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은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색으로 여겨졌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백의민족'이라고 불려 왔다. 이는 무명으로 만든 흰옷을 즐겨 입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민족이 흰옷을 입는 전통은 매우 오래되었다. 중국의 사서 <위지>에는 부여시대부터 이미 우리 민족이 백의를 입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 다른 문헌에는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귀족을 제외한 일반 백성들이 흰옷을 주로 입었다고 나와 있다고 한다.
백의는 일반 백성뿐만 아니라 지체 높은 고관대적도 즐겨 입었던 옷이다. 백색 무명이 고려말에 전래된 이래, 조선인의 옷감은 대체로 토포라고 불리는 흰색 무명이나 삼베, 모시 등이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흰색만을 좋아한 것은 아니다. 정작 즐겨 입던 옷은 여러 가지 문양과 화려한 수가 놓인 의복이었다. 결혼식 때 입던 옷은 화려한 꽃무늬의 옷이었고, 조선시대 젊은 여인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던 옷은 다홍색이나 연분홍 치마저고리였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우리 민족이 백의를 입었던 것이 그것을 입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며, 이는 염색기술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우리의 염색기술의 우수성은 화려하게 채색된 각종 벽화가 수천 년 동안이나 본래의 색이 바래지 않고 보존되어 왔다는 점에서도 밝혀지고 있다. 그 화려한 색조와 단청에 조선의 옷감을 수입하러 온 외국 상인들이 넘쳐났던 것을 보면 그 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백색이 지니는 의미가 무엇이기에 우리 민족은 그다지도 그 색을 좋아했던 것일까.
그것은 백의가 지닌 상징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백색은 부정과 오염에서 벗어난 밝고 순수한 색으로 여겨졌고, 우리 민족이 세계사에 자랑할 만한 청렴, 결백, 청빈정신을 상징한다.
그러나 백색을 숭상하게 된 것에 있어 좋은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라를 빼앗긴 우리나라의 아픈 기억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백색 옷을 즐겨 입었다기보다는 그것이 지니는 의미와 더불어 일제의 침략에 맞서고자 했던 우리 민족의 저항정신을 상징한 것이다.
우리를 지배하고 억압하던 일본인의 옷이 물감을 들인 천으로 지은 옷이기에, 그와는 대조적인 백의를 항일정신의 상징으로 더욱 강조하였던 것. 왜적의 불의에 가득 찬 침략에 대항해 백의민족을 강조한 것은 백색이 정의를 상징하고 지조와 절개를 표현하는 색이었으며, 부정과 불의에 항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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