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치장하지 않은 음악 그대로의 아름다움,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

난짬뽕 2021. 1. 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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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의 이름이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음악팬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한국의 대표 바이올리니스트인 정경화의 첫 제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13세 무렵인 2004년 인연을 맺어 20세가 될 때까지 7년간 가르침을 받았다고 합니다. 크리스텔 리는 정경화로부터 음악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삶의 행로에 이르기까지 큰 가르침을 받았다고 지난날을 회상합니다. 그 후 정경화는 자신의 제자가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건너가 좀 더 깊은 공부를 하기를 권했다고 하네요. 2014년 1월에 KBS 교향악단과의 협연을 위해 방문한 크리스텔 리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만나게 되었는데요. 보자마자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저는 넋이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 이듬해인 2015년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 듣고, 그녀가 지향하는 음악의 세계가 떠올랐습니다. 클래식계의 빛나는 기대주로 인정받고 있는 크리스텔 리를 소개합니다.

 

 

치장하지 않은 음악 그대로의 아름다움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

 

 

2013년 9월 뮌헨에서 열린 제62회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1위 없는 2위와 더불어 청중상의 영광을 안은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는 1999년과 2000년 캐나다 국제 콩쿠르와 2003년 아스펜 국제 음악제, 2007년 이스턴 코네티컷 영 아티스트 컴페티션, 2007년 잘츠부르크 국제 음악제, 피렌체 프레미오 비토리오 구이 콩쿠르를 휩쓸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아스펜 국제 음악제, 폴란드 그단스크 음악제,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아카데미,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음악 축제 등의 연주회와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하기도 했다. 또한 솔리스트로서 북미의 뱅거, 밴쿠버 심포니 등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실내악 연주자로도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글 엄익순

 

 

음악 본연의 모습으로 다가서다

미국 인디애나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크리스텔 리는 줄리어드 예비학교에 입학하여 타나카 나오코에게 사사했으며, 이후 줄리어드 음대에서 정경화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후 2011년부터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아나 추마첸코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2013년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에 참여하게 된 것은 스승 아나 추마첸코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ARD 국제음악콩쿠르는 현악기와 관악기, 성악 등 클래식 전 분야를 망라하는 독일 최고 권위의 음악 콩쿠르로, 62회째였던 2013년 대회는 비올라와 바이올린, 바순과 피아노 삼중주 부문에서 열렸다. 그동안 이 대회 기악 부문에서의 한국인 입상자는 정명훈(피아노 2위, 1973년), 조영창(첼로 2위, 1982년), 서혜경(피아노 3위, 1983년) 등이다. 

"솔직히 꼭 좋은 성적을 거둬야겠다는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대회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나 추마첸코 선생님 역시 저에게 말씀하시길, 오랫동안 준비해온 과정들이 어떠한 결과보다도 소중하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사진 이준용 / 크리스텔 리의 연주에서는 열정적인 선율과 섬세한 비브라토, 그리고 진실된 태도가 느껴진다

 

안드라스 쉬프를 비롯하여 스티븐 이설리스, 카를로스 클라이버 등의 음악가를 좋아하는 크리스텔 리. 그녀는 특히 연주를 목적으로 하는 음악이 아닌, 음악 그대로의 본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을 이끌어준 아나 추마첸코를 무척이나 존경한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크리스텔 리는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통해 늘 마음의 욕심을 비운다. 그것은 청중에게 자신의 연주가 어떻게 다가가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음악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감동시켜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음악이 갖고 있는 스토리를 전달하여 작품 자체가 내재하고 있는 깊은 여운을 전하고자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그런 생각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일까. 크리스텔 리는 대부분의 연주가들이 젊은 시절 겪게 되는 슬럼프를 그저 하나의 작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자신의 내면에서 즐겁게 즐기는 또 다른 연습과정이라 여기고 있는 듯하다. 음악 안에서 소소한 갈등을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연주를 한층 깊이 있게 파고들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은 깨달음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바이올린 연주 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감정'이에요. 음악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들이 전부 감정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잖아요. 어떤 만남에서도, 무수한 공연에서도, 무심코 스치는 일상의 모든 일들에서 또한 느낌이 교차하기 때문에 순간순간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저는 같이 무대에 오른 다른 연주자의 음악을 통해 나 역시 저런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아직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무엇을 가르쳐주시면 그때 제가 받은 느낌을 꼭 기억하고 남겨둬요. 왜냐하면 그것이 제 배움의 자양분이 되고, 음악적 깊이가 풍부해질 수 있는 재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바이올린과 인생의 친구가 되다

미술관에 가는 것을 즐기고, 거리를 산책하며 사색하는 것을 즐기는 크리스텔 리는 세 살 무렵 작곡을 전공한 어머니로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바이올린과의 만남은 그녀의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1995년, 다섯 살  때였다. 밴쿠버에서의 첫 바이올린 선생님은 그녀에게 음악을 즐기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 선생님은 매달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 작은 음악회를 열었는데, 크리스텔 리는 그 발표회에서 보케리나의 미뉴에트를 연주했다고 한다. 그것은 그녀가 여러 사람 앞에서 무대에 섰던 첫 번째 기억으로 남아 있다.

"누군가가 제게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전문 연주가의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그 작은 음악회에서의 추억이 행복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거예요. 그 선생님은 제게 음악과 동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생각하게 해주셨고, 또한 음악을 자연스럽게 사랑하게 되도록 느끼게 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저는 바이올린과 인생을 같이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크리스텔 리의 가족은 한결같이 모두 음악을 사랑한다. 클래식 음악 작곡가인 어머니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 역시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들 앞에서 기타를 즐겨 연주해 주셨다고 한다. 또한 그녀의 남동생 역시 취미로 첼로를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교육적으로 음악을 접목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귀띔한다. 

 

"바쁜 연주 일정은 저에게 오히려 활력소가 돼요.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이 많으면, 그것은 오히려 저에게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충전의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집중적으로 연습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되니까요."

 

솔리스트로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실내악 연주자로도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텔 리. 개인적으로 바흐의 음악을 좋아하는 그녀는 음반 레이블로부터 녹음 제의를 받는다면, 제일 먼저 바흐의 작품으로 엮어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세상을 맑게 물들이는 바흐의 음악처럼, 자신의 바이올린 연주 역시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휴식처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가 열고자 하는 음악의 문 저 너머에는 어떤 색깔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을까. 치장하지 않은, 음악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하는 크리스텔 리의 음악 세상이 사뭇 기대된다. 

Vol. 78 FEBRUARY 2014 현대음악 <뮤직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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