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코스 중에서 비교적 등산객들의 발길이 한산한 곳을 꼽자면, 바로 홍지문에서 탕춘대성을 따라 걷는 홍지문 탕춘대성 코스일 것입니다.
남편과 저는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320m 지점에서 7018 버스를 타고 홍지문 정류장에 내렸습니다. 홍지문을 잠시 둘러보고, 인왕산 둘레길 탕춘대성 이정표를 따라 데크계단을 오릅니다. 성곽 옆의 돌계단을 지나 인왕산 정상 기차바위 안내만 따라가면 된답니다.
홍지문 탕춘대성 코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 호젓하게 북악산과 북한산을 비롯하여 서울의 전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음이 멈추는 대로 걸음도 멈춰 아무 곳이나 앉아 한적하게 인왕산을 만끽해 봅니다. 특히 기차바위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홍지문 탕춘대성 코스
이동경로: 홍지문 및 탕춘대성 - 기차바위 - 인왕산 정상
이동거리: 1.98㎞
소요시간: 1시간 15분
난이도: 중 홍지문 및 탕춘대성 (56분/보통) 기차바위 (19분/보통) 인왕산 정상
홍지문은 한성의 북쪽에 있는 문으로, 숙종이 친필로 '홍지문'이라는 편액을 하사하면서부터 공식적인 명칭이 되었습니다. 1413년 폐쇄된 숙정문 대신 실질적인 북대문의 역할을 하였다고 보는데요. 화강암으로 중앙부에 월단이 꾸며지고, 그 위에 단층 문루가 세워져 있습니다.
홍지문 옆에는 홍제천이 흐를 수 있도록 수문 5개가 세워져 있는데요. 바로 오간수문입니다. 탕춘대성의 일부인 오간수문은 1921년 홍수로 무너졌던 것을 1977년에 복원하였습니다.
인왕산 홍지문 탕춘대성 코스는 홍지문을 둘러본 뒤에 찻길을 건너 탕춘대성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도로로 인해 탕춘대성 성곽길이 끊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탕춘대성은 한양의 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성으로 1718~1719년 두 해에 걸쳐 축성되었습니다. 도성과 외곽성의 방어기능을 보완하고 군량을 저장하는 기능을 했으며, 도성과 북한산성 사이 사각지대인 지형에 맞게 두 성 사이를 이어 성벽을 만든 일종의 관문성의 성격을 지녔습니다.
탕춘대성이라는 이름은 연산군의 연회장소인 탕춘대가 지금의 세검정에서 동쪽으로 100m쯤 떨어진 산봉우리에 있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한성의 서쪽에 있다 하여 서성으로도 불렸는데요. 탕춘대성은 조선후기 혼란기 속에서 훼손되고, 홍수 등으로 일부 구간이 무너지고 방치되다가 1977년 홍지문과 함께 일부 구간이 복원되고 정비되었습니다.
성곽길을 걸을 때에는 시기별 축성 방법의 차이를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정상에서 치마바위를 지나면 탕춘대성 갈림길이 나오는데요. 이곳부터는 성 안팎으로 길이 나 있습니다. 성 바깥 길을 걸으며 성돌의 모습을 눈여겨보면 태조, 세종, 숙종, 순조, 그리고 그 이후에 쌓은 성돌이 공존하는 구간이 꽤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탕춘대성을 지나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에 지면이 고르지 않습니다. 발목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등산화를 신고, 겨울철에는 아이젠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돌계단과 숲길을 지나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오르는 구간도 많으므로 장갑을 준비하는 것도 좋습니다.
기차바위는 인왕산 제일의 절경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길쭉하게 펼쳐진 바위는 멀리서 보면 기차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졌습니다. 평평한 기차바위 능선 양옆으로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로프 밖으로 가파르게 휘어지는 바위 자락으로 인해 걷는 맛이 아주 짜릿합니다.
인왕산 정상보다도 더 인기가 많은 곳이 바로 이곳 기차바위입니다. 기차바위에 서면 양쪽으로 조망이 펼쳐지고, 돌 위라 나무도 없기 때문에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옵니다. 기차바위에서 보이는 서울 도심의 경치는 옛 조선시대 한양의 자취와 현재의 서울을 고스란히 느끼게 합니다.
간혹 멋진 인물사진을 찍기 위해 기차바위 능선에 설치된 안전로프 밖으로 넘어가셔서 포즈를 취하시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요. 볼 때마다 너무 위험해 보인답니다. 인생샷도 필요하겠지만,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차바위에서는 남산서울타워도 보이고,
저 멀리 롯데월드타워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기차바위 능선을 지나 서울성곽 출입문으로 오르는 계단에 서면 골짜기에서부터 산꼭대기로 부는 골바람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모자가 날리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돼요.
정상으로 가는 길에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고양이 친구를 만났습니다.
인왕산 정상에서 하산할 때에는 창의문 방향으로 내려가면 더 많은 볼거리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체력이 저하되었다면 약수터가 있는 자락길로 내려가는 것이 빠릅니다.
홍지문에서 출발하여 기차바위를 지나 인왕산 정상까지는 따로 화장실이 없습니다. 하산할 때 창의문이나 수성동계곡, 무학제 하늘다리, 개미마을 등 여러 갈래로 내려올 수 있으니 그곳에서 이용하시면 된답니다.
기차바위를 올라가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멋진 풍광을 보며 휴식을 취하시는데요. 인왕산 홍지문 탕춘대성 코스는 걸음이 느린 저도 1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 있는 난이도 보통의 코스이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습니다. 뛰어올라가시는 젊은 분들도 종종 보게 됩니다.
홍지문 탕춘대성 코스는 홍지문에서 탕춘대성과 기차바위를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비교적 단순한 길이지만, 인왕산 제일의 절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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