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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한계가 없는 연주가

난짬뽕 2020. 11. 1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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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현대음악 <뮤직프렌즈> 인터뷰로 만난 김봄소리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사진 촬영을 하고 계신 분은 이준용 실장님입니다.

 

사진 hu

 

한계가 없는 창조적인 연주가, 음악의 새로움을 발견해가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그동안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클래식 음악계의 주목을 받아온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지난 10월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제15회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국제무대에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뛰어난 음악성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그녀가 오는 12월 4일 국내 음악 애호가들을 위해 특별한 무대를 마련하였다. 세계 유명 콩쿠르 무대를 사로잡은 입상 곡들을 자신이 직접 설명하며 실황과 같은 감동을 선사할 김봄소리를 만나본다.    

글 엄익순

 

17년간 13개 콩쿠르 참가, 11번의 수상 경력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연주는 언제나 강렬한 여운을 그려놓는다. 그녀의 선율은 지나치게 강조되었거나 거 칠지가 않다. 오히려 셈여림의 절묘한 경계가 형언할 수 없는 부드러움에 빠져들게 한다. 작품 본연의 진정성 있는 감정의 표출과 이를 바탕으로 한 기교적인 세밀함이 어우러져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마음이 맑게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지난 10월 22일(현지시각) 김봄소리는 또 한 번의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제15회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2위에 올라, 2만 유로의 상금과 연주 기회를 얻게 된 것. 16개국 40여 명의 연주자들이 참가한 이 콩쿠르는 폴란드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35년에 시작된 권위 있는 대회로, 매 5년마다 열리고 있다.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명예 심사위원장을 비롯하여 심사위원장 막심 벤게로프와 자카르 브론 등 15명의 심사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콩쿠르에서 인정받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관심도가 높은 폴란드에서 김봄소리는 이미 최고의 사랑을 받는 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대회 예선이 열리는 공연장은 객석에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성황을 이뤄 앉지도 못한 채 서서 연주를 듣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콩쿠르 무대가 공영방송에 생방송되다 보니 거리에서는 물론 공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반갑게 대해줬다.

 

2016년 올해에만 세 번에 이르는 국제 콩쿠르 수상 소식이라 더욱 놀랍다. 지난 6월에 열린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2위 및 라디오 캐나다 청중상을 수상하였고, 바로 연이어 7월에는 하얼빈에서 개최된 앨리스 앨리노어 쇤펠드 국제 현악 콩쿠르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1년에 세 번씩이나 콩쿠르에 참가한 것도 놀랍지만, 모든 대회에서 연이어 입상한 것은 더더욱 믿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5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5월에 열린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Laureate)에서 입상하였고, 다음 달인 6월에 개최된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도 5위를 기록했다. 대회 기간이 비슷한 시기였기 때문에 진행 일정이 일부 겹치기까지 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마친 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준비할 시간은 고작 2주 정도. 그 짧은 시간 동안 대회에 나갈 세 곡을 완벽하게 완성하는 집중력을 보이기도 했다. 더욱이 차이코프스키 오디션을 치르자마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갈라 콘서트를 위해 바로 벨기에로 건너가 공연을 한 후, 다음날 다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참가하는 등 그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국제 콩쿠르는 훌륭한 음악가인 심사위원들과 각 나라에서 인정받고 있는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 교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축제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계의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설렘을 느끼게 하고요. 상상하지 못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콩쿠르 무대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챌린징 타임>

김봄소리의 음악여행은 이미 내년 시즌까지 빼곡하게 잡혀있다. 비에냐프스키 콩쿠르를 통해 이미 폴란드에서의 연주 일정이 연이어 계획되어 있고,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로 인해 브뤼셀에서도 직접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그녀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연주회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2017년은 유럽에서의 공연이 주를 이뤄 당분간 한국에서 그녀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한 가운데 김봄소리는 자신을 아껴주는 국내 팬들을 위해 특별한 음악 선물을 마련하였다. 오는 12월 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챌린징 타임(Challenging Time)>이라는 제목의 리사이틀을 연다. 자신이 참가했던 해외 콩쿠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거나 화제를 모았던 작품들을 선별하여 프로그램을 꾸몄다. 2010년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연주자로는 유일하게 입상을 안겨준 '비에니아프스키의 폴로네이즈 브릴란테 라장조, Op. 4'와 세계 3대 콩쿠르 중의 하나인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본선 진출을 했던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마단조, K304', 2015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연주곡이었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사장조 Op, 30 No. 3'과 2016년 몬트리올 콩쿠르에서 선보인 '이자이의 바이올린 소나타 Op. 27 No. 3 "발라드"' 등을 들려준다. 그와 더불어 자신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어 개인적으로 애정을 갖고 있는 '베베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4개의 모음곡 Op, 7'과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 사단조 L 140'도 함께 연주하게 된다. 이번 독주회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봄소리에게 있어 콩쿠르는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닌 자기 스스로에 대한 도전의 시간이었다.

