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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오 제이드, 어울림과 절제의 완벽한 조화

난짬뽕 2020. 12. 2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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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이효주,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첼리스트 이정란으로 구성된 트리오 제이드를 만난 것은 2013년 9월 말이었습니다. 현대음악 <뮤직프렌즈> 10월호 표지를 장식한 제이드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실내악단입니다. 유중아트센터에서 연주 컷이 촬영되었고, 곧바로 삼성동에 있는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겨 2차 사진촬영을 했습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제이드와 저는 촬영장을 오가는 차 안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서로의 작은 말 한마디에도 까르르 웃음을 짓고, 편하게 마음을 드러냈던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오래된 추억을 함께 공유하며, 앞으로의 음악 여정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과 동행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모든 분들이 지금 곁에 함께 있는 분들과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어울림과 절제의 완벽한 조화

실내악의 정석

트리오 제이드

 

2013년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에서 우승의 영광을 안은 트리오 제이드(Jade). 피아니스트 이효주와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첼리스트 이정란이 함께 선보이는 음악의 향연은 언제나 최고의 앙상블로서의 진면목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실내악단으로 음악계의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는 제이드와의 설렘 가득했던 데이트.

글 엄익순 사진 이준용

 

 

실내악의 보석으로 빛나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해인 1914년 여름에 작곡된 M. 라벨의 '피아노 3중주'는 대표적인 실내악곡이지만, 연주 테크닉은 물론 작품에 스며든 감정 표현을 이끌어내기에는 매우 어려운 곡으로 알려져 있다. 라벨은 구상하는 데에만 6년 이상이 걸린 이 작품을 영장을 받고 나서 입대 전 서둘러 완성했다고 한다. 라벨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독창적인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곡은 연주의 완성도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빼어난 실력의 앙상블이더라도 좋은 연주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한다. 바로 이 곡이 지난 2013년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에서의 결선 연주곡이었다. 그날 제이드의 연주는 프랑스의 감성을 빼어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동안 저희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한 적은 많았지만, 트리오로 대회에 나가 본 적은 없었어요. 처음으로 모여서 대회를 준비했는데, 그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고도로 집중하여 정말 단시간 내에 최선을 다해서 이루어낸 결과이기에 더 값진 것 같아요. 특히 그 대회가 우리나라의 실내악 부흥을 위한 취지에서 열리는 무대였기에 의미가 크고요. 자랑스럽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이정란)"

Vol. 74 OCTOBER 2013 현대음악 <뮤직프렌즈> MF Interview 도비라

 

2011년부터 프랑스 페이 드 라 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 악장으로 활동하며 해외에서 더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박지윤, 이정란 역시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부수석과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화음쳄버의 멤버 활동에 서울대와 연세대에도 출강, 이효주 또한 국내는 물론 세계무대를 오가며 많은 공연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한자리에 모이기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실비아 대회를 위해서 지난 1월 한 달 내내 그들은 같이 아침에 모여 매일 10시간이 넘도록 연습에 몰두했다고 한다. 같이 밥을 먹고, 모든 생활을 공유하며 거의 합숙훈련 수준으로 트리오 연주로만 하루를 보냈다.

 

각자 솔리스트로서도 자신들의 분야에서 최고의 연주가로 평가되고 있는 제이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하나가 되는 피아노 삼중주는 그들의 음악 세계에 늘 신선한 활력소가 된다고 말한다. 어울림과 절제의 조화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클래식의 꽃'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실내악 연주는 독주나 오케스트라 협연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트리오 연주를 하다보면 피아노가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어떤 면에서는 현악기가 더 유용한 곡이 있죠. 그럴 때면 저는 바이올린이나 첼로가 가진 장점들을 피아노에 도입하고 싶어서 나름대로 노력해요. 혼자 연습을 할 때 응용하거나, 혹은 리허설 때 직접 비교도 해보죠. 이런 접근은 솔로로만 활동할 때는 시도할 수 없는 작업이거든요. 이러한 음악적 교감으로 인해 상대방에게서 자극을 받아 저 개인적으로도 음악적으로 한 걸음 더 발전하게 되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이효주)"

 

폭넓은 연주 색채, 깊이 있는 음악적 교감

트리오 제이드는 촉망받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재학 중이던 이 세 명의 재원에 의해 2005년에 결성되었다. 한국에서도 이미 친분이 있었던 선후배. 이정란 첼리스트가 피아니스트 이효주와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의 2년 선배이다. 

