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는 쇼펜하우어의 대표작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편지, 일기 등을 새롭게 구성하여 엮은 책이다. 쇼펜하우어는 일평생 열한 권의 책을 썼고, 그중 생전에 출판된 저서는 여덟 권이었다.
니체와 헤세, 카프카, 카를 융, 프로이트들이 자신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쇼펜하우어를 꼽았는데, 쇼펜하우어는 괴테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또한 60년 가까이 1만 페이지가 넘는 일기를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썼다고도 전해진다.
요즘 내 주변에서는 자주 '쇼펜하우어'의 이름이 거론되곤 한다. 아직 겨울이 채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따스한 봄날의 한낮처럼 기온이 많이 올라간 어느 날 오후에 걸려온 전화에서는 "날씨가 어쩜 꼭 쇼펜하우어스럽다"고 말하는 선배가 있었고, 어느 때보다도 힘든 경제적 측면이나 정치적 상황에 직면한 지금 시기에는 어떠한 희망의 언어도 통하지 않는다며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만이 위로가 될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쇼펜하우어는 지금 시대에만 언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30년 전, IMF가 터지기 직전에도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은 유행했고, 그 이후로도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그의 차갑고 인정사정없는 날카로운 말들은 다시 회자되고는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를 읽으면서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들이 힘든 우리들의 일상 속으로 여과 없이 파고드는 의미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 지은이: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편역자: 김욱
- 초판 1쇄 발행: 2023년 6월 21일
- 펴낸곳: (주)콘텐츠그룹 포레스트
쇼펜하우어가 전하는 삶에 대한 격언들
나만 힘들고, 나만 피곤하고, 나만 희생당한다는 착각
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자는 것이 최고다
철학은 자명한 이치에 대한 반항이다
'부'를 목적으로 지식을 습득하지 마라
오직 질문을 통해서만 성장한다
생각을 던지는, 책 속의 문장들
나는 늘 같은 시간에 산책하려고 노력한다. 산책은 직장과 마찬가지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발해 같은 시간에 끝마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산책할 때는 생각할 것들을 챙겨간다. 어려운 과제들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동행을 두지 않는다. 산책의 동료는 고뇌로 족하다. p 26
오늘날 체면과 명예가 그 사람의 전부인 양 절대적인 대접을 받는 이유는 이 시대의 인간관계, 혹은 권위와 신분이 편견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체면을 중시하는 까닭은, 내세울 인간성이 직분에서 얻은 명예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다. 능력이 없으니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도 못하고, 그런데 또 권력은 욕심나고, 그러니 스스로 자기 이름에 금칠을 해버리는 것이다. p 34
인생에서 가장 큰 고난은 우리가 얻고자 노력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치우려고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고난의 정체였다. p 38
인생의 지혜란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어떤 상태가 되더라도 크게 놀라지 않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 중용의 미덕이다. 크게 실패해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크게 성공해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게, 사실 크게 휘둘릴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p 68
반성은 자기혐오다. 자기 자신이 하찮게 느껴질 때 인간은 뭔가 반성할만한 건수가 없는지 두리번거린다. 뭘 해도 기운이 나지 않을 때 인간은 무턱대고 반성하며 자아를 성찰한다. 그럴 바에야 아무 생각 없이 잠자리에 드는 편이 낫다. 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자는 것이 최고다. (~) 잘 먹고, 잘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자기혐오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혐오스러운 오늘로부터 조금이라도 빨리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괴롭다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평소보다 더 많이 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새로운 시작을 펼쳐나가면 되는 것이다. p 78
생명은 서른여섯 살까지는 시간의 이자로 살아가고, 서른여섯 이후부터는 시간 그 자체를 갉아먹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젊었을 땐 적자가 발생해도 미미해 보인다. 어차피 이자일 뿐이므로 지출이 과해도 걱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베푼 이자가 중단되고 원금을 사용하는 때가 오면 사라진 시간의 이자가 아쉽게 다가오는 것이다. 결국,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라는 생명의 원금이 계속해서 빠져나간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젊은 시절보다 더욱 욕심을 내는 것은 시간을 상실했다는, 생명이라는 원금이 얼마 안 남았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p 103
고통과 권태에 대한 두려움은 믿음이 약해졌다는 신호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의지밖에 없다. 인생이 두려운 까닭은 나의 의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고, 사람이 두려운 까닭은 그의 의지가 나를 지배하게 되리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p 222
내가 뽑은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
오직 질문을 통해서만 성장한다
고달프고 덧없는 인생이 쳇바퀴처럼 돌아간다.
날마다 우리는 질문한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간은 질문을 통해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 그 속에서 얻어지는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
철학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와 그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그 전에 궁극적인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를 자신에게 묻고 답을 내리는 모든 행위가 철학이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부유한 상인이었던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한 어린 쇼펜하우어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유럽을 누비는 사업가를 꿈꾸었지만, 열일곱 살 되던 봄에 그의 아버지는 강으로 뛰어내려 투신자살했습니다. 또 문학적으로 야심이 많았던 어머니는 자기보다 스무 살이나 나이가 많았던 남편이 사라지자 막대한 재산을 무기로 사교계에 화려하게 등장했고, 그런 어머니를 곁에서 지켜보던 사춘기의 쇼펜하우어는 스스로를 햄릿이라고 부르며 평생토록 가정을 불신하게 됩니다. p 9 / '편역자의 글' 중에서
세상 그 어느 왕도 나 같은 혜택을 누려보진 못했을 것입니다. 아버지가 나를 자신의 뒤를 이어 사업가로 만들려고 마음먹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나는 일생을 학자로 살겠다고 결심했고, 철학자가 되겠다는 공상에 빠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아버지에게 나의 미래를 결정짓지 말라고 소리쳤습니다. 내게 기대하지 말라고 선언했습니다. 아버지가 원하는 삶과 내가 원하는 삶은 다르다고 고백했습니다. p 13 / '쇼펜하우어의 글' 중에서
1788년 유럽의 항구 도시인 단치히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실존 철학은 물론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19세기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흔히 염세주의자로 알려졌지만, 인간 삶의 비극적 면면을 탐구한 사상가이며, 그의 철학은 근대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809년 독일 쾨팅겐대학에 입학하여 자연과학과 철학을 전공하다가 1811년 베를린대학으로 옮긴 쇼펜하우어는 1813년 여름 루돌슈타트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하여 예나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독창적이었으며, 니체를 거쳐 생의 철학, 실존철학, 인간학 등에 영향을 주었다.
아버지는 유복한 사업가로 아들에게 자기 사업을 물려주려 했으나, 쇼펜하우어는 상속한 유산을 생활 수단으로 삼아 평생 철학과 저술 활동에 전념했다. 어린 시절부터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했던 일이 그의 세계관 및 예술관에 여향을 주었다.
말년에는 집필한 책들을 마무리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으며, 1860년 9월 21일, 72세의 나이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생을 마감했다. 주요 저서로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소품과 부록>,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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