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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으로의 집착과 광기 사이, 이꽃님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난짬뽕 2024. 7. 1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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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님 장편소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책의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조차 깜쪽같이 속아 버리고 말았다. 너무나 완벽했던, 그래서 독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가둬버린 치밀한 플롯에 한방 크게 얻어맞은 듯했다. 점점 실체를 드러내는 반전. 이 책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은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 지은이: 이꽃님
  • 초판 1쇄 펴낸날: 2023년 3월 14일
  • 펴낸곳: (주)우리학교

 

이꽃님 작가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 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름을 훔친 소년> <B612의 샘>(공저), 동화 <악당이 사는 집> <귀신 고민 해결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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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사랑해'라는 말이 끔찍하고 잔혹할 때가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넌 정말 쉽게 내 마음을 가진 것 같아. 그저 바라보기만 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내가 너를 그토록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까.  p 18

 

처음 시작은 그러했다. 평범한 고등학교 교실에서의 소년과 소녀의 만남. 소녀 해주는 자신을 좋아하는 소년 해록을 위해 자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바꾼다. 부모님과 친구들까지 그러한 모습을 보고는 모두들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해주는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당연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뭔 말만 하면 해록이, 해록이. 네가 좋아하는 건 뭔데? 정해록이 좋아하는 거 말고 네가 좋아하는 거."  (~) "네 취향 말이야. 네가 입고 싶은 대로 입는 거지. 뭘 매번 정해록한테 맞추냐. 네가 좋아서 하는 거면 상관없는데 그게 당연해지도록 두지는 마. 네 선의잖아. 그 애가 좋아서 그 애한테 맞추고 싶은, 그 애를 향한 네 마음이잖아. 그게 당연해지면 안 되지. 아무리 좋은 마음이어도 당연해지기 시작하면 볼품없어져."  p 87

 

이꽃님 작가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속에 감추어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집착과 광기는 또 다른 폭력이 아닐 수 없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은 '사랑해'라는 말이 품은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랑한다'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함과 잔혹성을 말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줄거리

 

한밤중 저수지에서 가지런히 놓인 소녀의 흰 운동화가 발견되고, 함께 있던 소년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라진 소년 해록과 더는 상처받지 않으려는 소녀 해주. 같은 반 친구로 이제 막 사랑을 싹트며 사귀기 시작했던 그 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하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으로 놀라운 비밀의 진실이 충격을 드러낸다. 의문의 실종 사건 뒤에 도대체 감추어진 이야기의 실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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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사랑'을 위하여

 

"저는 해록이가 '내 거'라고 하는 게 좋았어요."
"내 거......"
"해록이가 너한테 그런 식으로 말했니? '내 거'라고?"
"누가 누구의 '것'이 될 수는 없어. 사람은 그렇게 소유할 수 없잖아. 무슨 물건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을 그런 식으로......"

p 133

 

"가스라이팅, 정신적 학대, 언어폭력. 그런 것도 죄가 되거든."

p 164

 

함께 저수지에 갔던 소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물에 빠진 소녀의 진술은 완벽하다. 그러나 실종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소녀 해주의 말을 다 듣고 나서는 말한다. "이제 그만하자, 해주야. 네 거짓말 들어주는 것도 여기까지야." 경찰의 알 수 없는 말에 놀란 해주에게 경찰이 말을 덧붙인다. "거짓말은 끝났다는 뜻이야."

 

네 이야기는 모순 덩어리였어. 사랑에 빠진 순진하고 착한 아이, 피해자, 도와줘야 할 아이. 너는 자신이 그렇게 보이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구성했어. 근데 있잖아. 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이거든. 네 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너를 믿게 하려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다는 거야. 
그러다 보니 몇 번이나 네 본성이 나왔고, 표정까지 숨길 수는 없었어. 너는 네 행동을 합리화했지. 이를테면 네가 해록이의 머리 스타일을 간섭했다는 이야기 같은 거. 너는 해록이가 진정한 '내 것'이 된 기분이었다며 '사랑'을 강조했어. 사실은 집착과 광기 사이 그 어디쯤이었을 텐데 말이야.

p 189

 
 

사랑을 빌미로 그러는 거 비열하다는 생각 안 드니?
그래 비열. 비열하고 야비한 짓이야.
마음을 이용한 범죄니까.
누구는 사랑을 했다는 이유로 폭력을 당하기도 해.
누구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누구는 다시는 사랑을 하지 못할 만큼 상처받기도 한다고.
세상에서 제일 비열하고 더러운 게 네가 한 행동이야.

p 190~191

 

 

우리들의 사랑은 안녕하십니까?



내가 처음 읽은 이꽃님 작가의 작품은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었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였고, 그 작품이 좋아 두 번째로 읽은 책은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였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를 읽는 내내 마음이 맑아지는 미소가 지어지는 기분이라서, 도서관에 갈 때마다 이꽃님 작가의 책들을 찾아보곤 했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은 내가 읽은 이꽃님 작가의 세 번째 책이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와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가 잔잔한 따스함을 안겨줬다면, 이 책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은 조금 소름이 돋았던 것 같다. 이제 막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소년과 소녀가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 오로지 그들만이 아는 이야기가 섬뜩하게 다가온다. 

 

사랑이라는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아무런 조건 없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것일까. 잘못된 사랑은 왜 무서운 것일까. 이 책은 우리들 모두에게 "당신의 사랑은 안녕하십니까?"라고 안부를 묻는 듯하다. 드디어 드러나는 그들의 비밀. 반전을 눈앞에 두고는, 역시 '이꽃님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며칠째 내 손에서 떠나지 않았던 이 책을 보고는, "그 작가 책이네."라고 아들이 말했다. 얼마 전 아들이 나에게 요즘 관심 있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이꽃님 작가의 이름을 말했었다. "나도 한 번 읽어 볼까?"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내가 대답했다. "괜찮을 것 같아. 사랑을 시작하려는 즈음의 사람들이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라며 아들에게 책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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