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네
- 지은이: 아베 아키코
- 옮긴이: 이소담
- 1판 2쇄 발행: 2026년 4월 6일
- 펴낸곳: (주)은행나무
집은 청소해도 금방 지저분해지고 음식도 먹으면 사라지죠.
그래도 괜찮아요.
고작 이삼일 정도라도 평소보다 집이 지내기 편해지고,
애써 뭘 만들지 않아도 이미 맛있는 밥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그런 환경만 있다면 사람은 아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어요.
살아가기 위해 행동할 기력을 가질 수 있어요.
이게 카프네를 시작한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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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상실, 그 회복과 희망에 대하여
이 책의 제목인 '카프네'는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겨주는 행동'을 뜻하는 포르투갈어이다. 소설 속 가사 대행 서비스 업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왜 이런 제목이었을까, 책을 읽기 전에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는 책을 다 읽은 후에 그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깨끗하고 정리정돈된 집안과 따뜻한 음식만으로도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지. 아베 아키코의 <카프네>를 읽고 난 후, 나는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라는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은 작가 특유의 문체가 무겁지 않게 느껴져 비교적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지만, 소설의 메시지는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어떻게 보면 상처와 상실에 대해 깊이 있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힘든 환경 속에서도 삶의 희망과 회복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소설 속 인물들이 직접 보여준다.
가오루코와 세쓰나는 피로와 고독에 쌓인 사람들을 위해 자신들의 시간을 보태고 있지만, 사실 그들 역시 부모에 의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었던 것. 책장을 넘기면서 다시 한번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읽는 것이 즐거웠던 것은 세쓰나가 만들어주는 다채로운 음식 때문이기도 했는데, 방문한 가정의 사정에 맞는 메뉴들을 선택하여 만들어준 음식들이 무척이나 맛있어 보였다. 달걀 된장과 주먹밥, 무지개색 피자, 토마토 참치 두유 소면, 푸딩과 오므라이스, 그리고 어렵게 찾아온 아기를 잃고 남편과도 이혼하게 되어 술로 지탱하는 가오루코를 위해 만든 맥주인 척하는 사과 주스와 딸기 파르페는 신박한 메뉴이기도 했다.
남동생 하루히코의 죽음과 둘러싼 숨은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에 얽힌 진실들이 서서히 드러날 때마다 조금 놀라기도 했다. 가족이 가족이 아닐 수도 있고, 남이 남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겨주는 행위'라는 이 소설의 제목인 <카프네>를 소리 내어 말해 본다.

<카프네> 책 속의 문장들
"부부라고 해서 상대방을 100퍼센트 아는 건 무리잖아요? 별개의 머리와 별개의 몸을 가진 이상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인간으로서 불가능해요." p 47
"어떤 사람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는 겉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으니까요." p 109
"이렇게 선의 100퍼센트가 아닌 면도 좋아요. 선의는 기름과도 같아서 사용법이나 양 조절을 잘못하면 오히려 상대를 힘들게 하니까요." p 114
내 인생, 내 목숨을 어떻게 쓸지는 나만이 정할 수 있다. 바라는 바가 있다면 우물쭈물해선 안 된다. 인간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p 301
"먹는다는 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만이 다는 아니잖아. (~) 맛있다고 느끼는 게, 즐겁다고 느끼는 게, 기쁘다고 느끼는 게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너야말로 잘 알고 있을 거야." p 305

<카프네> 줄거리
갑작스러운 남동생의 죽음 이후 일상이 망가진 누나 가오루코는 동생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세쓰나라는 동생의 전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다. 남동생의 전 여친인 세쓰나는 실력 있는 요리사였으나 지금은 가사대행 서비스 회사인 카프네에서 일하고 있다.
전 여자 친구에게 자신의 유산 중 일부를 남기겠다고 한 유언을 전 여친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둘 사이는 불편하면서도 서로 까칠하게 충돌한다. 절대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우연하게 발생한 일로 인해 세쓰나가 정성껏 차려낸 요리 한 그릇을 계기로 미묘한 관계로 이어진다.
그러한 가운데 세쓰나의 제안으로 가오루코는 가사 대행 회사인 카프네에서 각각 요리와 청소를 맡아 파트너로 주말 봉사를 나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픈 가족을 간호하거나 홀로 육아를 하고 심지어는 부모에게 버림받아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방치된 아이들로 버티다 더는 버틸 작은 힘조차도 없이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들을 위해 가오루코와 세쓰나는 묵묵히 집안을 청소하고 정리하며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준비한다.
아베 아키코
이와테현 출신의 소설가. 2008년 <옥상 보이즈>로 제17회 로망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2020년 휠체어 테니스를 소재로 한 <패럴림픽 스타>가 책의 잡지에서 뽑은 문고본 베스트셀러 1위 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외 저서로는 <그 어디보다 먼 곳에 있는 너에게> <나와 다시 만날 미래를 위해> <금환일식> <컬러풀> <카마쿠라 향방 메모리즈> 시리즈 등이 있다.
2024년 발표한 <카프네>로 제8회 미라이야 소설대상 1위, 2025년 제1회 '그 책, 읽었어요?' 대상 1위, 제22회 서점대상 1위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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