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피아니스트 강지은, 음악의 향기가 삶의 자양분이 되다

난짬뽕 2020. 11. 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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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현대음악 <뮤직프렌즈> 10월호에 실린 피아니스트 강지은 교수님의 인터뷰 원고입니다.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있었던 그해 9월 13일, 밤늦게까지 이어진 촬영내내 강지은 교수님께서는 따스한 미소로 친절하게 대해 주셨답니다. 사진 촬영이 모두 끝나고, 교수님 방에서 함께 초콜릿을 한 바구니 가득 정말로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핸드폰에 그때의 추억이 남아 있어 몇 장 올려봅니다. 이날 역시 사진 촬영은 이준용 실장님이신데요. 평소에 책을 무척이나 많이 읽으시고, 운동도 열심히~ 엄청 부지런하고,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하시는, 하루하루를 빈틈없이 보내시는 모습에 늘 배울 게 많답니다. 

 

사진_ hu

 

예술, 그 경계를 넘어

음악의 향기가 삶의 자양분이 되다

피아니스트 강지은

 

우리가 품고자 하는 예술은 완벽한 성능을 발휘하는 기술이 아니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 그리고 삶의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가운데 드러나지 않은 상처까지 치유할 수 있다면, 이미 그것은 예술적인 경계를 뛰어 넘은 것이다. 

피아니스트 강지은의 음악은 악보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사람들 속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사랑을 속삭이고,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의 피아노 선율을 따라 흐르는 음악의 향기가 우리들 인생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글 엄익순

 

 

관객들과 교감하는 '음악愛' 독주회 시리즈

2009년 첫 선을 보인 <강지은의 음악愛> 독주회 시리즈가 올해로 일곱 번째 무대의 막을 올렸다. '위대한 베토벤, 음악에의 숭고한 사랑!'을 주제로 시작되어 두 번째 무대에서는 '슈만과 브람스의 소중한 만남과 그들의 우정과 존경, 그리고 사랑'을 소개했다. 2011년 '가족愛'라는 제목으로 펼쳐진 세 번째 무대는 가족에 대한 마음을 애틋하게 담은 모차르트, 메시앙, 드뷔시, 쇼팽 등 위대한 작곡가들의 작품들로 꾸며져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K.310 a단조>를 비롯하여 드뷔시가 자신의 딸에게 헌정한 <어린이 세계> 등이 연주되었고, 네 번째 무대에서는 슈베르트의 주옥같은 피아노곡들과 그의 가곡을 편곡한 리스트의 작품이 어우러진 '슈베르트: 사랑의 노래'로 관객들과 만났다. 연이어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minoff)'(2013년), '모던 빈티지(Modern Vintage)(2015년)'에 이어 지난 10월 5일 짙은 그리움이 묻어나는 '노스탤지어(Nostalgia)' 무대로 음악愛 시리즈의 일곱 번째 무대가 찾아왔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에 심취된 멘델스존(Mendelssohn)은 바흐의 재발견에 기여하고, 독창적인 음악세계와 실험적인 작곡 기법으로 후대 음악계에 큰 영향을 준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은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수많은 종교음악을 완성했으며, 슈먄(Schumann)의 대표적인 피아노곡들 중에는 아내가 된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을 위해 작곡한 곡들이 많다. 존경하는 사람에 대한 경의나 종교적인 색채, 그리고 연인에 대한 사랑 모두 '그리움에 대한 동경'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피아노 독주회'라는 표제가 굉장히 좋은 타이틀인데, 이 연주회를 통해 제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았어요. 청중들과 저와의 무언의 연결고리 같은 것이 있으면 한층 의미 있는 무대가 될 것 같다고 여겨졌죠. 사실 아무리 훌륭한 연주라도 사람들과의 교감이 없는 연주회는 의미가 없거든요. 관객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취지에서 연주회의 주제를 선정하여 진행하게 되었는데, 해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애정을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 혼자 하는 발표회 성격이 아니라, 공연장에 오신 모든 분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연주자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관객들과 음악적으로 나누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지은 교수는 생각한다. 급속히 발전한 정보 통신 미디어의 영향으로 손쉽게 연주 영상을 접할 수 있는 시대에 바쁜 시간을 할애하여 직접 연주회장까지 올 때는 그 공연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청중이 음악적인 전문지식이 있든 없든 간에, 최선을 다해 진정성 있는 연주를 해야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언한다. 

