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위대한 책을 펼치다
길을 떠나기 전, 배가 불룩 나온 여행가방처럼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해서 떠나는 여행은 우리들을 쉽게 지치게 합니다. 욕심을 반으로 줄이고, 머릿속을 맑게 씻으며 마음을 비우는 여행이 때로는 우리들에게 약이 되지 않을까요.
알베르 까뮈는 여행을 고귀하고 진지한 학문이라고 말했다. 육로로, 수로로, 하늘로, 그리고 지금 우리는 우주를 향해 여행을 떠난다. 이제 인간이 갈 수 없는 무한지대는 없다. 좀 더 넓은 세상을 찾아 떠나고 싶은 호기심과 욕망 혹은 휴양과 오락을 위해 사람들은 길을 나선다. 책 속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삶의 지혜, 여행은 곧 인생이다.
수천 년에 걸친 여행의 역사는 사냥꾼과 채집가의 행렬에서부터 고대 로마의 관광여행으로 이어지고, 그 후 교통시설의 발달과 더불어 중세의 성지 순례를 거쳐, 계몽주의와 낭만주의를 추구하는 교양 여행으로 변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상상조차 못 한 고속 열차와 선박, 비행기를 통한 관광 여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듯 여행의 역사는 곧 그 시대의 문화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다시 말해 여행이 인간의 삶과 등식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존을 위한 이동에서 향락을 위해
자급자족을 하며 생활하던 옛날에는 사냥거리가 풍부한 사냥터나 더 나은 생활조건을 찾아 넓은 지역을 유랑하며 살아왔는데, 그 시절 생활터전을 이동하며 자리를 옮겼던 것이 바로 여행의 시초라 할 수 있다. 그 후 가축을 기르고 식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한 곳에 정착했고, 공구와 도구를 만들어 물물교환을 했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자신들의 물건을 맞바꾸기 위해서 산을 오르고 강을 넘어 서로 다른 지역으로 건너간 것 역시 여행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대 로마의 여행은 다채로웠고,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했다. 그것은 곧 정치적 변화와 무역과 교통의 발달, 시대의 전환기에 격동하는 삶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여행은 그리스의 작은 도시국가들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곧이어 탈 것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길가에는 가로수까지 심어 놓은 좋은 도로망을 구축했다. 이런 도로 체계는 북해에서 사하라까지, 대서양 해안에서 도나우 지역과 메소포타미아까지 이어져 대륙 횡단 여행으로 발전했다.
목욕하기를 유난히 좋아한 로마인들은 온천여행을 즐겼는데, 로마 황제 네로는 여행할 때마다 1천대 가량의 의장 마차가 호위했다고 한다. 그의 둘째 부인 포파이아 사비나는 매일 우유목욕을 하기 위해 당나귀 5백 마리를 마차 뒤에 데리고 다녔다고 전해진다.
더 먼 곳을 향해, 꿈의 나라로
전쟁의 혼란과 파벌싸움, 약탈, 흑사병과 기근에도 불구하고 중세의 전성기와 후기에 사람들은 유난히 자주 여행을 떠났다. 군주는 신하와 수많은 말을 거느리고 일정한 거처 없이 옮겨 다녔는데, 군주의 마차에는 천막과 침대, 고급 식기, 휴대용 집무실과 휴대용 재단까지 준비해 갖고 길을 떠났다. 중세 사람들의 여행은 대부분 순례를 목적으로 했다.
오늘날과 같은 관광지에서의 장사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여행사와 해운회사들이 야외에 사무실을 차려놓고는 통행료를 요구했으며, 성자의 무덤을 보려면 비용도 지불해야 했다. 그 시절에도 사람들은 성벽에 이름이나 문장을 기록했고, 성벽의 조각을 떼어내어 몰래 집으로 갖고 오기도 했다.
1492년 10월 12일 향료와 사치품이 풍부한 인도를 찾아가려 했던 여행의 목적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그것은 지리 발견 시대의 가장 멋진 출발점이었으며,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여행이었다. 사람들은 곧 지구를 자세히 탐구하게 되는 계기를 만나게 되었고, 그러한 발견자의 뒤를 상인들이 쫓았다. 그들은 무역 확대로 생길 이익들을 떠올리며 용감한 모험가들과 기꺼이 동행하여 자신들의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것을 깨닫고 싶은 욕망을 끝없이 불태웠다.
