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 묻어나는 그윽한 신비로움
놋그릇
농약이나 독성이 있는 음식을 넣으면 그릇의 색깔이 변하며, 식중독 세균을 죽이는 살균작용도 하는 놋그릇은 음식의 온도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찬 음식은 차게, 따뜻한 음식은 식사 시간 동안 식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이 있다. 이는 놋그릇의 주재료인 구리에 미생물이 닿으면 굳어버리는 성질이 있어 식중독균뿐만 아니라 부패 미생물도 살균하기 때문이다.
음식의 온도를 유지시켜 주는 것 역시, 놋그릇을 만들 때 주성분으로 쓰이는 구리와 주석의 보온, 보냉 성질이 그 이유다. 요즈음 많은 음식점에서 식기로 놋그릇을 많이 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비빔밥의 경우 밥맛이 가장 좋은 온도는 65도일 때라고 하는데, 이 온도에서 참기름의 향이나 채소의 신선도가 유지되고, 밥의 따뜻함도 그대로 이어져 비빔밥 특유의 맛을 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인 작용을 바로 놋그릇만이 해낼 수 있다고 한다. 만약 놋그릇이 아닌 돌솥으로 비빔밥을 만들 때에는 온도가 무려 200도나 올라가기 때문에, 참기름의 향이나 성분들이 다 날아가버려 제대로 된 비빔밥 맛을 느낄 수 없다고 음식 연구가들은 말한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들이 한결같이 놋그릇과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간장이나 된장처럼 염도나 산도가 강한 음식은 놋그릇에 담으면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닦으면 닦을수록 윤이 나고, 세월이 지날수록 그윽한 아름다움이 배어나는 놋그릇은 단단한 성질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해도 모양의 변형이 거의 없고, 누런 황금색을 띠고 있어 미적으로도 매우 화려하다.
놋그릇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주물과 방짜로 나뉘는데, 전자는 금형의 틀에 쇳물을 부어 만들고 후자는 두드려 펴서 만든다. 특히 방짜 놋그릇은 구리와 주석의 비율이 78 : 22로 들어가는데, 만약 합금의 비율이 조금이라도 틀려지거나 다른 불순물이 섞이면 두드리는 과정에서 깨져버린다고 한다. 수백 번 두드려서 만들어진 만큼, 기계에서 뽑아낸 매끈한 그릇과는 남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무독, 무취, 무공해의 놋그릇. 전통이 묻어나는 이 안에서 신비로운 과학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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