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수성동계곡 치마바위 코스, 옛 이야기에 젖어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인왕산 수성동계곡 치마바위 코스

• 이동경로: 수성동계곡 - 석굴암 - 인왕천약수터 - 인왕산 정상
• 이동거리: 1.38km
• 소요시간: 1시간 26분
• 난이도: 중  수성동계곡(29분/보통) - 석굴암(19분/보통) - 인왕천약수터(38분/보통) - 인왕산 정상

 

치마바위

수성동계곡

인왕산 등산코스 중에서 수성동계곡을 출발하여 석굴암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지나온 옛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수성동계곡에서는 겸재 정선의 그림을 만날 수 있고, 치마바위를 바라보면서 중종과 단경왕후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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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직진하여 종로 09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바로 수성동계곡 입구입니다. 

 

혹은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통인시장을 거쳐 박노수미술관까지 걸어갈 수도 있는데요. 도보 1.4km 거리라서 주변 구경을 하면서 걷다 보면 지루하지 않게 금방 도착합니다. 

수성동계곡 광장에 이르기 전, 골목길에 박노수미술관이 있습니다. 서울시 등록미술관이자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인 이곳은 한국화가 남정 박노수 화백의 기증작품과 고미술품, 수석, 고가구 등의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어 잠시 둘러보면 좋습니다. 

만약에 인왕산 정상에 오른 후 다시 수성동계곡 방면으로 하산하신다면 마을버스를 타지 않고 걸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왜냐하면 내리막길에서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 터를 볼 수 있거든요. 바로 종로구 누상동 9번지인데요. 현재 집의 원형은 남아 있지 않지만, 주택가 벽면에 붙은 안내판을 볼 수 있답니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아파트를 세웠을까요. 다행히 지금은 옥인시범아파트가 철거되고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수성동계곡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요. 복원 전의 모습도 자료사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수성동계곡에 얽힌 안평대군의 이야기도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바람에 실려 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자신을 성찰했다'니, 정말로 멋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짜잔~~ 바로 수성동계곡입니다. 제가 갔을 때에는 물이 말라 물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요. 수성동계곡은 예로부터 소나무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가 좋아 '수성동'이라고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에 '수성동' 그림으로 등장할 만큼 아름다운 계곡인데요. 안평대군과 겸재 정선이 자주 찾아와 수성동계곡을 바라보며 한문과 예술을 즐겼다고 전해집니다. 

 

겸재 정선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서울시 테마산책길인 진경산수화길도 따스한 봄이 되면 한 번 걸어보고 싶습니다. 

 

그림 속 저 다리가 보이시죠? 직접 보니, 감회가 더욱 새로웠습니다. 

 

수성동계곡 곳곳에 안내판이 잘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사모정을 지나면 바로 전망쉼터로 올라가는 길이 나오고, 근처에 화장실도 있습니다. 

 

이곳이 청계천 발원지라고 하네요. 

 

수성동계곡을 지나는 길은 돌계단이 계속되는데요. 숲내음을 맡으며 걷다 보면,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석굴암으로 가는 길은 횡단보도를 건너야 합니다. 석굴암 입구 이정표가 나오면, 바로 앞 계단으로 오릅니다. 오른쪽 길은 만수천약수터로 향하는 등산로입니다.

 

이제 석굴암이 나올 때까지 돌계단을 오르기만 하면 된답니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바로 저곳 석굴암을 만나게 됩니다. 

 

석굴암

석굴암은 인왕산 중턱, 치마바위 아래쪽에 자리해 있습니다. 

석굴암 내부에는 삼존 석불이 모셔져 있고, 주변 숲길에 부처님 동상과 바위에 새겨진 미륵불을 보게 됩니다. 

법당 바로 위로는 산신각이 있는데, 큰 바위에 인왕산을 지키는 산신이 호랑이와 함께한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치마바위

저 멀리 치마바위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진에 그 모습을 잘 담지 못했는데요. 원래는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치마바위는 인왕산 병풍바위 앞에 우뚝 솟은 바위입니다. 조선의 중종과 왕비인 단경왕후와의 사랑이야기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바위 모양이 마치 주름 잡힌 치마와 흡사한데요. 

산 정상보다는 수성동계곡이나 인왕산의 측면에서 보면, 그 진면목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석굴암을 지나 인왕천약수터로 향하는 길에 이 두 바위 사이를 통과해야 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길이 참 좋더라고요. 그냥 아무 이유 없이요. 

 

인왕천약수터

인왕천약수터에도 쉼터가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답니다. 

 

인왕천약수터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데크계단으로 이어져 있는데요. 내려오는 사람들과 부딪힐 수 있으니 서로의 배려가 필요해요. 

 

궁금하시다고요? 치마바위에 서려 있는 중종과 단경왕후 신 씨의 슬픈 사연이 무엇이냐고요? 인왕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80m가량 흘러내린 치마바위. 

중종이 반정에 성공하자 그의 아내 신 씨는 왕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 씨는 아버지가 연산군의 처남이라는 이유로 7일 만에 폐위되어 사가로 돌아가게 됩니다. 

금실이 좋은 부부였던 중종과 신 씨는 함께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 수밖에 없었는데요. 중종이 신 씨의 집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한숨을 지으니, 신 씨는 자신이 궁궐에서 입던 치마를 인왕산의 커다란 바위 위에 펼쳐 놓고 그 마음에 화답하였다고 전해집니다. 

 

남편과 저는 올라왔던 수성동계곡 방향으로 하산하지 않고, 기차바위 쪽으로 향했는데요. 사실 기차바위를 지나자마자 바로 인왕산 뷰 맛집 너른 바위와 소나무 아래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답니다. 그곳에서 주변 풍광을 바라보며 간식을 먹으면 신선이 부럽지 않습니다. 

수성동계곡에서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돌계단과 데크계단이 많으므로 무릎이 아플 수도 있어요. 오르내릴 때 등산 스틱을 이용하거나 무릎 보호대를 하면 도움이 된답니다. 

수성동계곡 치마바위 코스는 저같이 걸음이 느린 사람도 인왕산 정상까지 1시간 30여 분밖에 걸리지 않는 비교적 쉬운 코스라서 어렵지 않게 오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코스는 단순하지만, 수성동계곡과 치마바위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에 마음까지 촉촉하게 젖어드는 것 같습니다. 

 

 

익숙한 것들과의 짧은 이별, 그 잠들지 않을 이야기들

 

산 마르코 종탑에서 바라본 베니스의 하늘과 바람, 물이 그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