"어린 시절부터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트리오를 결성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웠어요. 모두 실내악 전문사 과정을 함께 수학하며, '옥'처럼 영롱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동양을 대표하는 보석 같은 연주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이 있는 음악 세계를 선사해 드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어요. 그래서 고대로부터 동양에서 귀하게 여겨온 대표적인 보석인 '옥'을 의미하는 '제이드'라는 이름을 짓게 된 거예요. 공교롭게 저희들 이름에도 J가 들어가네요.(박지윤)"

위에서부터 첼리스트 이정란, 피아니스트 이효주,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좋은 실내악 팀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몇 가지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들이 있다. 서로의 음악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에 결성되는 것이 좋고, 솔리스트로서의 뛰어난 기량은 기본이며, 전문적인 실내악 코칭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러한 면에서 볼 때 제이드는 완벽한 앙상블이다. 서로의 성장과정을 공유하며 추억을 쌓았고, 각 분야에서 최고의 연주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또한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재학 시절 이 시대 최고의 거장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특히 지도교수였던 피아니스트 자크 루비에와 바이올리니스트 장-자크 캉트로프, 첼리스트 필립 뮐러 역시 1970년대 트리오를 결성하여 지금까지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스승의 뒤를 이어 그들이 가장 아끼는 제자들이 트리오로 결성된 것이다.

 

"저희들이 트리오를 결성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는, 선생님들께서 직접 연주를 들려주시면서 당신들이 경험하셨던 트리오 시절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죠. 저는 지금도 종종 연주회를 앞두고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요. 무대에서의 레퍼토리나 연주 시 불편하게 느껴지는 점들에 대해 말씀드리면, 그때그때 조언을 많이 해주시죠. 선생님 말씀대로 다시 연습을 하면 확실히 도움이 돼요. 선생님들도 저희 팀에게 굉장히 애정이 많으시기 때문에 늘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는 것 같아요. 저희 제이드도 선생님들의 대를 이어 나이가 들어도 계속 연주하는 트리오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이효주)"

 

제이드는 결성과 동시에 국내는 물론 해외의 여러 저명한 공연장과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2006년 외교통상부와 금호문화재단이 후원하는 문화사절단으로 싱가포르에서 연주회를 가졌고,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의전당 실내악축제 등에서 인상 깊은 연주를 남기며 실내악의 대중화를 이끌기도 했다.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과 제네바 국제 콩쿠르 준우승 및 청중상과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콩쿠르에서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피아니스트 이효주와 티보 바르가 콩쿠르에서 18세의 나이로 1위 및 청중상을 석권하였고 롱티보 콩쿠르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으로 우아하고 성숙된 음악성을 겸비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그리고 독일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에서 로스트로포비치 파운데이션 특별상인 최고유망연주가상을 시작으로 폴란드의 루토슬라브스키 콩쿠르 특별상과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1위, 2007년 한국 음악협회 선정 올해의 신인상까지 수상한 첼리스트 이정란. 세 명의 솔리스트로서의 돋보이는 음악적 색채가 하나로 승화되어 제이드의 음악은 한층 더 깊이 있는 여운을 자아낸다.

 

클래식 음악사에 회자될 피아노 삼중주

트리오 제이드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레퍼토리를 완벽하게 그려낸다는 것. 섬세하고 세련된 연주를 선보이는 박지윤과 강악의 조화가 돋보이는 이효주의 테크닉은 우아하면서도 때로는 강렬하며, 서정성 깊은 이정란의 선율은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다. 

"저희들은 각자에게 어울리는 작곡가도 다르고, 또 전문연주가로 가는 길목에서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음악적 색채도 달라 오히려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연주하는 작품에 따라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기 때문에 연주가로서 직면하게 될 한계를 조금 더 멀리할 수 있는 계기가 돼요. 특히 연습할 때 음악적 이견이 있을 때에는 항상 악보에 충실한 편이죠. 악보는 가장 객관적인 나침판 같은 것이니까요.(이효주)"

 

트리오 제이드의 든든한 기둥인 이정란은 스스로 늘 걱정이 많은 편이라지만, 그것은 좀 더 정성스럽게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느껴진다. 이효주는 음악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언제나 피아노 앞에서의 모습이 여유롭게 다가온다. 박지윤의 장점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고된 연습으로 심신이 지쳐 있거나, 잘 풀리지 않는 답답한 과정에 처해도 이정란과 이효주를 웃게 만드는 한마디를 던진다. 완벽한 무대를 향한 과정은 예외 없이 힘들지만, 그 순간을 견뎌낼 수 있는 작은 힘이 바로 박지윤의 한마디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최고의 연주가들로 인정받고 있는 트리오 제이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실내악단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더 나아가 클래식 음악사에 회자될 피아노 삼중주로 기억되리라 여겨진다. '실내악의 정석'이라 느껴지는, 트리오 제이드가 꽃 피게 할 음악 여행의 설렘이 한아름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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