유행가처럼 옷을 갈아입는 여행
18~19세기 유럽 여행의 가장 큰 특징은 교양을 위한 일종의 연구 여행이자 체험 여행이었다. 여행지의 사람과 문화, 역사와 철학을 이해하고자 했던 것이다. 20세기에 들어 교통수단의 발달로 빠른 여행과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여행은 더 이상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옛날 사람들이 꿈꾸던 달나라 비행이 실현되었고, 1969년 미국의 우주 비행사는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디뎠다.
1912년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선상 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주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배들은 대륙을 연결하며 많은 여행자들을 환상의 여행으로 인도하고 있다. 더욱이 자동차의 등장으로 여행객들은 교통수단에 제약받지 않고 이제 언제, 어디로, 얼마나 오래 여행할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귀족의 온천여행과 휴양 여행 및 학식 있는 중산층의 교양 여행에 값하는 새로운 방식의 여행, 즉 피서 여행이 오늘날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이제 육지로, 바다로, 하늘로, 더 나아가 우주를 향해 여행을 떠난다. 세상은 책 속에서 배우지 못하는 삶의 지혜를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생활의 활력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은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결코 없어지지 않는 고유명사다. 단지 그 시대의 문화상에 따라 그 방법이 달라질 뿐이다.
돋보기로 들여다본
나라별 여행 상식
여행을 떠날 때, 우리는 배낭 안에 많은 준비물을 집어넣는다. 옷가지와 장신구, 지도와 카메라, 그리고 간단한 필기도구에 이르기까지. 조금 신중한 성격이라면 아마도 여행하는 지역의 특산물 정도는 사전에 따로 메모해 놓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문하는 나라와 장소에 따라 꼭 지켜야 할 에티켓과 어겨서는 안 될 주의 사항들 역시 잊지 않고 점검해 두었을까? 특히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사소하게 저지르는 행동 하나가 모처럼 맛보는 낯선 곳에서의 설렘을 한 순간에 망쳐버릴 수 있다. 지구본을 돌려보면서 그 나라에서 꼭 지켜야 할 여행 상식에 대해 알아본다.
파라과이는 긴 여름 동안에는 낮잠을 자는 관습이 있으므로, 낮 시간인 1시~3시는 현지인들에게 전화하거나 집을 방문하는 일은 삼간다. 식사예절은 서양과 비슷하며, 가급적이면 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먼저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 길을 가면서 음식을 먹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머리를 뒤로 젖히는 행동은 '잊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하며 상대방을 경시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주의한다. 마약거래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모르는 사람의 짐을 맡아주거나 운반해주는 일이 없도록 한다.
브라질은 거리에서의 술주정을 몹시 예의 없는 행동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심하면 체포될 수도 있다. 보라색은 죽음을 뜻하므로 보라색 꽃을 선물하지 않는다. 미국식의 OK 사인은 몹시 상스럽고 외설적인 욕을 뜻하므로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팁은 주어도 되고 안 주어도 되는데, 운전사가 잔돈이 없다고 잡아떼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잔돈은 준비한다.
칠레는 중남미에서는 치안이 안정되어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 무장강도나 절도 사건이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스스로 몸조심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산티아고 같은 대도시에서는 혼자 다니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식사 예절이나 레이디 퍼스트 등의 서구식 생활예절이 중요시 여겨진다. 식사를 할 때에는 상대가 식사를 끝낼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하며, 양해 없이 흡연을 하거나 큰소리로 떠드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페루에서 만나고 헤어질 때 인사하는 방법은 빰을 맞대는 것이다. 남자들끼리 악수를 하기도 하며, 가까운 사이는 서로 안고 어깨를 두드린다. 페루의 치안은 남미에서도 1, 2위를 다툴 정도로 나쁘다. 유적지 등 사람이 뜸한 장소에서 강도들이 숨어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사모아에서는 초대를 받았을 경우 주인이 방석을 준비할 때까지 손님은 안에 들어와선 안 된다. 또한 주인이 가리키는 자리에 앉는 것이 예의이다. 파티가 빈번히 열리는 사모아는 식사습관을 알아두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동이며, 대화 중에 손을 허리에 갖다 대면 상대방에게 화가 났다는 표시이다. 화장실에서 인도네시아인들은 종이 대신 왼손을 사용해서 물로 씻는데, 그래서인지 화장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화장지는 각자가 준비하는 것이 좋다.
몰디브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모두 라마단을 지키며 하루에 다섯 번 메카를 향한 기도를 올린다. 또한 남녀 구별이 엄격하여 여성의 기도소도 따로 있다. 관광지인 리조트 안에서는 자유로운 옷차림이 가능하나, 몰디브 사람들의 마을로 들어가고자 할 때에는 그들의 법도를 엄격하게 따라 옷차림과 언행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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