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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산문 <상관없는 거 아닌가?>, 보통의 다름을 받아들일 때

난짬뽕 2023. 7. 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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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산문 <상관없는 거 아닌가?>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 <상관없는 거 아닌가?>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제목 때문에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오게 되었다. 책을 읽기도 전에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제목의 문장부호는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어 있었다. 때로는 내 생각대로, 내 마음대로. 그러니까 '상관없는 거 아닌가!!!' 


 
책표지 색상이 주황색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 중의 하나이다. 주황색이긴 하지만, 그냥 보통의 주황색이어서는 안 된다. 맑은 빛깔이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하여 가벼운 느낌은 아니다. 깊이가 있는 맑음이어야 하며, 형광색 이미지가 묻어나서도 안된다. 


 
장기하의 책인 것도 그 이유였다. TV 방송에서 록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처음 보았을 때의 놀라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확하게는 장기하보다는 그 옆에 있던 두 사람의 인상이 강렬했다. 보통의 다름을 보여주고 있는 장기하가 품고 있는 생각이 궁금했다. 그의 생각은 어떻게 다를 것인가,라는 선입견을 갖고 책장을 펼쳤다. 

 

너도 그러니? 나도 그렇다, 이 생각들

어제까지 당연히 할 수 있었던 일을 오늘 갑자기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무척 괴롭긴 했지만, 결국 다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 능력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고.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맞춰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그러고 나면 그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다른 길이 열리곤 했던 것이다. p 24


 
나는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기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뭔가 재미있는 걸 하면서 역동적인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집에 가만히 있기 역시 내 삶의 원동력 중 하나다. p 57  


 
'너는 무엇을 하고 싶냐'고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 자신은 그리 자주 대답해주지 않는다. 대답을 듣더라도 불명확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뾰족한 수 없이 하루를 지나 보내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너무 실망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크게 좌절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p 117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의  한마디

이 책을 읽으면서 프롤로그에서 밝힌 장기하의 생각이 이 책의 처음과 끝,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하의 일상과 음악, 여행,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던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책의 제목대로 '상관없는 거 아닌가?'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그와 같을 수는 없다. 살아가다 보면, 상관없는 것보다는 상관있는 것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은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말을 토해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우리도 시원하게 이 한마디를 해보자. '상관없는 거 아닌가?!!!' 


 
어쨌든 분명한 건 내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써왔고, 또 그게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내 삶에 이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골칫거리로 삼아 씨름하게 되는 문제들 중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거의 모든 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에 대해 써보려 한다. 나를 괴롭혀온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해서 간단히 극복하거나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 같은 것은 나는 모른다.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마치 한 단어를 반복해서 되뇌면 그 의미가 불확실해지는 기분이 들듯이,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을 죄다 끌어내 써보는 것만으로도 그것들의 힘이 좀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기대는 하고 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 어딘가에서 '그런 내가 또 하루를 살았다. 대단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꽤나 괜찮은 날이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또 어느 페이지에서도 '인생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내게는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무쪼록 다른 이들에게는 무해한 하루였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지금, 우리 모두의 오늘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오늘이 되지 않았다면, 이 한마디로 나 자신을 위로해 보자.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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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프로필

스무한 살 이후로 음악 외엔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 록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십 년 동안 이끈 후 마무리했다. 솔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스러움에 대한 집착이 부자연스러울 만큼 크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살고 싶다. 행복 앞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별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뾰족한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982년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로 데뷔했다. 데뷔 첫해인 2008년 싱글 <싸구려 커피>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노래' '최우수 록 노래'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남자 아티스트'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2012년 열린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올해의 음반상'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록 음반' '최우수 록 노래'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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