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슬픔
One Blue Day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면, 그 아픔을 조금이니마 삭일 수 있는 작은 위로가 있습니다. 너무나 잔잔하면서도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깊은 여운이, 흔들리는 마음의 동요를 조금이나마 가라앉혀 줄 것입니다.
정통 클래식과 제3세계 음악의 하모니가 아름다운 선율로 어우러진 폴리그램의 <깊은 슬픔>.
감수성 깊은 신경숙의 소설과도 같은 제목인 이 앨범에는 영화 '정사'의 배경음악으로 사랑받은 아르헨티나의 국민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의 'Yo vengo a ofrecer mi corazon(내 마음을 당신에게 바치려 합니다)'를 비롯하여, '백야 3.98'의 주제가이기도 한 그리스 출신 아그네스 발치의 노래인 'To treno fevgi stis okto(기차는 8시에 떠나네)'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당신에게 바치려 합니다
누가 이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했나
나는 이 마음을 바치려 했는데
이미 모두 지난 일이니 그리 어렵진 않겠죠
생각만큼 쉽지도 않을 겁니다
가슴을 열어젖히고 영혼을 들어내는 것 같은
사랑의 칼자국 같을 테니까요
달빛은 걸인에게도 한결같이 내리쬐지만
나는 내 마음을 바치려 하는데
이제는 바꿀 수 없는 서류처럼
나는 내 마음을 바치려 하는데
이제는 모든 조각들을 끈으로 묶어 두려는데
나는 차분해지고 조용해지려 합니다
당신에게 모든 것을 주고 내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어요
나를 조금이라도 살게 하는 그 무엇
가까이나 혹은 멀리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나는 내 마음을 바치려 하는데
더 이상 혹성들이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내 마음을 바치려 하는데
이제 나는 열정과 희망을 얘기합니다
삶만이 내가 말하는 모든 것입니다
변해가는 것과 우리들의 집에 대해 말합니다
더 이상 변할 것이 없지만 그것들을 변화시키면서
누군가 내게 이 모든 시간들에 대해 말했습니다
나는 내 마음을 당신께 바치려 합니다
또한 정서상 가장 절묘한 조화를 선보이고 있는 시크릿 가든의 음악과 어쿠스틱 기타의 일인자로 대변되고 있는, 미국 출신 스티브 얼퀴아가의 '아리오소'를 듣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명상에 빠져들게 되는 마력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음반이 발매되자마자, 많은 여성들로부터 압도적인 사랑을 부여받은 이 앨범의 주된 선호층은 20대 후반에서 중년까지. 그러나 그 나이와 관계없이 하나 정도는 간직해야만 할 것 같은 이러한 아름다운 곡들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적지 않은 감동과 더불어 추억으로의 회상에 젖어들게 할 것입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 비탈리 '샤콘드'에 흐르는 그뤼미오의 애잔한 바이올린 선율과 쇼팽의 연습곡인 '이별의 노래', 그리고 생상의 '백조' 또한 낯익음을 선사할 것입니다. 타레가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베토벤 '월광 소나타'와 '비창 소나타', 도니제티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호세 카레라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습니다.
혼자 듣기에도, 또한 소중한 사람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건네기에도 손색이 없는 좋은 곡들의 집합체를 주말 저녁에 오래간만에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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