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병어조림을 해서 먹었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살이 맛있는 병어조림은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감자를 넣을까 하다가 그냥 집에 있는 무만 넣었다. 대충대충 있는 재료만 쑥딱 넣다 보니, 이렇게 건성건성 만들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평상시에 음식을 만들 때 꼼꼼하게 레시피를 챙기는 편도 아니다. 눈대중으로 어림잡아 수량을 맞추고, '적당히' 손끝으로 양념을 톡톡 거린다. 그래서인지 내가 만드는 음식들은 정량화된 요리와는 거리가 멀다.
가끔씩 조금 더 잘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여 황금레시피가 안내하는 대로 꿀팁 정보를 얻어 몇 큰 술, 몇 개, 몇 T, 몇 컵 등의 족집게 과외를 받아 상을 차려내면 남편이 말한다. 내 방식대로 하는 것이 더 맛있다고, 내가 하던 대로 만들라고......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인터넷의 족집게 과외를 받지 않는다.
조금 무모하긴 해도, 여전히 나는 '감'으로 음식을 만든다. 단, 제철음식을 상에 올리고자 하고,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하고자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주에 나는 오가와 이토의 장편소설인 <달팽이 식당>을 읽었는데, 그 내용 중에서 내가 음식을 만들 때 종종 여겨왔던 '적당히'라는 개념과 잘 어울리는 문구를 읽게 되었다. 나물을 데칠 때에도 적당히, 들기를을 넣을 때에도 적당히...... 내가 음식을 만들 때 말하는 적당히는 몇 분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몇 컵의 물이나 양념 몇 스푼이 될 때도 있다. 그 '적당히'의 의미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할머니가 말하는 '적당'이라는 표현은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서서히 나도 그 의미를 알게 됐다. 할머니는 딱 좋은 상태를 '적당'이라는 여유로운 말로 표현했다. <달팽이 식당 중에서, p 29>
송년 가족 저녁 밥상 라따뚜이 빵 샐러드 족발 칵테일로 새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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