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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어느 특수청소부의 이야기

난짬뽕 2023. 7. 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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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 지은이: 김완
  • 발행처: 김영사
  • 1판 1쇄 발행: 2020. 5. 30

죽은 자의 집 청소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

책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세 번이나 도서관에서 빌려오고는 첫 장도 넘겨보지 않은 채 세 번이나 고스란히 반납했다. 그렇게 지난 연말부터 우리 집을 오가곤 했던 이 책을 나는 얼마 전 다시 대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반납일 하루 전날 밤에 책표지를 들여다보았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직설적인 이 제목이 이유 없이 반갑지 않았다.  

 

가난해지면 필연적으로 더 고독해지는가? 빈궁해진 자에게는 가족조차 연락을 끊나보다. 옆집에서 풍기는 이상한 냄새를 의아하게 여긴 이웃의 신고로 주검은 뒤늦게 발견되고 경찰은 그제야 사망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족을 찾아 나선다. 혼자 죽은 채 방치되는 사건이 늘어나 일찍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고독사 선진국 일본. 그 나라의 행정가들은 '고독'이라는 감정 판단이 들어간 어휘인 '고독사' 대신 '고립사'라는 표현을 공식 용어로 쓴다. 죽은 이가 처한 '고립'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더 주목한 것이다. 고독사를 고립사로 바꿔 부른다고 해서 죽은 이의 고독이 솜털만큼이라도 덜해지진 않는다. 냉정히 말해서, 죽은 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 편에서 마음의 무게와 부담감을 덜어보자는 시도이다. (가난한 자의 죽음 중에서)

 

생을 스스로 마감한 젊은 여성의 원룸에서 마주한 동그랗게 세워져 있는 연분홍색 텐트. 그 옆에서 발견된 책 몇 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참 소중한 너라서>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아주, 조금 울었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 모두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위한 책이었다. 

 

인사성도 바르고 맨날 '고맙습니다'를 입에 달고 사는 서른이 채 안된 착한 여인은 마지막 길에서도 분리수거를 해놓았고, 지독한 우울증으로 오랫동안 집 밖에 나오지 못한 채 쓰레기더미에서 다른 선택을 한 어느 세입자는 장례식장조차 빌릴 여력이 없어 지인들은 그녀가 살던 지하 문 앞에 찾아와 꽃과 향초에 불을 밝히는 것으로 조문을 대신했고, 전기공급 중단 예정일에 세상을 떠나간 청담동 빌라의 한 젊은이, 죽은 고양이, 할머니의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남편의 책들, 신용카드 회사가 붙인 집안의 빨간딱지들 사이에서 함께 떠나간 중년부부, 죽음을 수습하는 비용을 물어보는 남자의 이야기도 책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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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특별한 일을 합니다

'특수'라는 수식어를 앞세우지만, 여전히 우리 업종은 사람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유령직업 같다. 이런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가 많다. 특수청소업은 우리나라 세법에서 '사업 종목'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일반청소업'의 거대한 카테고리에 종속된 채 숨어 있다. '특수청소업을 시작하며 사업자등록을 하러 왔습니다"라고 해봤자 세무 공무원은 "네? 그런 종목은 없는데요. 모두 일반청소업이죠. 위생관리용역이나 해충방제업이라면 종목을 따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만···" 하며 난색을 드러낼지도 모르겠다. 

 

2018년에야 비로소 대한민국 <직종별 직업사전>에 처음 등재된 '유품정리사'라는 직업도 독립적인 지위를 얻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당시 직업사전의 개정 발간을 맡은 한국고용정보원으로부터 유품정리사에 대한 직무분석 자료를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우리 실정에 맞게 직업 개요와 업무 내용을 바로잡아 공식 의견으로 제시했다. 

 

또 미국 노동성 직업안전위생국의 실례를 들며 표준직업분류상에서 신규 색인어를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시한 의견 대부분은 받아들여졌지만 '배관 세정원 및 방역원'이라는 직업분류의 하위 카테고리에서는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 누군가가 사전에 일러놓은 대로 배관 세정원이나 방역원을 불러서 사람이 홀로 죽은 채 오래 방치된 집을 청소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자못 궁금하다. (특별한 직업 중에서)

 

<죽은 자의 집 청소> 지은이 김완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고, 대학에서 시를 전공했다. 출판과 트렌드 산업 분야에서 일하다가 전업작가로 살고자 삼십 대 후반에 돌연 산골 생활을 했다. 그 후 취재와 집필을 위해 몇 년 동안 일본에 머물며 죽은 이가 남긴 것과 그 자리를 수습하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후 귀국하여 특수청소 서비스회사 '하드웍스'를 설립하여 일하고 있으며,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죽음 현장에 드러난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리고 남은 나의 생각

도서관에서 빌리고 반납하고, 다시 빌려 결국에는 읽게 된 <죽은 자의 집 청소>. 읽으면서도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책. 나는 마지막 책장까지 읽지 않았어야 했다.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특수청소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만 말해야 했다.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불필요했다. 특히 문장 사이사이에서 불쑥불쑥 쏟아져 나오는 미사여구와 은유적 표현들 앞에서 머리가 아팠다.    

+++ 어느 오후 즈음에는 이 음악들을 들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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