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 지은이: 질리언 매캘리스터
- 옮긴이: 이경
- 초판 1쇄 발행: 2023년 7월 27일
- 출판: 시옷북스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타임슬립 소설
영국의 소설가인 질리언 매캘리스터의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은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책이었지만, 스릴이 넘치고 뜻밖의 전개가 이어져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퇴근을 하고 집안일을 마친 후에 잠들기 전까지 읽곤 했는데, 이야기의 전개와 반전이 흥미로웠다.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 이 책은 <가디언>, <선데이타임스>, <레드 매거진>, <굿 하우스키핑> 등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 '올해의 스릴러'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 37개국과 판권이 계약되고, 소니 픽처스 영상화가 확정된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은 어느 날 살인을 저지른 아들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엄마의 절박한 시간여행을 보여주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은 곧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습니까?"라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거꾸로 가는 이 시간여행은 어디서 끝이 날까? 설마 영원히? 그녀의 존재가 사라질 때까지? 젠은 규칙을 알아야만 한다. 그것이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이다. 규정과 체계를 이해하면 비로소 게임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젠이 알아낸 건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뿐이다. 젠은 아직 범죄를 막아내지 못한 채 거꾸로 가는 시간여행 속에 갇혀 있지만 이 안에서만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범죄를 막고 타임슬립을 멈추는 것. 그것이 그녀의 목표다. p 107
이 책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은 구성 역시 지루하지 않다. 하나의 이야기로 전개되지 않고, 두 인물에 대한 사건이 펼쳐진다. 큰 뼈대는 아들의 살인을 목격하고 이를 막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는 엄마 젠의 이야기가 핵심이지만, 차량을 훔쳐 해외로 빼돌리는 범죄조직에 잠입한 위장 경찰 라이언의 이야기를 통해 소설의 실마리가 풀어지게 된다. 위장 경찰 라이언은 젠의 남편인 켈리이며, 살인을 한 아들 토드의 아빠이다.
저자인 질리언 매캘리스터는 넷플릭스 드라마 <러시아 인형처럼>을 보고, 이 책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드라마는 인형 안에 똑같은 인형이 연속적으로 들어 있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주인공이 특정 시간대에 갇혀 계속 반복되는 삶을 살며 타임루프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코믹 드라마라고 하던데, 나는 아직 접하지 못했다.
"알 수 없어요. 과학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예술에 가까워요. 당신이 말한 내용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위배되지만 그가 말한 법칙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어요?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증명되지 않았어요." p 136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줄거리
핼러윈을 앞둔 10월 30일, 열여덟 살 아들 토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 갑지가 나타난 낯선 남자를 칼로 찔러 살해한다. 그 모습을 본 엄마 젠과 아빠 켈리는 아들에게 달려가지만, 경찰에게 잡혀가는 아들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 죽은 남자가 누구인지도, 아들이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그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던 엄마 젠은 그날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자신이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날로 와있음을 알게 된다.
아직 살인이 일어나지 않은 어제,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엄마 젠은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며칠, 몇 주, 몇 년 전의 과거 속으로 가게 된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의해 그녀는 혼란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의 살인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엄마 젠은 아들의 살인사건과 연관될 수 있는 모든 단서들을 하나하나 찾아가기 시작한다. 아들 토드의 친구들, 여자친구, 학교생활, 아들의 가방과 방은 물론 무심코 지나쳤던 아들의 말투와 표정들까지 다시 돌아보게 되며 엄마로서 조금 더 신경을 쓰고 공감해 줬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아들의 방에서 라이언 하일스라는 이름이 적힌 경찰 배지와 실종된 아기의 포스터, 대포폰까지 발견하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인 라이언에 관한 사실을 알아가며 퍼즐이 맞춰진다.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저자, 질리언 매캘리스터
영국의 소설가. 지금까지 발표한 일곱 권의 소설이 모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31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항상 글을 써왔다. 버밍엄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법학으로 전향한 뒤 변호사로 일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주로 저녁에 글을 쓰던 그녀가 2017년에 발표한 첫 소설 <진실을 제외한 모든 것>이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현재 버밍엄에 살며 전업 작가로 소설 집필을 하고 있다.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을 읽고 난 후, 나의 생각
젠은 10월의 햇빛을 받으며 카페까지 걸어갔다. 쇼핑객들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 음정이 맞지 않는 거리의 음악가들을 지나는 동안 토드를 키우며 잘못했던 일들이 젠의 마음속으로 물밀 듯 밀려들었다. 더 오래 재우려고 분유를 너무 많이 먹였던 일, 눈 맞춤도 없이 지루한 TV 방송을 보며 기계적으로 분유를 먹인 일, 낮잠을 자지 않는다고 소리 질렀던 일. 아버지의 재촉으로 젠은 너무 빨리 직장에 복귀했고, 어린 토드를 너무 빨리 어린이집에 보냈다. 이런 일들이 씨앗이 되어 토드가 잘못 자란 것일까? 나는 나쁜 엄마일까 아니면 평범한 사람일까? 젠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p 132
범죄를 저지르도록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그 아이를 키운 엄마의 육아 방식에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은 엄마로부터 시작되지 않는가? p 361
이혼전문변호사인 젠은 바쁜 업무에 지쳐 집안일은 물론 하나뿐인 아들도 잘 보살피지 못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래 재우려고 분유를 너무 많이 먹이고, 아들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주지 못한 것이 살인을 저지르는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시간여행 속으로 빠져들수록 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사랑을 표현하게 된다.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은 타임슬립을 통한 범죄 스릴러의 옷을 입었지만, 작가 질리언 매캘리스터가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가족 간의 관계와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다. 부모와의 관계와 자녀들과의 소통, 그리고 부부간의 신뢰까지 무엇이 진정 소중한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들에게 던져준다.
우리들 모두는 수많은 시간들을 쌓으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그렇게 지나온 수많은 시간들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비록 많이 서툴고 부족하고 후회가 적지 않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걸어온 모든 순간의 시간들과 장소들은 어쩌면 잘못된 장소이지도, 잘못된 시간이지도 않았다는 위로를 하며 책장을 덮었다.
셔터 아일랜드, 말러의 피아노 4중주에 스며든 고통스러운 기억과 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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