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멋과 맛에 취하다
삼길포항
주중에는 서로 밤늦게야 얼굴을 볼 수 있는 저희 가족은 주말에는 되도록이면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바람도 쐬고, 아들이 좋아하는 회도 뜰 겸 해서 삼길포항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원래 주말에는 아침 일찍 강원도 속초로 향하면서 백담사도 들르고, 대포항 단골집에서 문어와 회를 먹고 오곤 했습니다. 이른 시간에 떠나면 잠실에서는 당일치기로도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속초에 마지막으로 다녀온 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삼길포항은 남편이 예전에 서산수 골프앤리조트에 다녀오면서 알게 된 곳입니다. 서산수는 삼길포항 바로 옆에 자리해 있는 골프장입니다. 그곳으로 라운딩을 다녀오면서 삼길포항에 들러 회를 떠 왔는데,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회가 다 똑같은 회가 아닐까,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서해안 회는 동해안 회하고는 또 다른 맛이었던 것 같습니다.
삼길포항은 풍부한 해산물과 화려한 야경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선상횟집과 수산물 직매장, 그리고 다양한 횟집들이 자리해 있어 맛있는 해산물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특히 제철에 잡히는 우럭과 꽃게, 대하 등 풍부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삼길포항은 서산9경 중 제9경으로도 유명합니다. 1경인 서산 해미읍성과 2경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3경인 간월암, 4경 개심사, 5경 팔봉산, 6경 가야산과 7경 황금산, 그리고 8경인 서산 한우목장에 이은 9경으로 서산시 대산읍 화곡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는 길은,
자가운전 시
서해안고속도로 : 서산 I.C _ 운산 _ 32번국도 _ 서산시 _ 성연면 _ 대산읍 _ 명지 _ 삼길포
경부고속도로 : 천안 I.C _ 22번국도 _ 45번국도 _ 해미 _ 서산 _ 성연 _ 대산 _ 명지 _ 삼길포
대중교통은 서산 공용 버스터미널에서 대산 삼길포 방면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50분 정도가 소요되고, 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고 합니다.
삼길포항은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와 대산읍 화곡리 삼길포를 연결하는 대호방조제의 끝 지점에 위치한, 대호의 수문이 있는 곳으로 서산의 북쪽 관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호방조제는 1984년 준공된 방조제로 길이는 7.8km이며, 해변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며, 바다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의 풍경이 아름답고 바다낚시터로도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빨간 등대는 정말 예쁜데요. 등대 맞은편 산길을 오르면 삼길산의 봉수대에 닿을 수 있습니다.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길은 잘 포장되어 있어 차량으로도 이동이 가능합니다.
봉수대는 옛날 해안을 통한 외적 침입 등의 위급한 상황을 밤에는 횃불, 낮에는 연기를 통해 다음 봉수대에 알려 전달하는 역할을 하던 곳으로, 원래 봉수대 터만 있던 것을 재현한 것입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전경이 탄성을 자아낸다고 하는데, 저희는 너무 더워서 그곳까지 가지는 않았습니다. 서산 도보 여행 코스인 서산 아라메길 3-1 구간이기도 하며, 벚꽃이 피는 시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방파제는 2009년에 완공되었으며, 방파제 끝에는 어부들의 꿈과 삼길포항의 특징을 형상화한 조형 등대가 서있습니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 낚시터에 붐빈다면, 이곳 방파제와 낭만이 깃든 등대 쪽에는 연인들이 많이 거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삼길포항은 서산에서 가장 큰 포구로 우럭과 노래미가 많이 잡혀 매년 우럭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7~8월 중에 운영된다고 하니, 팬데믹 시대가 끝나는 시기에 아이들과 함께 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곳은 잡아온 우럭과 꽃게, 붕장어 등을 배에서 파는 독특한 어시장이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명 '회 뜨는 선상'이라고 하는데요. 어부가 직접 팔기 때문에 자연산 횟감과 해산물을 값싸게 살 수 있어 단골들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저희 가족은 선상횟집이 아닌, 수산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예전에 회를 뜬 적이 있는 대산항수산으로 가기 위해서입니다. 자연산 활어회 전문인 이곳의 사장님께서 정말 맛있는 횟감을 추천해주시고, 횟감의 종류에 따라 최고의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회를 정말 잘 뜨시기 때문에 이곳의 회를 먹어본 사람들은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답니다.
이날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것은 농어였습니다. 단골집이 좋은 것은 사장님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니, 당연히 농어를 선택했습니다. 약 3.7kg이 조금 못되네요. 사장님께서는 알아서 에누리까지 하셔서 기분 좋은 가격으로 흥정해 주셨습니다. 물론 아래의 사진에 있는 해삼과 멍게는 서비스로 주셨는데, 양이 푸짐했습니다.
삼길포항은 짜릿한 손맛의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고, 유람선을 타고 크고 작은 섬들을 둘러볼 수도 있고, 밤에는 인근 대산공단의 화려한 야경도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푸른 하늘과 바다 사이를 가르는 갈매기도 만날 수 있고, 365일 바다를 지키는 빨간 등대도 아름답지만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싱싱한 횟감과 수산물을 정직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곳 삼길포항과 인접한 도비도가 예전부터 더 유명했는데요. '가루가 되어 날아가 버린 섬' 도비도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섬과 바다, 갯벌과 호수, 낙조와 낚시, 문화와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자연생태공원으로 정말 인기가 높았습니다. 썰물 때면 넓은 갯벌로 변하는 바닷가와 전망대, 암반해수탕과 수산물직판장 등을 갖추고 있고, 주변에 섬들이 많아 해변 풍경 역시 좋고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도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특히 굽이굽이 섬 사이로 저물어가는 석양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삼길포항을 가다가 그런 명성이 떠올라 도비도를 잠깐 들렀는데, 너무나도 황폐해지고 인적조차 드문 도비도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했던 예전의 도비도가 아니었거든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인기를 받던 도비도는 터무니없는 가격과 바가지요금으로 인해 어느 순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합니다. 그런 도비도의 몰락을 지켜보며 삼길포항 사람들은 정직한 가격으로 손님들을 끝까지 맞이하자는 약속을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삼길포항의 횟감은 정말로 싱싱하면서도 가격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저렴한 편입니다. 만약 삼길포항에 가신다면, 대산항수산에도 한 번 들러보세요. 사장님의 회 뜨는 솜씨는 가히 예술이랍니다. 한 번 온 손님은 귀신 같이 기억도 하신답니다. 그래서 아무 말이 없어도 서비스도 듬뿍 주시거든요. ㅎㅎ
맛있는 토요일을 보낸 저희 가족은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조만간 다시 삼길포항으로 내려가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한동안은 강원도가 아닌 삼길포항으로 자주 떠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오늘은 8월이 시작하는 첫날이었고, 내일이면 다시 치열한 한주가 시작되네요. 여러분 모두에게 8월이 행복한 시간들로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맛있는 주말
서해 바다 내음에 퐁당 빠져버린 태안 맛집 태평양 회 수산
맛있는 녀석들 오늘 뭐 먹지 방송에 나온 충남 홍성 한우 맛집 내당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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