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수도인 파리 10구에 위치해 있는 북역(Gare du Nord)은 현존하는 프랑스 역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열차에서 내려 북역을 빠져나온 것은 9시 3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런던과 파리의 시차가 1시간이니, 세인트 팬크러스를 출발한 유로스타가 정확하게 2시간을 조금 넘어 이곳 파리 북역에 도착한 것이다.
파리 북역의 메인 홀은 참으로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멋진 모습은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갈 즈음의 포스팅에 담고자 한다. 메인홀 못지않게 파리 북역의 외관 역시 감탄사가 터져 나올 만큼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전문적인 건축 양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표면에서 볼 수 있는 두 개의 기둥이 또 하나의 기둥이 되고, 그러한 각각의 기둥 위에는 조각상이 서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역이 또 하나의 예술품이 되어 나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듯했다. 역시 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문화의 꽃, 그 자체였다.
파리 북역은 1846년 두 개의 승강장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후 1861년부터 시작된 4년간의 확장 공사 끝에 현재의 역사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와 영국을 잇는 유로스타는 물론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로 향하는 열차까지 담당하며 유럽에서 가장 분주한 기차역이 되었다.
곧바로 회의 장소로 향할까 하다가,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해서 파리 북역의 맞은편에 위치한 작은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다. 커피 한 모금과 함께 뺑 오 쇼콜라를 입에 물며 북역을 바라보았다.
대형 유리창과 철근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석조 건물에서 로마의 건축 양식이 오버랩됐다. 그와 함께 19세기 프랑스 건축의 전성기를 호령했던 나폴레옹 3세도 스쳐 지나갔다. 아침부터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이 눈부셨지만, 나는 파리 북역의 선 하나하나에 빠져 자꾸만 하늘을 향해 시선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 앞에서 두 명의 남자가 서로 협상을 하는 듯했다. 파리에서는 오토바이를 많이 보게 되는데, 저렇게 목적지까지 태워다 주기도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 북역 인근은 다국적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고, 치안이 좋지 않아 늘 조심하라는 말도 많이 듣게 되는 지역이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파리 북역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프랑스의 매력에 너무 쉽게 빠져들었던 나는 이제 발걸음을 재촉하며 길을 나섰다.
나는 며칠간 잠시 이곳 파리에서 일도 하고 잠도 자야 하는 짧은 여행자에 불과했다. 그런데 왠지 파리 북역의 아름다움에 스며들고, 빵 한 조각과 함께 즐기는 은은한 커피 향을 느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파리에서의 해피엔딩이 예감되었다.
아무래도 좋을 파리에서의 그림, 어떤 모습으로 스케치해도 마냥 좋을 것만 같았다. 무슨 색으로 칠해야 할지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나의 하루는 결국 멋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곳은 달콤한 도시, 바로 프랑스 파리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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