 

 

대학 음악교육의 다양화 모색

다섯 살 때부터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일곱 살이 되었을 때는 피아노 앞에 앉는 것을 즐기게 된 피아니스트 강지은은 예술학교와 서울예고(실기 수석)를 졸업한 후 도미하여 줄이어드음대에서 학사(1996년)와 석사(1998년) 과정을 마치고, 미시간 주립대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박사학위(2003년)를 취득했다. 국내 재학 시 한국일보 콩쿠르 금상, 삼익 피아노 콩쿠르 1등, 서울시향 소년소녀 협주회 오디션 합격 협연, 서울 실내악 콩쿠르 1등 및 이화 경향, 중앙콩쿠르 등에서 상위에 입상했고, 서울예고 재학 중에는 대표로 일본 순회연주에 참가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생활을 시작할 때 제 존재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잠시 마음고생을 하던 때가 있었어요. 운이 좋아 어렸을 때 나간 몇 개의 콩쿠르에서 입상을 했지만, 줄리어드 학교로 공부하러 온 여러 나라의 실력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습니다.

그동안 나는 굉장히 좋은 시스템 안에서, 주위의 좋은 선생님들 덕택으로 편한 길을 걸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정신이 번쩍 들면서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때가 열아홉 살 무렵이었어요. 그동안 저에게 배어 있던 모든 습관과 생활태도 자체를 완전히 뒤집어 바꿔 버렸죠. 정말로 본격적으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줄리어드 음대 재학 시절에는 뉴욕 코슈스코 쇼팽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고, 반 클라이번 인스티튜트 콘체르토 오디션 입상으로 포트워스 챔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쿠세비츠키 국제 콩쿠르 1위 입상 기념으로 카네기홀에서 데뷔 독주회(1997년)를 가졌다. 같은 해에는 유엔본부에서 전 세계 외교 사절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 평화를 위한 연주회'를 갖기도 한 그녀는 1999년에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워싱턴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의 연주회를 부상으로 받고 뉴욕 Korea Music Foundation Recital Award 수상자로 선정되어 다시 한번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서정적이면서도 특별한 재능을 가진 탁월한 솔로이스트'라는 극찬을 받기도 한 강지은은 미국 Settlemant Music School 교수와 University of Pennsylvania, 연세대, 한양대, 숙명여대, 추계예대, 예술의전당 아카데미 등의 강사를 역임하였고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예술체육대학 음악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강지은 교수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매일 매일이 중요하다. 무슨 일이든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연주자의 길을 가든, 혹은 음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한때 피아노 공부를 했던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자주 얘기합니다. 

소중한 학창시절을 함께했던 피아노를 배운 시간들이 큰 자긍심이 된다면, 학생들이 먼 후일에 무슨 일을 하든 살아가는 데 있어 큰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거든요. 피아노를 깊이 파고드는 학생들에게는 한층 더 견고한 음악교육을 하고 있고, 음악과는 조금 다른 진로를 갖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본인이 하고자 하는 분야와 음악적인 부분이 결합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피아노를 전공했다고 해도, 모두가 연주자가 되거나 음악의 길을 가는 것은 아니니까 대학에서의 음악교육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모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교수법은 많이 듣는 것

피아니스트 강지은은 연주자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육자로서의 본분에도 충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천 마디 말로 지시하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솔선수범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연습하라'는 말 대신, 제일 먼저 연습실에 나오고 늦은 밤까지 연습에 몰두하며 안주하지 않으려고 한다.

"교육자로 살아가는 이상,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수업이라고 봅니다. 예술을 하고 있는 사람은 평생 학생이라고 생각해요. 연습을 하거나 독주회 준비를 할 때 아무래도 학생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쉽게 지적했던 사항들이 실제로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죠.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는 제 자신이 먼저 피아노에 집중하고 수없이 연구하며 성장해 나가야 되는데, 현실과 시간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늘 고민합니다. 그것이 교육자가 갖게 되는 무서운 책임감이죠."

 

그녀는 형편상 정기적으로 레슨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무료 동영상 레슨을 통해 이론과 연주 수업을 하기도 했다. 바쁜 일정을 쪼개 촬영을 하는 것이 번거로운 일이었을 텐데, 그녀는 오히려 새로운 음악교육의 시도였다며 의미가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클래식 음악계는 세계적인 연주자를 배출하고, 유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지은은 음악이 치열한 경쟁구도로 치닫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이들이 한정된 레퍼토리만 배워서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그때부터 너무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어요.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는 굉장히 허무해하죠. 결국에는 더 이상의 목표를 찾지 못해 음악을 그만두는 경우도 종종 보게 돼요. 

영재교육도 많이 신경을 써야겠지만, 그와 더불어 예술을 통해 인성과 소양을 키울 수 있는 일반적인 음악교육도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제도적으로 구축되어, 경쟁적인 구도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도록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 우리나라의 피아노 교육은 예전에 비해 교재도 많이 다양해지고, 교수법 역시 획일화된 방법에서 벗어나 다각도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연구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강지은이 뽑는 최고의 교수법은 '많이 들어라'이다. 듣는 귀를 갖게 되면 연주에 앞서 음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지은의 음악은 예술이 그 경계를 넘어 삶의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지도와 나침반의 역할을 하고 있다. 피아니스트로서 그녀가 머금고 있는 음악의 향기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꾸며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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