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책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언어의 온도

난짬뽕 2022. 8. 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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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오랜만에 펼쳐 보았다. 보라색 책 표지에는 작가의 이름과 책 제목, 그리고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다. 책의 뒷면에는 본문에 나오는 한 대목을 다시 읽을 수 있다.



어제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다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세 단어가 닮아서일까.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사랑이 끼어들지 않는 삶도 없는 듯하다.

- 본문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마다 자신도 모르게 많이 쓰는 어휘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이 그 어휘를 많이 사용하는 줄 몰랐는데, 어느 날 친구가 알려줘서 그 어휘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어휘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나하고 많이 멀어져 간 그 어휘는 바로 '그냥'이다. 한때 나는 말을 할 때마다, 혹은 어떤 질문을 받을 때에도 '그냥'이라고 대답했던 적이 많았다.



정확하게 그것이 어떤 의미이냐고 묻는다면, 참으로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냥'이라는 어휘 안에는 참으로 많은 의미들을 내재하고 있었을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그냥'의 의미가 시원하게 해석되어 있는 문장을 발견했다.

 

"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냥"이라고 입을 여는 순간, '그냥'은 정말이지 '그냥'이 아니다.

 

아들의 책장에서 꺼낸 책. 페이지를 펼치니, 아들은 2018년에 이 책을 산 듯하다. 군대 간 아들 방에 자꾸만 들어오게 된다.


작가 이기주는 서문에서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라고 묻는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시원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돌려세우긴커녕 꽁꽁 얼어붙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 글쎄요.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게 아닐까요.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당신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글 온도'가 너무 차갑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요.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이 책이 각자의 언어 온도를 스스로 되짚어봤으면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들은 모두 각자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그 어법 역시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해석되는 것 같다. 부모와 자식 간에,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도, 친구와 연인, 그리고 직장과 사회 속에서 만나게 되는 언어들을 잘 이해하지 못해 오해가 생기고, 서운함이 깊어져 미움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그것은 어쩌면 언어뿐만 아니라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작가는 책에서 '마음 깊숙이 꽂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 때론 단출한 문장 한 줄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라며, 글은 여백 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라 머리와 가슴에도 새겨진다는 말을 한다.

 

누구에게나 바다가 있다.

어떤 유형이 됐든,
깊고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을 것이다.
어떤 자세로 노를 젓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건너고 있는지
살면서 한 번쯤은 톺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 번쯤은.

*톺아보다_ '샅샅이 톺아 나가면서 살피다'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다'라는 뜻을 지닌 우리말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은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아 쉽게 읽어 내려간다. 작가가 겪은 일화들과 그에 따른 자신의 생각들을 엮어 소개하고 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지만, 나만의 언어와 글에 담긴 온도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문득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문장이 생각난다. 하물며 나의 말과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아픔을 느끼게 한다면 더더욱 안될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라, 오랜 세월이 흘러도 우리들의 마음 깊숙이 꽂혀 지지 않을 꽃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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