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지나 김

난짬뽕 2021. 5. 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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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통한 소통과 창조로 관객과 호흡하다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지나 김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그려왔던 피아니스트로서의 그림이 채색되어갈 무렵, 음악을 통한 더 큰 세계를 꿈꾸게 되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있던 날들보다 오히려 도서관에서 책을 펼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결국 피아노 연주자가 아닌 전문 음악단체의 밑그림을 그리는 예술감독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지나 김을 만나본다. 

글 엄익순

사진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예술성과 대중화를 함께 추구하다

2002년 창단된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는 그동안 독창적인 음악적 행보와 관객들과의 친화적인 공연 무대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음악을 통해 우리의 정서를 세계에 보여주고, 또한 세계 곳곳의 모습을 우리의 생활 속으로 전달하는 열린 소통의 메신저가 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많은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차별화된 공연 레퍼토리이다. 

"다소 무겁고, 어렵고, 진지하다고 느끼는 기존의 클래식 공연을 뛰어넘는 콘텐츠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정통 클래식과 더불어 팝스오케스트라로서의 색채를 보여드릴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연주하게 된 것이죠. 특히 공연에 올릴 작품들의 구성과 무대 및 조명 등을 포함하는 연출 부문에 변화를 주어 더욱 생동감이 넘치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한편 무대 위에서 행하는 일방적인 공연에서 벗어나 관객들이 직접 연주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청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다각도로 모색하기도 했죠. 그 결과 공연 전에 포로모션 과정 등에서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색다른 방법들을 마련하여 클래식 공연에 관한 선입견을 조금씩 해소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술감독으로서 지나 김이 가장 고민했던 것은 바로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만이 그려낼 수 있는 차별화된 음악 콘텐츠 구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고민의 결과는 지금 코리안팝스오케스라의 경쟁력이 되어 있다. 신중을 기했던 선곡과 편곡을 통해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만의 음악적 색채를 갖춘 장르별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전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아온 잘 알려진 명곡들을 선별한 후, 다시 자체 편곡 과정을 통해 보다 친숙하고 대중적인 레퍼토리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음악회를 선사하고 있다. 

 

그들의 음악은 오케스트라 연주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선곡으로, 타 오케스트라에서는 쉽게 감상할 수 없는 신선함을 안겨준다. 어렵기만 한 클래식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장르의 음악들을 클래식화, 고품격화 된 새 옷으로 갈아입은 듯하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차이코프스키 1812년 서곡, 베토벤 에그먼트 서곡, 라데츠키 행진곡 등의 클래식 작품들을 비롯하여 겨울왕국, 라이온 킹, 시네마 천국, 영웅본색, 글래디에이터 등의 영화음악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명성황후와 드라마 이산, 장희빈, 주몽 등의 OST와 팝 부문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Bille Jean을 비롯하여 Suzie Q, Delilah, You don't have to say you love me 등, 그리고 월드뮤직 Besame Mucho, La Vie En Rose, Adamo-Tombe La Neige, Spanish Rose와 강남스타일, 광화문연가, 봄비, 신라의 달밤 등의 가요들도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만의 주요 레퍼토리들로 사랑받고 있다. 

 

공연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다

"우리나라의 음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한다면, 매우 다양한 측면에서 논할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바로 '공연의 질적 향상'이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뮤지션이 보는 관점, 무대 등 연출 제작진으로서의 측면, 그리고 관객들이 느끼는 시선 등 각각의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질적 수준의 개념이 다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그중에서도 공연 산업의 특성상 관객이 받아들이고 느끼는 관점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훌륭한 음악회라 할지라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어떤 공연을 만들어 갈 것인가?'의 문제는 예술감독으로서 갖는 권리인 동시에 책임이다. 2008년부터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와 인연을 맺은 지나 김은 항상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왔다. 그리고 그것은 음악가의 꿈을 품었던 그녀가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서의 길을 가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4세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지나 김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경북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1999년 협연하기도 했다. 그렇게 피아노 연습과 연주활동에 몰두하고 있을 즈음, 문득 연주자의 모습으로만 머물지 않고 보다 폭넓은 영역의 공부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악의 장을 펼쳐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음악대학이 아닌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Global MBA 졸업) 학위를 받았다. 자신이 새롭게 품은 뜻에 따라 피아노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 있을 당시 쇼팽 즉흥환상곡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등의 작품들을 구성하여 작은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또한 대학시절에는 꾸준히 오케스트라 운영에 참여하며 늘 음악활동을 지속해왔다. 

 

지나 김은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이기도 하지만, 경영전략 컨설턴트로서 서울대학교 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의 경영전략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략 컨설턴트와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은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다른 두 분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경영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모두 기관의 이익 창출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구성원들이 의료진 혹은 음악가 등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운영되는 집단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같은 맥락에 있죠.

우리나라 대부분의 클래식 단체들은 전문 경영 인력이 부재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인력을 영입할 수 있을 만한 재정적, 제도적 환경을 갖추고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인력의 관리, 마케팅, 재정 운영 등 전반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산업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러한 여건 속에서 개인적으로는 조직의 환경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어릴 적부터 쌓아온 음악적 소양과 오케스트라에서의 경험, 그리고 병원 경영 전략 컨설팅의 경력을 토대로 전문 음악단체에서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죠. 많은 오케스트라에서 연락이 왔었지만,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를 선택하게 된 것은 제가 좋아하는 음악적 색깔과 추구하는 공연 방향이 가장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감동을 선사하는 오케스트라로 기억되다

매년 정기적으로 열린 음악회 형태의 대규모 공연을 성황리에 개최하고 있는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양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관객 친화적인 레퍼토리와 단원들의 컬러풀한 의상 및 드럼, 키보드 등의 현대적인 악기와 함께 어우러진 색깔 있는 무대 편성이 청중들에게 이색적인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정기공연을 비롯하여 하이서울 페스티벌과 국제 오페라 축제 등의 정부 주관 행사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매 연주회마다 다문화 가정을 비롯한 저소득층 가족을 초청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클래식 공연문화가 개선해야 할 점은 바로 대중이 만족할 만한 합리적인 티켓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필요 이상으로 높게 책정되는 티켓 가격을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 합리적인 선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악순환의 배경에는 아마도 업계에 있는 인력들이 공짜 티켓을 배부하는 관행에서 초래된 영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클래식 공연에 만연되어 있는 초대권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도 개선되어야 할 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신인 뮤지션의 발굴 및 양성, 예술단체의 재원 조성을 위한 건전한 기부문화 형성 등에 대해서도 지나 김 예술감독은 항상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고민의 시작은 코리안팝스가 그 여느 연주단체보다도 더 많은 감동을 선사하는 오케스트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의 매력은 음반을 통해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집 <노스탤지어>의 타이틀인 영화 영웅본색 OST가 발매 주간 네이버 클래식 음원 차트 부문에서 2위를 기록했고, 에디트피아프가 불러 더욱 유명해진 샹송 '파리의 하늘아래'가 수록된 2집 앨범 역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3집 앨범은 영화음악만으로 구성되어 발매할 예정이고요."

 

음악적 예술성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음악적 행보를 넓히는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공연의 주인공은 늘 관객이다. 누구를 위해, 어떤 연주를 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자문이 늘 지나 김 예술감독의 머릿속을 맴돈다.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의 음악을 통한 소통과 창조의 선율이 오늘도 변함없이 관객들을 향해 입맞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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