨고 또 떠서우리는 몇 생을 돌다가 와어느 봄밤 다시 만날까요  주말 아침, 밀렸던 집안일들을 하다 보니 어느덧 하루가 다 지나가버렸다.밤이 깊어 가는 시간이 되어서야,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밖을 내다본다.이 봄밤, 너도 이제 떠나가는구나. 안녕, 내년 이맘때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만나자고 속삭여본다.  나만의 하루 규칙, 봄날의 만성피로 훨훨 날려버리..

이형기 낙화,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낙화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내 영혼의 슬픈 눈.  꽃잎이 떨어지고,어김없이올 봄날도 떠나가고 있다. 봄이 떠난 빈 자리,남아 있는 사람들은길을 잃지 말아야 할 텐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쇼팽의 녹턴(Nocturne), 피아노의 ..

정일근 사월에 걸려온 전화,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사월에 걸려온 전화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 저도 ..

등뒤의 사랑, 오인태

등 뒤의 사랑 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고개를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나무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 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랑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좇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슬픔의 그늘이었을까.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는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뒤의 사랑 끝내 내가 좇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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