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볼록 렌즈

아홉수의 진실

난짬뽕 2021. 4. 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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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의 진실

 

 

예로부터 어른들은 아홉수를 조심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스물아홉 살에 결혼하는 것을 꺼렸으며, 쉰아홉 살에 생일잔치를 하는 것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과거 1999년에는 9가 세 개나 겹쳤다고 하여 일부에서는 종말론을 대두시키며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요즈음에는 이러한 생각들이 절대적으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니다. 진정 아홉수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아홉수란 19, 29, 39, 49~~ 등과 같이 나이에 9자가 포함되어 있는 시기를 말한다. 아홉수에 해당하는 해가 되면 가정의 대소사를 치르지 않는 것이 좋다는 민습 비슷한 것이 있었다. 정확하게 무엇이 나쁘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까지 아홉수에는 모든 생활 태도를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 10명 중에 4명 이상이 아홉수를 따진다는 조사가 있었다. 물론 아홉수의 불길한 징조에 대한 신빙성은 없지만, 그래도 나쁘다고 하는 것은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근거 없는 재앙, 아홉수

지금까지 아홉수에 관한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우리 민족이 아홉이라는 숫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의 90일간의 사랑 이야기나 한 많은 사연이 굽이굽이 흐르는 아흔아홉 고개가 그러하며, 가장 큰 집을 아흔아홉 채라고 부르는 것도, 장수를 축하하는 백수연(白壽宴)을 100살이 아니라 99살에 잔치를 벌이는 것만 봐도 숫자 9가 우리 민족과 매우 긴밀하게 동고동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전통에서 아홉수라는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민속학에서는 홀수가 길하다고 보기 때문에 9로 끝나는 해가 운이 좋지 않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한 한쪽에서는 삼재와 연결시켜 불행이 세 번 반복되기 때문에 아홉수가 좋지 않다는 해석을 하지만, 이 또한 믿을 만한 것은 못된다. 왜냐하면 삼재라는 것은 9년마다가 아니라, 12년마다 돌아오는 일종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삼재와 아홉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조심스러움과 긴장된 태도를 바라는 의미

아홉수를 말하려면, 우선 숫자 10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10은 아주 특별한 숫자다. 한 묶음을 짓는 완성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셀 때도 열 묶음씩 단위를 매기는 경우가 많고, 강산이 변하는 기준도 10년을 주기로 말한다. 동양에서는 10이란 숫자를 '신의 수'라 하여 완전하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9는 어떠한가? 완벽한 숫자로 여겨지는 10에서 하나가 빠져버렸기 때문에 9를 불완전한 숫자로 여기는 것일까? 아니면 10으로 가기 바로 전의 숫자이기 때문에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들어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9는 신의 수인 10 바로 밑에 있는 숫자이다. 그렇다면 9는 신이 아닌 인간의 수일 것이다. 10 아래의 숫자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다시 말해 9는 인간의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의 숫자라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영역이 미치는 한계점이기도 하다. 

아홉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어쩌면 인간의 힘이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마지막 숫자라는 데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성스러운 출발이 되고자 하는 결혼식을 종착점의 숫자에서 하는 것이 탐탁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숫자적으로 볼 때, 19나 29, 39~~ 등과 같은 아홉수는 큰 변화를 앞둔, 무엇인가를 이루기 직전의 숫자이므로 항상 조심과 긴장을 동반하는 개념도 숨어 있다. 십 대가 이십 대가 되며,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된다. 또 평균적으로 개인 위주였던 생활이 가족을 이루면서 더불어 사는 변화를 맞이하기도 한다. 아홉수는 바로 그러한 변화들과 이전의 생활들 사이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홉수에 몸과 마음을 조심하라는 말은 바로 변화를 경건한 태도로 맞이하라는 의미가 크다. 그것이 바로 아홉수의 숨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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