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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아름다움/책

이꽃님 장편소설 <내가 없던 어느 밤에>, 조각난 마음이 다시 이어져 시간이 흐른다

by 난짬뽕 2025.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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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던 어느 밤에
  • 지은이: 이꽃님
  • 초판 1쇄 펴낸날: 2025년 8월 29일
  • 펴낸곳: (주)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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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회복, 그 치유의 과정

기다리던 이꽃님 작가의 <내가 없던 어느 밤에>를 드디어 읽었다. 출간되자마자 도서관으로 달려갔는데, 이미 대출되었고 예약한 지 석 달이 넘어서야 내 차례가 되었다.

그동안 읽은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죽이고 싶은 아이 1. 2>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내가 없던 어느 밤에> 역시 '상실과 아픔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따스하게,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 <내가 없던 어느 밤에>를 읽으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고 세 번 정도는 눈물이 핑 돌았던 것 같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열아홉 살 가을과 유경, 균, 그리고 그들의 영원한 친구 봄을 떠올리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또 다른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의 숨은 이야기 앞에서도 잠시 마음이 머뭇거렸다.

웃는 표정 한 번이면 행복한 척을 할 수 있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잊은 척 굴 수 있으며, 그저 하루를 버티면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니. 그렇게 간단하게 사람이 사람을 속일 수 있다니. 고작 그런 것들에 가려 소중한 사람의 마음조차 알지 못한다니p 177  

엄마아빠라는 이름으로 아홉 살 작은 아이에게 매질을 하고 굶기며 폭력을 가하면서도 밖에서는 온화하고 좋은 사람으로 불리던 봄의 부모를 보면서는 무척이나 화가 났다. 나도 엄마이기 때문에 그 대목에서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추운 겨울날 그 아이는 부모로부터 베란다로 쫓겨나 옷도 걸치지 못한 채 멀리 떠나고 만다.  

어른들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어째서 밝게 웃던 아이가 사라졌는데도 아이들에게 잊으라고 했을까.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는데 어째서 모든 게 끝났다고 거짓말을 했을까. 그들이 악독하고 무지해서였을까. 마음이 빈약하고 생각이 허술해서였을까. 제 아이만 지키고자 하는 이기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그 어떤 것도 사실이 아니다. 아이들은 모르는 어른들의 세계가 있다. 대단하고 엄청난 세계가 아니라,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세계가 아니라 그저 아이들은 몰랐으면 하는 마음, 오로지 그 마음 하나로 만들어 낸 세계다. 아이들이 고통받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고 아이들을 지켜 주고자 하는 마음이다. 모르게 함으로써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거짓말로라도 아이들의 유년이 어둡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p 219-220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모든 동네 사람들이 이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날의 아픔도 묻어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부모들의 생각과는 달리, 열아홉 살 친구들의 마음은 아홉 살 때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집에 가기 무섭다는 친구의 말이 더 놀고 싶어서 하는 거짓말이라고 여기며 빨리 집에 들어가라고 했던 말이 죄책감으로 여전히 열아홉의 그들을 괴롭힌다. 그것이 살려 달라는 말인 줄도 몰랐던 자신들을 자책하면서. 

아이 하나가 세상을 떠나는 일은, 단순히 하나의 목숨이 떠나가는 게 아니었다. 그건 아이와 함께했던 이들의 삶을 짓뭉개는 일이었다p 152

아홉 살에 겪었던 엄청난 두려움과 눈물, 충격과 혼란으로 인해 마음이 조각나고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도 열아홉 살의 세 친구들은 그들 방식으로 그 아픔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부모와 마을의 어른들에게도 전해져 멈추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책을 읽고 난 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우리들의 아이들은 어른들보다도 생각이 깊고 지혜롭다는 것을. 그리고 정말로 모든 부모가 부끄럽지 않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부모라는 이름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것을. 

 

책 속의 문장들

특별할 것 없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치고 기진한 그런 날들. 하지만 그 고된 날들조차 평범한 일상이었음을, 간절히 그리워하게 될 하루였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터였다.  p 14

엄마는 왜 항상 자신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지, 따뜻하게 안아 주지도, 다정하게 눈 맞춰 주지도 않는지 균은 알지 못했다. 알지 못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 균은 자기 자신을 미워했다. 아이들은 부모를 미워하는 법을 몰라서, 부모 대신 자신을 탓하곤 하니까p 18 

오랜 친구는 서로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이 생겨날수록 조금씩 멀어져 왔다. 보이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거리는 그렇게 점점 벌어지다가, 서로를 오래된 친구에서 잊혀진 친구로 남게 할지도 몰랐다.  p 58

죽음과 삶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살게 하고 무엇이 죽게 했을까.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찢긴 가슴을 안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일까.  p 151-152

말하지 않으면 마음은 허공에 둥둥 떠다니다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p 190

 

이꽃님 작가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 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 <죽이고 싶은 아이 2>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B612의 샘>(공저) <소녀를 위한 페미니즘>(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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