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의 행복,
작지만 크다
<천 원의 행복>은 4편의 단편 동화 모음집으로, 이제 막 책 읽기에 재미를 느끼는 초등학교 1, 2, 3학년 어린이들의 다정한 친구가 되고자 하는 채우리의 저학년 문고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이 책이 떠오르는 것은 바로 머리말 때문이기도 합니다. '작지만 크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머리말을 여러분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 몇 소절만 소개해드립니다.
작지만 크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허리 굽혀 땅을 보면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고
아주 작은 것들도 볼 수 있는데
우리는 들려오는 큰 소리만 듣고,
눈에 띄는 화려한 것만 보려고 하지.
이 세상에는 작은 것들이 이루어 낸
아주 큰 것들이 참 많은데 말야.
품이 큰 바다를 만든 것은 산골짜기의 한 줄기 물,
눈부신 모래밭을 만든 것은 작디작은 모래 알갱이.
이 작은 것들의 힘을 누가 함부로 약하다고 말하겠니?
저는 저희 아이가 어렸을 때 읽은 이 책에서 바로 이 부분의 머리말이 참 좋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셨어요?
때로는 지치고 힘든 우리들의 하루하루가 모여 행복한 일상으로 가는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고 하고, 매일 긴장감이 감도는 아이들과의 쉴 새 없는 나날들이 쌓이고 쌓여 굳건한 애착관계를 형성해 나가기도 하고요. 서툴렀던 신입사원 시절의 실수들이 모여 베테랑 프로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고요.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능수능란하게 모두 잘하는 사람보다는 이렇게 아주 작은 과정들을 거쳐 어느새 큰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고 했던 것일 텐데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결과만을 중요시하게 되어 때로는 그 아름다운 과정들을 간과해 버릴 때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어쿠~~ 이 책을 소개해드린다는 것이, 또 엉뚱하게 샛길로 들어가 버렸네요. ㅎㅎ
차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책에는 4편의 단편 동화들이 차례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유치원 때 아빠가 사 주신 자전거와의 추억이 담긴 '내 마음 좀 알아줘'를 비롯하여, 이발소를 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광고지를 만들어 반 친구들에게 돌리는 '해송 이발소 박동혁' 이야기는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이 오히려 어른들을 위로해주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전해지기도 하고요.
'호식이네 생선 가게'는 생선가게 간판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 때문에 늘 생선가게집 아들이라고 불리는 것이 싫어 자신의 이름을 떼어내고 싶어 하는 호식이의 마음을 만날 수 있고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천 원의 행복'에서는 보육원에서 수녀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인수가 학교에서 열린 알뜰시장에서 천 원을 갖고 의미 있는 물건들을 산 숨은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새벗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현신 선생님인데요. 작품집으로는 <싫어나라의 병정들>과 <뚱이 먹구름의 소원> 등이 있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어른에 비해 키가 작다고, 너희들의 힘을 누가 약하다고 말하겠니? 어른들은 생활에 지칠 때 너희들을 보면서 새 힘을 얻게 된단다. 큰 꿈을 꾸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도전의 재미를 아는 너희들을 보면서 말야.'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먼 훗날까지 주인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 자전거, 할아버지를 위해 광고지를 만든 동혁이, 아빠의 말 한마디를 마음에 새길 줄 아는 호식이, 자기보다 엄마를 먼저 생각하는 인수 등 이 책에 소개된 단편 동화의 주인공들의 마음속에는 모두들 아주 큰 사랑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머리말의 서두를 '작지만 크다'라고 시작한 것은 아닐까요. 지금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도 작지만 큰 사랑의 씨앗이 자라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물을 주고, 햇빛도 비춰주는 것은 바로 부모의 몫이라는 무거운 책임감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가끔씩 동화책 한 권으로 인해 많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동화책은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 큰 어른들이 가끔씩 읽어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오늘 '천 원의 행복'을 느껴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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