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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아름다움/책

파트리크 쥐스킨트 <승부>, 상대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을 무너뜨린다

by 난짬뽕 2026.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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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 지은이: 파트리크 쥐스킨트
  • 그린이: 장자크 상페
  • 초판 1쇄: 2020년 4월 20일
  • 발행처: 주식회사 열린책들

 

모름지기 고수란
어느 순간이건 독창적이고 위험한 수를
과단성 있게 두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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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한 인상의, 능청맞고 유머러스한 소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승부>는 두 명의 체스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삶의 축소판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늙은 고수이자 뤽상부르 공원의 체스 챔피언인 '장'과 예기치 못한 포석과 공격으로 챔피언의 허를 찌르는 '젊은' 도전자의 한판승부가 이 소설의 전부이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장자크 상페의 그림과 어우러지다 보니 소설의 전개가 한층 흥미롭게 다가온다. 소설은 낯선 젊은이가 뤽상부르 공원 일대의 체스계를 주름잡던 동네 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것으로 시작한다. 포스가 범상치 않은 젊은이는 무표정한 얼굴과 냉담함, 몸에 밴 침착함과 자신감으로 인해 묘한 오라가 풍겨져 나온다.

젊은이의 첫인상에 압도당한 챔피언 장은 체스 상식에 어긋나는 상대의 이상한 수에도 머리가 복잡해지고, 또한 아무 의미가 없는 수에도 무슨 노련한 함정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심사숙고한다. 좀처럼 실수가 없는 정석 플레이로 뤽상부르 공원을 제패한 장이지만 초반부터 도전자의 기세에 눌려 계속 끌려간다. 

결국 승부에서는 이겼지만, 멘털 싸움에서는 진 장. 알고 보니 젊은이는 아주 기본이 없는 초짜에 불과했던 것. 노련한 장을 긴장케 한 것은 그가 지기를 바라던 구경꾼들도 한몫을 했다. 오랫동안 이 구역의 체스 챔피언이었던 장을 누군가가 무너뜨려주기를 바라던 사람들의 마음이 초보 젊은이를 거대한 도전자로 여기는 데 한몫을 했던 것이다. 

체스를 두는 두 사람과 구경꾼들의 모습이 능청스럽게 그려진 이 작품을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어 준 것은 장자크 상페의 삽화로 인해 가능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짧지만 여운이 있는 작품이다. 체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체스를 두지 못해도 저절로 몰입감을 안겨주는 재밌는 책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승부>는 체스 게임의 옷을 입은 우리들의 인생 이야기이다. 나를 둘러싼 그 사람들, 바로 우리의 복잡하면서도 어쩌면 아주 단순한 삶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역시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지은이 파트리크 쥐스킨트

전 세계적인 성공에도 아랑곳없이 모든 문학상 수상과 인터뷰를 거절하고 사진 찍히는 일조차 피하는 기이한 은둔자이자 언어의 연금술사.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1949년 뮌헨에서 태어나 암바흐에서 성장했고, 뮌헨 대학과 엑상프로방스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젊은 시절부터 여러 편의 단편을 썼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한 예술가의 고뇌를 그린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스>가 '희곡이자 문학 작품으로서 우리 시대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한 평생을 죽음 앞에서 도망치는 기묘한 인물을 그려낸 <좀머 씨 이야기>와 1천만 부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향수> 등으로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 각인되었다. 

 

그린이 장자크 상페

가냘픈 선과 담담한 채색을 통해 인간의 고독한 모습을 서정적으로 표현하는 프랑스의 그림 작가. 1932년 보르도에서 태어난 상페는 르네 고시니와 함께 만든 <꼬마 니콜라>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널리 이름을 알렸다. 

다른 작품으로는 <랑베르 씨>, <랑베르 시의 신분 상승>,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진정한 우정> 등이 있으며 쥐스킨트와는 <좀머 씨 이야기>를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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