 

"연습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점은 악보 자체를 정말로 진실하게 봐야 된다는 것을 제 자신에게 거듭 말하죠. 보다 세심하게 악보에 집중하다 보면 놀랍게도 악보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점점 발견하게 돼요. 같은 악상기호라도 그 부분에서 작곡가가 무엇을 원하고 잇는지 파악하게 되는 것이죠. 작품이 만들어진 그 시대에 대한 이해가 오롯이 전제되지 않으면, 곡 자체가 왜곡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잘 해석할 수 있도록 악보와 대화를 나누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제일 힘들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할 때에는 집중도를 유지시키는 것이 제일 큰 과제라고 생각해요. 집중이 흐트러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너무 많이 긴장이 되거나 혹은 환경적인 요인도 들 수 있겠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일정한 획을 따라가야 된다고 봐요. 그 획이라는 것은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의 스토리라인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자신만의 논리로 된 음악적인 이야기가 제대로 짜여 있지 않으면 무대에서 연주 방향을 잃어버리기 쉬워요. 저는 무매에 오르기 전 마지막 단계에서 이러한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저만의 스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특히 스토리 자체에 설득력이 있어야 하니까 작품을 해석할 때 제일 중점을 두는 요소입니다."

 

<챌린징 타임> 무대에서 김봄소리는 모차르트부터 베베른까지 다양한 음악을 선사하며 직접 마이크를 들고 자신이 경험한 세계 유명 콩쿠르의 특별한 이야기들까지 생생하게 들려줄 계획이다. 결승 진출자들이 외부와의 모든 연락이 차단된 채 새롭게 작곡된 현대곡을 마지막 무대에서 연주해내는 녹록지 않은 과정과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세 곡의 악보를 현지에서 구해 2주 만에 암보하여 좋은 성과를 거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의 긴장감도 그대로 전해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음악으로 행복을 나누는 길을 가고 싶다

김봄소리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자신의 음악세계에 스며들게 하여 그녀만의 바이올린 선율로 재탄생시키는 독창성과 창조성을 내재하고 있다.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와 대학시절 클래식기타 동호회에서 활동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즐기게 되었다. 피아노는 기본, 플루트를 비롯한 여러 가지 악기를 조금씩은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음악과 친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바이올린은 나만의 악기인 것처럼 애착이 갔다. '음악은 살아가면서 평생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어머니의 말씀대로, 김봄소리는 음악 안에서 행복했고 음악을 통해 기쁨을 나누고 아픔을 위로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한국일보 음악콩쿠르 1위(2007년), 제1회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캠프 및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영재상(2009년) 등을 수상하며 국내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김봄소리는 2010년 스승인 김영옥(서울대학교) 교수의 제안으로 처음 국제 콩쿠르에 도전한다. 그렇게 참가한 제4회 센다이 음악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입상, 청중상의 영광까지 안는다. 당시 일본 관객들은 그녀의 음악에 매료되어 콩쿠르가 끝난 뒤에도 많은 편지와 선물까지 보내며 사랑을 전해왔다.

그 이듬해 거대한 스나미가 일본을 휩쓸고 지나갔고, 절망에 빠져있는 일본 관객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김봄소리는 센다이를 찾는다. 공항이 폐쇄되었고, 그녀가 묵었던 호텔마저 다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그녀는 학교를 찾아가 어린 학생들 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폐허가 된 공연장에서도 상처 받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으며 음악을 들려주었다. 너무나 처참한 상황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해도 그들을 위로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김봄소리의 음악을 통해 따스함을 느꼈고,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봄소리는 늘 그때를 떠올리며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삶을 그려가기를 소망하며, 그러한 바람으로 연주를 한다.

 

"바이올린을 시작한 일곱 살 무렵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그저 아름다운 음악만을 추구했다면, 대학교에 진학하여 김영욱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으면서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바뀌게 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음악을 더욱 깊게 섬기면서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음악 자체의 위대함을 더욱 실감하게 되고, 그로 인해 더더욱 겸손해질 수밖에 없고요. 음악 본연의 모습을 살리려면 정말로 연주자 자신의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요즘 음악을 대하는 무게가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김봄소리는 예원, 예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기악과를 수석 입학, 졸업하였으며 동대학원 석사 과정 재학 중 도미하여 뉴욕 줄리아드 스쿨 석사과정을 마친 후, 지난 9월부터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로서는 최초로 아티스트 디플로마(전문연주자과정)를 시작하였다.

 

"유학생활을 통해 저의 생각이 많이 열리게 된 것 같아요. 각 분야의 에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뉴욕에서의 일상은 저에게 음악적으로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죠. 변화와 다양성이 존중받는 가운데 저만의 개성을 이끌어낼 수 있어 연주자로서 보다 성장할 수 있는 시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전문학과 시집 등 폭넓은 독서를 즐겨하고, 중학교 때부터 써온 일기장에는 언제나 음악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마치 잘 정리된 연주자를 위한 한 권의 교본이 되었다. 그녀의 악기는 이탈리아 투린에서 1774년에 제작된 J.B. 과다니니. 2013년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고악기 수혜자로 선정되어 뮌헨 ARD 콩쿠르(2013년) 입상 후부터 교체하여 사용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계속 고민해오고 있는 화두는 '나만의 음악세계를 어떻게 그려갈까'라는 물음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계속 변모하고 성장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언제나 같은 색채의, 동일한 스타일의 음악만을 보여드리고 싶지는 않아요.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늘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새로움을 발견하고자 노력할 거예요. 한계를 두지 않는, 열린 마음의 연주자가 되고자 합니다."

 

 

김봄소리의 쇄골 언저리에는 동전 크기만한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눈에 띈다. 그것은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은 바이올린이 남긴 아름다운 흔적이다. 그녀가 얼마나 오랜 시간 연습에 몰두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식어이기도 하다. 한계가 없는 창조적인 연주자로서 음악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고자 하는 김봄소리의 열정적인 도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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